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의 행운은 초보자 사냥터에서만 통한다

에필로그

by 랭크작가

사람들은 저마다 무기를 들기 전까지 힘을 기른다.
나는 아직 무기를 쥐지 않았는데, 이미 전장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가끔은 초심자인데도 길드를 이끌고 싶어진다.
누군가의 앞에 서서 방향을 정하고, 책임지고, 통제하고, 어쩌면 군림하고 싶은 마음.
그 욕망은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꽤 강하게 올라온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아무도 나를 따르지 않는다.
호응은 없고, 설득은 통하지 않고,
오히려 나 혼자 과장된 역할을 맡은 사람처럼 공중에 떠버린다.

그럴 때면 문득 깨닫는다.
아, 나는 아직 이끌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이끌고 싶어하는 사람일 뿐이구나.


그래서 다시 돌아간다.
초심자 사냥터로.

하지만 그곳은 재미가 없다.
반복적이고, 단순하고, 성과도 눈에 띄지 않는다.
누구에게 인정받지도 못하고,
그저 혼자 묵묵히 같은 행동을 반복해야 하는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그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내가 서고 싶은 다음 단계는
욕망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만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내가 원했던 건 누군가를 책임질 수 있는 힘,

상황을 흔들리지 않고 견디는 중심,
그리고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무언의 설득력.

그건 말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시간과 반복으로 쌓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조금은 지루한 이 구간을 버티기로 한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나를 바로 세우는 연습을 한다.

작은 것들을 끝까지 해내고,
흔들리는 마음을 스스로 정리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꾸준히 쌓아가는 힘.


아마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나는 더 이상 ‘이끌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누군가가 따르게 되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무기를 들기 전까지는
힘을 기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시간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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