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내가 믿어왔던 “나를 보는 시야”에서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성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꽤 엄격하게 바라보는 편이었고, 나 정도면 어느 정도 비난이나 비판에서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적어도 나는 스스로를 꽤 잘 알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가끔 지나간 일을 돌아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 내가 좀 순진했구나.” 나는 멍청한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주변에서 보면 똑똑한 편에 속한다고들 말한다. 사람을 쉽게 믿는 타입도 아니다. 누군가의 말에 바로 휘둘리는 사람도 아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어떤 순간에는 세상을 너무 단순하게 해석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특히 상황이 막연하고, 모호하고, 내가 추측해야 하는 순간일 때 그렇다. 그때의 나는 깊게 의심하거나 계산하기보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고 넘어가 버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나서 깨닫는다. “에이, 그렇게 하고 또 실망하다니. 내가 순진했네.” 그 순간에는 꽤 쓴웃음이 나온다. 내가 바보라서라기보다는, 어딘가 인간을 조금 더 선의 쪽으로 해석하고 있었던 것 같아서다.
요즘 나는 이런 순간들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 기억을 붙잡고 “왜 그렇게 생각했지” 하며 스스로를 몰아붙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나 자신과의 대화를 조금 더 자주 하려고 한다. 별것 아닌 일이라도 잘했다고 생각되면 “그래도 괜찮았어”라고 말해주고, 자책이 길어질 때는 “왜 그래, 그럴 일 아니야”라고 멈추게 한다. 어떤 때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금 너무 갔어. 생각 너무 많이 갔어.” 그러면 마음이 조금 멈춘다.
생각해 보면 인간은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분석하며 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모든 가능성을 계산하면서 살면 아마 정신이 먼저 지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느 정도 세상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넘어가는 인지적인 지름길을 사용한다. 나 역시 그 지름길을 썼던 것뿐일지도 모른다. 다만 시간이 지나서 그 장면을 다시 보면 그것이 순진함처럼 보일 뿐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깨닫기 시작한 것이 있다. 예전의 나는 “내가 틀렸나?”라는 질문을 자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묻는다. “아, 내가 그때 그렇게 생각했구나.”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꽤 다른 질문이다. 하나는 스스로를 판단하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를 관찰하는 질문이다.
어쩌면 내가 순진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나 자신에게 너무 엄격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나를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칭찬이 필요할 때는 조금 더 칭찬해 주고, 자책이 길어질 때는 멈추게 하고, 마음이 너무 멀리 달려가면 “거기까지야”라고 말해 주는 연습.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런 변화가 꽤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