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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문학 테라피스트 R Nov 29. 2019

우리에게 행복이 필요하듯, 행복에게도 우리가 필요하다

행복이를 찾아서

  

‘행복’이라는 단어는 결코 낯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매번 우리의 손에서 미끌어져 나가는, 그 무엇이기도 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 하루 나는 행복했는지 곰곰이 생각하자면 과연 확신있는 대답을 할 수 있었던 날이 얼마나 되었나, 싶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실은 인생의 목적, 곧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는 꿈을 이루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행복을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하면 우리는 매일 행복할 수 있을까요? 오늘은 행복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한 학자가 제시하는 흥미로운 사실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흔히 성공과 부, 건강, 유익한 인간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우리는 ‘행복할 것이다’라고 상상합니다. 하지만, 이는 행복을 가져오는 요인이 되지는 못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우리가 행복하고 충만한 상태”가 되었을 때 이런 조건을 끌어당길 수 있는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지난 몇 년 간 수많은 정신의학자와 뇌 과학자들이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름하여 ‘긍정심리학’이라고 불립니다. 이 ‘긍정심리학’의 쟁점은 과연 인간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때로 우리는 행복이라는 신기루를 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순간적인 행복에 도취되어 그것을 영원히 지속하려는 헛된 망상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행복을 감지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 따로 있어서 소소한 행복조차도 진정한 행복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행운을 누군가만이 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봄직도 합니다.




그럼에도 긍정심리학자로 불리는 이들은 부지런히 행복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고, ‘행복 방정식’을 고안해 내게 됩니다. 이에 따르면 행복지수는 다음의 세 가지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합니다.     


행복=세트 포인트+삶의 조건+자발적인 행동    



우선, 세트 포인트는 ‘뇌에 입력된 기본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합니다. 행복해질 수 있는 성향을 나타내는 뇌의 메커니즘을 말합니다. 불행한 사람은 모든 상황을 문제로 여기는 뇌 구조를 타고난 반면, 행복한 사람은 같은 상황을 기회로 해석하는 뇌 구조를 지닌다고 합니다. 흔히 예로 드는, “컵에 물이 반 밖에 없다”와 “컵에 물이 반이나 있다”라는 극과 극의 사고방식은 모두 뇌에 입력된 세트 포인트에서 비롯됩니다. 일단 뇌에 입력된 프로그램은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세트 포인트의 40퍼센트 정도는 과거 행복했던 경험에 따라 형성되며, 일부는 선천적인 유전인자의 영향을 받습니다. 유전인자 혹은 어린 시절의 경험 등이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인간의 뇌와 유전자는 굳어진 대로 고정되는 딱딱한 조직이 아니라고 합니다. 매순간 진화하는 부드러운 조직이기에 새로운 경험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가 삶 속에서 ‘행복해지려는 선택’을 꾸준히 한다면 뇌에 특정한 화학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때 발생하는 크고 작은 신호가 장기적으로 뇌구조를 형성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줍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우리가 매번 ‘행복해지려는 선택’을 하는 노력을 기울이면 된다는 것입니다.     


행복방정식의 두 번째 요소는 삶의 조건입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삶의 조건이 나아지면 그만큼 행복할 거라고 기대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삶의 조건이 전체 행복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7-12퍼센트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로또에 당첨됐다거나 원하는 물건을 얻었다거나 하는 등의 상황에서 느끼는 행복감은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행복지수는 원래대로 돌아가거나 심지어 더 낮아지기도 합니다. 스트레스 전문가들은 극도로 행복한 경험으로 인해 생성되는 스트레스를 ‘유스트레스’라고 부르는데요, 인간의 몸은 스트레스와 유스트레스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두 경우 모두 몸에서는 같은 스트레스 반응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행복지수의 50%를 차지하는 것은 세 번째 요인인 ‘자발적인 행동’입니다. 자발적인 행동이란 우리가 매일 행하는 크고 작은 선택을 말합니다. 연구결과, 일상의 자잘한 즐거움은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행복에 결정적인 작용을 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물건을 사는 등의 행동은 순간적으로 기분전환을 가져오지만 그 효과는 몇 시간이나 며칠밖에 지속되지 않습니다. 반면 우리의 어떤 선택은 깊은 내면의 행복감을 안기는데요, 그것은 다름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한 어떤 일’을 한다거나 ‘창조적인 일’을 하는 것, ‘자신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일’ 등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습득된 행복은 그 유효기간이 제법 깁니다. 더 나아가서는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합니다.     




행복 방정식에서 살펴본 대로 세 번째 요소인 ‘자발적인 행동’이야말로 행복이라는 보물창고를 풍요롭게 채울 수도 혹은 텅 빈 채로 방치할 수도 있는 키포인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라고 한다면, 행복은 아주 먼 곳에 머무는 바람같은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곁에서 언제든 우리가 ‘옳은 선택’을 하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존재가 아닐까요? 서툴고 부족하지만, ‘타인을 향한 배려’, ‘창조적인 일’, 또 ‘스스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는 일’ 등을 하루 한 가지씩만 실행해 나간다면 저절로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르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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