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왜 서로를 다치게 하며 버틸까

분노의 대상이 되었다가 분출구도 되어주는 관계에 대해

by 랭크작가

어쩌면 부부는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상태에 들어간다. 내 안에 쌓인 압력이 너무 커서, 이걸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면 내가 무너질 것 같을 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던지게 된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산다. 문제는 그 스트레스가 다시 돌아온다는 데 있다.


나는 살기 위해 상대에게 스트레스를 넘기고, 상대는 그 부담까지 포함해 나를 공격한다. 이렇게 주고받는 감정은 결국 서로를 살리는 게 아니라 조금씩 갉아먹는다. 이 관계는 협력이 아니라 제로섬 게임이 된다. 누군가 숨을 쉬면, 다른 누군가는 질식한다.


이 구조는 사랑이 없어서 생기는 게 아니다. 너무 가까워서 생긴다. 배우자는 도망가지 않고,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으며, 내 가장 약한 지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을 감정의 배출구로 삼는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방식이다. 감정을 나누는 것과 감정을 방출하는 것은 다르다. 방출은 상대를 다치게 하고, 다친 사람은 방어한다. 방어는 다시 공격이 된다. 이 반복 속에서 옳고 그름은 사라지고, 남는 건 탈진뿐이다.


부부 사이의 전쟁은 말의 내용이 아니라 출구의 문제다. 스트레스를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옮기는 한, 이 게임에는 승자가 없다. 출구를 사람에서 환경으로 옮길 때, 비로소 관계는 싸움이 아닌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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