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할 때는 몰랐던 행복
앗 차가워! 으~ 엄만 못 들어가겠어. 막내딸이 나에게 물을 끼 얻는다. 하지 마~아! 한 계단 내려가서 부르르 두 개단 내려가서 움츠린다. 서서히 차가운 물에 적응이 된다. 막내딸이 꼭 안아준다. 이러면 덜 추워. 차가운 물속에서 꼭 안아주는데 딸의 온기가 느껴진다. 기분이 좋다 행복하다.
나는 딸만 셋이다. 아이들이 어릴 적 셋을 데리고 목욕 가서 때를 밀어주고 나면 나는 녹초가 되었다. 딸들을 지우개 삼종세트라고 불렀다. 지금은 커서 집에서 씻는다고 잘 안 가려 하지만 너무 오랜만의 목욕탕이라 그런지 가자고 하니 따라나섰다.
대중탕을 다시 간 것이 2년 만인 것 같다. 코로나로 대중탕을 갈 수 없었으니 말이다. with코로나 이야기가 나오면서 젤 먼저 기대되는 것이 목욕탕이었다. 집에 욕조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물을 받아서 몸을 담가도 개운하지가 않았다.
꽃집 일에 적응하느라 그런 건지, 쉬는 날이라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여느 때도 피곤하긴 했지만 너무 힘든 아침이었다.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 삭신이 쑤신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에잇 도저히 못 참겠다. 지인이 얼마 전에 마스크 두 개 쓰고 목욕을 다녀왔다는 소리를 들었다. 코로나 예방주사도 3차까지 맞았겠다. 한번 걸렸다 나았으니 괜찮겠거니 싶었다. 나도 마스크 두 개 쓰고 가보자 하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목욕탕에 사람이 별로 없었다. 호기롭게 갔어도 내심 다행이다 싶었다. 온탕을 보니 37도라고 온도가 표시되어있다. 천천히 온몸을 푹 담가본다. 뜨거움도 잠시 온몸이 쫙 풀리며 너무 시원하다. 혈액순환이 되며 뭉친 근육이 노골노골 해진다.
내친김에 새신사 언니들께 세신을 받고 싶어졌다. 나는 명품백도 명품 옷도 가방도 관심이 없다. 나의 최대 사치는 목욕탕에서 세신사 언니들에게 세신을 받는 것이다. 제일 처음 받은 기억은 큰아이를 낳고 친정엄마와 목욕을 갔을 때다. 엄마가 돈 내줄 테니 받으라고 해서 처음 경험을 했는데 너무 시원하고 좋았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피곤할 때면 직접 때를 밀지 않고 세신사에게 몸을 맡긴다.
세신을 하고 딸아이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장난을 치고 깔깔거리며 놀다 보니 너무 즐겁다. 그전에는 목욕탕에서 이렇게 행복할 줄 몰랐다. 행복은 별것 아닌 일상에서 오는 것임을 새삼 깨닫는다.
올해는 수영장도 갈 수 있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