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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어쩌다 첫 수업

전화가 왔다. 핸드폰 화면 이름을 보니 내가 너무 통화하고 싶었던 그녀다. 항상 바쁜 걸 알기에 전화를 하고 싶어도 일하는데 방해가 될까 싶어 하지 못했다. '어머! 웬일이지?' 첫사랑의 전화도 그리 기뻤을 것 같지 않다.  그녀,  꽃집 사장님의 전화 0월 00일 00 중학교에 원예활동 수업이 있는데 강사 한 명이 부족해서 와 줄 수 있냐고 했다. 생각할 것도 없이  "네 당연히 해야죠" 했다. 학생을 가르친 경험도 없고 꽃을 가르친 경험도 없지만 기회는 왔을 때 잡는 거다.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었다.   

             

수업 준비로 그녀가 보내온 자료로 ppt도 만들고 벼락치기로 식물 공부를 했다. 식물에 대한 건 그동안 학원에서 배운 것도 있고 경험과 지식으로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어린 학생들을 수업한다는 건 첨이라 좀 긴장이 되었다.   

             


수업 당일 그녀의 꽃집으로 갔다. 1학년 전체 수업이라 나까지 4명의 선생님이 투입되었다. 작은 화기에 생화꽃꽂이를 하는 수업이었다. 장미와 거베라, 카네이션, 소국 등을 아침부터 분주하게 인원수에 맞추어 나누었다. 4명이 장장 3시간 동안 준비를 했다. 준비를 다 하고 나니 꽃의 줄기와 잎으로 가계 안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치울 새도 없이 학교로 갔다.      

          

요즘에는 중, 고등학교에서 진로를 위한 직업체험활동을 많이 한다. 남중이었지만 플로리스트 체험을 하는 것이었다. 교실로 들어가니 "이게 뭐예요?"  "무슨 꽃이에요?" 하며 아이들이 내 주변으로 모여든다. 처음에 남중이라고 해서 '남학생들이 좋아할까?' 하는 생각은 나의 선입견이었고 틀린 생각이었다.  

              

진로체험 수업이니만큼 플로리스트에 대해 설명하고 식물 관련 국가자격증과 관련대학 학과는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었다. 그중 꽃과 식물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친구들을 위해 기능경기대회를 소개했다. ‘우리나라에는 기능인들을 위한 대회가 많이 있다. 마이스터넷(숙련기술인 포털)이라는 사이트를 보면 자세히 나와있는데 화훼종목도 기능대회 종목 중 하나이다.’     

           


지방기능경기대회는 4월쯤 열리고 여기서 입상을 하면 기능사 시험이 면제된다. 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상을 타면 전국기능경기대회에 나갈 수 있다. 입상 시 산업기사 실기시험이 면제되고 국제대회에 출전이 가능하다. 국제기능 올림픽대회는 만 23세 이하만 출전이 가능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준비를 하면 훨씬 유리하다. 국제대회에서 입상을 하면 해당분야 국가기술자격 산업기사 자격시험 면제되고 병역대체복무가 가능하다. 동일 분야로 대학을 가는데도 유리하다.     

           

이론 수업이 지루할 텐데도 아이들은 집중을 잘했다. 진로 담당과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아이들 이렇게 오래 집중하는 모습 처음 봐요" 모두 재료를 받고  설명을 들으며  "이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질문도 하고 너무도 진지하게 꽃을 꽂았다. 수업이 끝난 후 꽃을 들고 집으로 가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처음이라 정신은 없었지만 수업을 무사히 마쳤다는 생각에  성취감으로 뿌듯했다.     

           

건축회사를 다닐 때 어른을 상대로 강의를 한 적은 있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 강의를 제안받았을 때만 좀 떨렸을 뿐  준비를 하면서도 긴장이 되지 않았다. 다른 때 같으면 떨려서 전날 잠도 잘 안 올 만 한대 잠도 잘 자서 컨디션이 좋았다.  대신 다녀온 후 집에 오니 해냈다는 기쁨 때문인지 잠이 잘 안 왔다. 두 반 수업을 했는데 첫 반에서는 설명을 잘 못해 준 것 같아 다시 가서 이걸 빼먹었다고 말해 주고 싶은 심정도 들었다.  아무래도 첫 반 수업보다. 두 번째 반 수업을 더 차분하게 한 것 같다.    

             

이번 수업을 계기로 그녀와 한걸음 가까워진 듯하여 조금 안심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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