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키우는 중입니다 中
자신의 인생을 살다보면, 내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 아는 게 참 어렵다. 되려 유튜브를 보고 연예인 인생이나 남의 인생은 저러다 어떻게 되지, 아이고 어떻게 가고 있네 이렇게 참견하기 쉽다. 하지만 내 인생은 남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 지 몰라도, 잔인하게도 나 스스로에게는 방향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직장도, 친한 관계도, 특별히 잘하는 것도 거의 없는 엄마이지만, 엄마에게도 찬란한 시절이 분명 있었다. 온 힘을 다해 공부하던 학생 때가 그러했을 것이고, 내가 직접 본 경험으로는 3-40대의 엄마가 젋었고 아름다웠고 멋이 있었다.
엄마가 성숙하거나 혹은 신념이 강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엄마는 욕심히 강하고, 꽂힌 것에 열정이 있고, 의기투합하는 스타일의 소유자였다. 3-40대는 엄마의 강점이 여러 경험들과 합산하여 가장 젊을 때 가장 찬란하게 발산되는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나에게도 엄마 말대로 하면 된다라는 믿음이 강하게 있었다. 지나고 보니 그 생각이 100% 다 맞았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젊었던 엄마에겐 어린 딸이 그정도로는 생각할 수 있게끔 하는 아우라가 있었다.
슬프지만 나는 그 시기가 엄마의 인생 운전대를 스스로 쥘 수 있던 마지막 기회였다고 본다. 보통 그 나이대는 누구든지 사회에서 실수도 많이하고, 내면적으로 욕심도 많기 때문에, 당연히 시행착오를 통해 다져지는 시기인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엄마는 방향을 모르는 열심을 열심히 살았다. 욕심과 기분이 앞서는 선택들로 도배된 창고에서 그걸 정리하고 해치우느라 정신 없이 살아가는 삶처럼 살았다. 엄마에게는 내가 뭘 해야할지, 뭘 좋아하는지 스스로 고민하는게 너무 무서웠던 것 같다. 그저 혹시 어떤 기회가 있으면 기류에 휩쓸려 해보고, 조금 쉬워 보이는 길이 있으면 도전해보고 그랬던 것 같다.
그 시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목표해서 열심히 나가지 않는다면, 사회 속에서 안정감 있게 살기가 어려운 것 같다. 꼭 직업적인 일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가정 내에서라도 내가 좋아하는것, 내가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것, 내가 책임져야 하는 는 것, 응당 바르다고 생각되는 것, 응당 가치있게 실천해야 하는 것 등등 나름대로의 신념을 무조건 쌓아야 하는 시기였을 것이다. 목표하는 바를 시행착오를 통해 잘 키워나가야 스스로 커 나갈 수 있는 시기이고, 그 시절을 잘 보내야 엄마라는 사람으로서 단단함이 만들어지는 시기였을 것 같다.
나에게도 그 무서운 시절이 왔다. 사회에서 한 시행착오로 지난 날의 내가 보이고, 그 과정이 예전만큼 아프고 힘들지 않고, 나만의 방법으로 나를 다독이고 달래는 법도 터득한 나이. 그리고 내 삶의 운전대를 쥘 수 있는 '내 기준에서의' 마지막 나이. 물론 지금 그렇게 안한다거나 더 늦게 한다고 해서, 내 인생의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내 기준에서 엄마의 삶의 기회에 대해 반추하고 고민하다보니, 그때가 젊음이 주는 마지막 기회인 것 같다고 깨달았다. 물론 성취적인 측면에서는 10대나 20대로 더 땡겨져야 하지만, 그렇게 쉽게 자기 방향성을 빨리 찾아내는 천운을 지닌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이미 버스를 놓쳐버린 우리 엄마를 더더욱 성숙하게 이해하기 위해, 내 인생의 방향성을 세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