택시에서 물었다. 엄마 우리집은 전세야?

엄마를 키우는 중입니다 中

by 랭크작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택시에서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우리집은 전세야 매매야?'


요즘 서로 얼마짜리 아파트에 사는지, 자가인지를 호구조사한다는 일찍 큰 초등학생들과 달리, 그당시의 나에겐 우리집 냉장고가 양문형인지 상하형인지를 묻는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엄마는 대답대신 당황하고, 흥분하고, 화를냈다.


택시에서 내리고, 왜 택시 안에서 전세인거 쪽팔리게 알려주고 싶냐고 엄청 혼이 났었다.

성인이 되고,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전세 사는게 창피한 일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화를 낼 일인지 이해가 안갔다. 그것도 이제 막 경제를 알게되는 초등학생한테. 그 당시의 엄마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돈,돈,돈'하며 살고 있는데, 남편의 벌이가 만족스럽지 못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고, 하지만 욕심과 야망은 저 위에 있는 것에서 오는 스트레스였을까.


본인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상대에게 그럴 수 있나 싶긴 하다. 내 열망과 현실 사이의 갭을 채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결국 우울한 것을 알기에. 하지만 그 당시의 어린 나에겐, 다른 사람들에게 돈 없어보이면 안되고, 약해보이면 안된다라는 교훈이 되었나보다. 그 짧은 순간, 분명한건 엄마는 자식이라는 존재보다, 택시 기사에게 어떻게 보이는지가 더 신경쓰이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 나는 어느덧 커서, 내가 무엇을 하며 행복한지보다는, 남에게 어떻게 안 없어보이고, 안 약해보일지를 많이 탐구하여 실행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정말 몰랐다. 내가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대학을 가야하고, 취업을 해야하고, 결혼을 해야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계속 관문을 위한 관문을 넘던 나에겐 구멍이 하나 둘 뚫리기 시작하였다.


첫번째 구멍으로는 엄마의 단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틈을 엄마의 단점을 모방하는 나 자신이 채우게 되었다. 부모의 정말 싫은 점, 미워하는 점, 닮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점을 내가 닮아가고 있을때의 허망감과 허탈감을 아는 사람들이 많을까.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길 바란다.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부모밑에서 그걸 보고 올곧게 자란 자녀들이 많았으면 하는 소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속으로도 '다른 엄마들은 안저러겠지. 자식한테 단점 물려주는 엄마들 별로 없겠지. 자식한테 저렇게 화내는 엄마는 없겠지.' 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엄마를 닮아가는 나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는 과정이었으리라. 또한 엄마라는 존재를 비대화시키고 증오를 확장화시키는 계기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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