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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타 RANTA Jan 08. 2025

같은 금액인데 왜 다르게 느낄까

이것도 심적회계?


프로 N잡러라도 분명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치중하는 업이 있을거고, 조금은 가볍게 처리하는 업도 있을 것입니다. 당연히 수익도 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제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이 비중에 대한 문제였는데, 간단하게 사람들의 체감 비용을 알고 싶어 친구들과 변에 물어 봤을 때 생각보다 명확하더라구요.


디자인 외주 50만원이라면 어떤 것 같아?

-> 너무 저렴한거 아냐? 말도 안돼.


공방제작 가죽가방 50만원이면? 

-> 히이익?! 너무 비싸다고 느껴져.



같은 금액에 대해 현저히 다른 가치를 갖는 것을 보니 오래 고민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습니다. 이게 수작업과 디지털 작업의 차이인지, 실용품과 창작물의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심적회계가 다른 것 같아요. 전자는 프로페셔널 처럼 느껴지고 후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느낌일까요?


개인적으로 작업 난이도는 항상 디자인이 더 수월한 느낌입니다. 대체로 너무나 익숙한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 중심으로 작업을 하게 되고, ctrl+z 는 뭐 거의 수십 번 쓰는 느낌이죠. 가죽은 로스 발생율도 무시 못하고 실수가 나면 다시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곤 하구요. 물론 그 비효율성이 바로 수작업의 매력인건 확실합니다. 그치만 수십년을 한다는 긴 시선으로 바라볼 때엔 감내해야할 손해에 마냥 허허 할 순 없어요.


'사랑받고 잘 나가는 브랜드'에 대한 미련이 없는건 아닙니다. (저같은 경우 공예 강사일엔 애초에 별 관심 없고 제품 판매가 재밌어요.) 장인 대우 받으며 작은 소품 하나 수십만원, 가방 몇 백만원 받을 수 있는 공예가는 1% 쯤 되려나요...?

명품 브랜드화 하려면 현실적으로 마케팅에 돈을 무지막지 쏟아야만 하더라구요. 적당히 알려지고, 보람있는 정도는 메인잡으로서 돈벌이를 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는게 제 결론이었습니다. 팔로워가 많거나 칭송받는 공예가는 아니기에 내릴 수 있는 극히 현실적인 결론인 듯 해요.


아무튼 제가 2년 전부터 블렌더3D (+컨셉아트) 독학을 시작한 것은 직업의 비중 전환을 시도중인게 맞아요. 먹고 사니즘에서 더 나아간 점핑을 원하는데, 취업을 염두에 두는 것은 전혀 아니고 지금의 사업자를 유지하면서 자체 컨텐츠를 출시하려고 합니다. 이미 2D 에셋으로 가능성은 충분히 봤어요. 열심히 사는 올해가 되어야겠지요.


덧붙이자면 평생 수공예를 그만 둘 생각은 없습니다. (이렇게 까놓고...?) 이때까지 가죽공예를 위해 들인 많은 것들 - 도구나 장비를 마련하는 투자 비용은 이미 회수했더라도 스킬을 배우기 위해 들인 시간, 제품군을 만들어내고 스토어에 들인 시간 - 절대 무시 못하지요. 공예든 그림이든 아날로그 수작업은 저의 행복도와 직결되어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예정입니다. 

3D 디자인으로 돈 많이 벌어 취미로 가죽공예 쇼룸 만들 그 날까지!! (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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