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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랑이 Jul 15. 2015

#5 그 시절 내가 살았던 세상

랑랑에게 중국이란...

오늘같이 비오는 날이면 이상하게 보름달을 맞이한 늑대마냥 난 어쩔줄을 몰라한다. 감성 폭발이라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나의 신경질적인 지랄병이 또 도진건지, 혹은 B형 인간의 피가 또 자유로움을 갈망하며 들끓고 있는건지, 정확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마도 그 때 그 시절이 그리워져서, 안달이 난 모양이다. 

찌는듯이 무더웠던 어느 여름날, 나는 4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낯선 그 곳에 처음 발을 들였다.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그 문을 들어선 순간, 나는 더럭 겁이 났다. 이 곳에서 4년을 보내야 한다고? 그것도 나 혼자서 말이다. 말이 안된다. 잔뜩 겁이 난 토끼마냥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선 그 방, 8개의 침대가 위 아래로 둘둘씩 놓여있었다. 그리고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는 몇쌍의 눈동자들, 나랑 똑같이 잔뜩 겁이 난 꼴이다. 그 순간 빵 터졌다. 그들도, 나도 말이다.

이미지 출처 : 바이두



그렇게 시작한 새로운 나의 인생, 그 날 나는 "가난한 대학생"이란 새로운 신분을 얻게 되었다. 더이상 소심하고 겁많던 토끼도 아니다. 아주 그냥 고삐 풀린 망아지였다. 나와 나의 망아지 친구들은 4년동안 쉬지 않고 여기저기 헤집고 다녔다. 역시, 지난 세월 공부란 사슬로 내 자신을 꽁꽁 묶어놓았지만, 피는 못속이나보다. 난 그냥, 타고난 B다. 

난생처음 친구들과 함께 땡땡이란 걸 쳐봤다. 

하루종일 침대위에 누워서, 빌린 연애 소설을 읽으면서 코를 훌쩍거렸다. 다 큰 계집애 8명이 함께 말이다. 

PC방에서 밤새 대만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면서, 언제 내게 이런 백마 탄 왕자가 하늘에서 뚝 떨어질까 하고 꿈을 꾸기도 했다. 그리고는 그 다음날 팅팅 부은 눈으로 수업을 들으러 갔다가, 교과서에 침만 진탕 흘리면서 잠에 곯아떨어지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바이두


이미지 출처 : 바이두

오지랖 넓게 나의 망아지 친구가 짝사랑 하는 남자아이에게 겁없이 대신 고백까지 했다. 여자친구가 있는 몸이었지만, 난 옆에서 아주 그냥 근거없는 자신감을 불어주었다. 골 키퍼가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냐고 하면서. 결론은... 골 키퍼가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는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몰랐던  건, 골을 넣는 순간, 난 더이상 공격수가 아닌, 새로운 골 키퍼가 되버렸다는 사실....덕분에 나의 망아지 친구는 그 후 오랜 시기 힘든 골 키퍼생활을 했다것 아닌가? 

이미지 출처 : 바이두

우린 근처 대학교의 기숙사 전화부를 얻어서, 마구잡이로 전화를 걸었다. 여학생이 받으면 전화를 끊어버리고, 남학생이 받으면 미팅을 하자고 제안 했다. 그 때 전화 받았던 남학생의 표정을 보지 못했 던 것이 지금까지도 내겐 한으로 남아있다. 물론 미팅은 끝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밖에 말린 빨래가 아래층 남학생 기숙사로 떨어지는 바람에, 망아지 친구와 함께 남학생들이 욱실거리는 남자 기숙사에로 돌진 했었다. 두번 가고 싶지 않은 방이었지만 말이다. 거기서 아담한 키의 꼬맹이 남학생한테 대시까지 받았다. 앞에서는 천사표 웃음을 날리고, 뒤에선 내 인생엔 왜 이런 똥파리들만 꼬이냐고 툴툴 대기도 했다. 난 그때부터 이중인격자였나보다. 

이미지 출처 : 바이두

밤이면 우린 함께 이불을 뒤집어 쓰고 张震讲鬼故事(장진이 들려주는 귀신 이야기)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밤새 "롱 베케이션"을 보면서 기무라 타쿠야의 "미나미!"에 헤벌레 하기도 했다. 

이미지 출처 : 바이두

영문 speech 경연에서 "life has no rehearsal"을 외쳤던 나, 결과는 예상대로 참패!  역시 난 speech랑은 안 어울려, 라디오 방송이라면 잘 할 자신 있다고 자신을 스스로 위로했던 그 날, 그 날도 오늘같이 가랑비가 왔었던가? 

평균 키가 170cm인 우리반 남학생들,  총 출동하여 학교 농구 시합에 출전했던 그 날, 우린 70:10으로 개망신을 당했다. 그렇다, 우리 반 남학생을 다 합치면 마침 5명이다. 천만다행이지 않은가? 

이미지 출처 : 바이두

타이타닉의 오글거리는 대사 "you jump I jump"를 외치면서 난생처음 주인공 역할을 맡았던 그 날,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물론 Jack역으로 나왔던 그 남학생의 얼굴이 Jack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는것도 기억난다. 나 역시 Rose는 아니었으니, 서로 용서 하는걸로...

이미지 출처 : 바이두

아무리 적어도 끝이 없는 그 시절 이야기,

그 때 걸었던 운동장, 

읽었던 연애 소설, 

밤새 봤던 "롱 베케이션", "꽃보다 남자",

킁킁거리며 맡았던 싱그러운 꽃향기,

어깨위로 쏟아졌던 그 따뜻했던 한줄기 햇살...

모두가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적 있다. 

자신은 절대 다시 가난했던 학생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음...

나도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다. 

왜냐고?

행복했던 그 시절은, 영원히 맘속에만 간직해야 하니까. 

내 생애 한번뿐인, 내가 살았던 세상이었으니까...

                                                                                                                      

                                   

                          감성폭발 B형 여자 인간.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어느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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