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2:새로운 내가 태어나는 날-에스텔의 세례 감사문

김치에게 빠진 짜장면

by 랑랑이

그 날, 나는 에스텔이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의 속 마음을 부끄럽게 털어놓았다.

"새 아가, 내가 너한테 원하는건 이것 밖에 없단다.결혼 후 성당 생활만 열심히 하다오.”


저희 시어머님께서 결혼 전에 해 주신 부탁 한 마디에 멋 모르고 쉽게 성당 생활을 시작한 저 입니다. 아직도 한국 포이성당에서 남편과 첫 미사를 받았을 때의 충격적인 장면이 눈앞에서 가물 가물 떠오릅니다.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소리쳐 “하느님,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사람들, 앞에서 이를 지켜보시며 전례를 집전하시는 하얀 제의를 입으 신 신부님, 그리고 하얀 미사보를 둘러쓰 신 수녀님들…모든것이 낯설기만 하였습니다. 그냥 원숭이가 사람 흉내 내듯이 남편이 하는 대로 따라 하기만 하였으나, 그것 마저 저한테는 쉽지가 않더군요. 그 후 남편이 직장을 제 고향 대련으로 옮기자 ,저는 사실 한 시름 놓았습니다. 한국이 아니니 이젠 성당을 다니지 않아도 되겠구나라는 안도감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웬 걸, 대련에 오자마자 대련 한인 성당부터 먼저 찾는 남편이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었죠, 신앙이 남편을 비롯한 모든 신앙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그렇게 작년 10월부터 대련에서의 힘든 신앙의 여정이시작되었습니다.일주일에 한번밖에 없는 미사지만, 처음에는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 이었습니다. 보이지도 않고 만지지도 못하는 하느님께 감사한다는 말을 끊임 없이 반복하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이해가 안되고 의심부터 들었습니다. 과연 나를 보호 해 주시고 지켜주실 하느님이란 존재가 있는걸가? 내가 진심으로 기도를 하면 하느님이란 분은 내 소원을 들어주실 수 있는걸가?


그렇게 방황하던 저에게 어느날 걸려오신 시어머님의 전화 한통: “아가야, 한번 교리를 받아 보는 것이 어떻겠냐? 네 마음부터 열고 마음속에 품었던 의심을 털어버리고 ,그 분을 한번 느껴보거라.” 그렇게 “설상가상”으로 교리수업까지 시작 한 저. 그래, 어차피 시작 했는데 어디 한번 가보자. 모든 것을 포기한 심정으로 수녀님의 교리수업을 듣게 되었는데, 웬 걸,시어머님 말씀 대로 의구심을 털어버리니 수녀님께서 말씀 하신 내용들이 정말 귀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 하였습니다. 어릴적부터 받아 왔던 무신론적 교육사상과 충돌되는 면도 없지 않아 있어서 힘들었던 부분도 많았지만, 일단 그 분을 믿자고 결심 해보니, 거부했던 마음이 조금씩 스스로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내 자신한테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 했답니다. 도시생활의 복잡함속에 종종 불안해 하고 침착성을 잃었던 제 맘이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 하고, 기도를 통해서 잘못 했던 일상을 뉘우치고 긍정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Live를 거꾸로 쓰면 Evil. 산다는 것 자체가 악이다.” 하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느낀건 거꾸로 산 삶은 악으로 될 수 밖에 없지만, 똑바로 산 삶은 절대로 악이 아니라는것을. 그리고 제가 지금 바로 하느님께서 제시하신 바른 삶에로 한발자국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또한 하느님께서는 저를 포함한 모든 자녀들을 옳은 길로 갈 수 있도록 인도 해주실 거라는 것을. 그래서 지금은 세상이 너무나 아름답고 삶에 대한 의욕이 생깁니다.


입으로만 신앙생활을 해온 저를 이렇게 자녀로 받아주신 하느님 , 그리고 천주교는 제게 많은 부끄럼을 느끼게 만듭니다. 비오는날 그냥 비맞고 가는 사람들을 보는데 선뜻 다가가서 우산을 씌워주는게 아직도 부끄럽고 망설여집니다..제 맘은 안 그런데.. 실천하는게 참 힘드네요. 아직 여러모로 부족 하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부족한 제 자신을 조금씩 채워 나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으로 제가 신앙생활을 계속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잘 이끌어주신 신부님, 교리수업 때 차근차근 잘 깨우쳐 주신 송마리아 휘델리아 수녀님, 그리고 평소에 도움을 많이 주신 교우님들, 특히 부족한 저에게 대부모를 해주시겠다고 선뜻 나서주신 모니카님, 마지막으로 신앙생활로 이끌어 주신 시어머님과 남편에게도 너무 감사합니다.


에스텔 올림

2011년, 4월24일 부활절

중국 다롄 성당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