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내가 먼저 보낸 메시지에도 답장은 없었다. 별일 아닌 것처럼 넘기려 했지만, 하루가 끝나갈수록 마음 한쪽이 서늘해졌다. 머리는 다들 바쁘겠지, 우연이겠지 말하지만, 몸은 먼저 반응한다. 존재감이 얇아진 느낌, 내가 오늘 여기 있었나 싶은 감각.
연락이 없다는 건 외로움과 조금 다르다. 그건 고립이라기보다, 세상과 연결돼 있다는 신호가 오늘은 하나도 오지 않았다는 느낌에 가깝다. 내가 사라진 건 아닌데, 아무도 나를 불러주지 않은 하루. 그래서 괜히 내가 잘못한 건 없는지, 너무 차가웠던 건 아닌지, 나를 돌아보게 된다.
하지만 연락의 부재가 곧 가치의 부재는 아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하루 안에서 허덕이며 산다. 누군가는 답장을 미루고, 누군가는 잊고, 누군가는 여력이 없다. 그건 나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그들의 상태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그럼에도 이런 날은 유독 더 크게 남는다. 내가 요즘 먼저 쏟아내고, 먼저 이해하고, 먼저 버텨왔기 때문이다.
아무도 먼저 오지 않는 날은 그래서 더 허하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을 성급히 해석할 필요는 없다. 오늘은 관계를 판단하는 날이 아니라, 감각을 느끼는 날이다. 연락이 없었던 하루에도 나는 분명 여기 있었고, 숨 쉬고, 생각하고, 하루를 건넜다.
조용한 날은 관계가 끝났다는 신호가 아니라, 숨을 고르는 날일 때가 많다. 오늘은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그 사실만으로 내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오늘은 조금 조용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