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쉬운듯하지만 어려운 꿈
어릴 적부터 독후감 쓰기, 글짓기를 정말 싫어했다. ‘난 정말 못써!’라고 자랑스러운 듯 이야기했다. 사회생활을 해보니 설계회사나 지도 제작회사 캐드를 쓰는 회사들은 글쓰기가 필요 없었지만 제조업의 회사를 가니 상황이 달라졌다. 찐빵 한 개 마진 50원도 안 되는 회사나 집 한 채 지어 천만 원 버는 회사도 제품을 홍보하기 위한 글을 써야 했다. 글을 못 쓰니 다른 사람 것을 베꼈다. 흉내를 내 억지로 썼다. 너무 하기 싫었다. ‘난 못하는데’라는 생각이 박여서인지 글쓰기가 고역이었다.
일찍 결혼을 해 내가 육아로 바쁠 때 친구들은 회사 다니랴 연애하랴 바빴다. 나의 아이들이 자라 손이 덜 가게 되니 친구들은 아기를 낳고 키우느라 바빴다. 그러다 보니 서로 연락이 뜸해졌고 외로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라도 소리칠 소통의 창구가 필요했다. 그 무렵 블로그가 한참 붐을 이루었다. 나도 블로그로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이것저것 끄적였다. 육아이야기, 일상의 이야기를 글로 썼다. 처음에는 연락이 뜸했던 친구들과도 소통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하나둘씩 친구들이 외국으로 나가기도 하고 직장생활로 바빠지다 보니 시들해졌다. 글쓰기가 자신 없어 블로그에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쓰던 글도 이런 개인사를 누가 볼까 싶어 그만두었다. 방치된 블로그는 마음 한곁에 잘하고 싶은 소망으로 숙제처럼 자리 잡았다. 블로그가 개설한 지 오래되니 홍보용으로 쓰게 대여나 판매를 하라는 쪽지만 하루에도 수십 통이 왔다.
건축회사에 들어갔을 때다. 오픈 마켓이 없으니 홈페이지나 카탈로그에만 글을 쓰면 됐다. 내가 초안을 잡으면 실장님이 수정했다. 실장님은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쓴다. 고쳐준 글을 보면 자연스러웠다. 군더더기 없이 문맥도 매끄러웠다. 수정된 글을 보며 띄어쓰기와 같은 단어를 반복하지 않는 것을 보며 배웠다. 다음번에 쓸 때는 잘 써봐야지 생각하니 글이 달라졌다. 조금씩 자신감을 가졌다. 그러면서 솔직하게 쓰게 되었다. 솔직하게 쓰니 편안했고 글도 더 잘 써졌다. 하지만 더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욕망이 강해졌다.
꽃도 배우고 있고 퍼스널 브랜딩을 통해 블로그 리모델링도 했으니 지금이야 말로 좀 더 전문적인 글쓰기공부가 필요하다 느꼈다. 학원을 다니며 온라인 강의로 글쓰기 공부를 병행했다. 클래스의 이름은 ‘라이팅 포 라이프’ 앞 자를 딴 ‘라라 프로젝트’다. 이름도 신선하다. 글쓰기 수업은 각과정이 4주로 이루어져 입문, 심화, 완성으로 나뉜다. 입문 때 같은 주제로 각자의 글을 썼다. 주제가 같은데 전부 다른 내용이 나온다는 게 신기했다. 입문반에는 워밍업적인 글쓰기를 한다면 심화반 완성반으로 갈수록 좀 더 심도 있는 글쓰기를 한다.
배우다 보니 어렵게만 느껴졌던 글이 써졌다 신기했다. 지금에 와 생각해 보면 글을 아주 안 쓴 것은 아니었다. 마음이 답답하거나 우울한 일이 있을 때 비밀일기를 썼다. 요 비밀일기는 일기장 열쇠가 고장 나 큰딸아이에게 나의 연애사와 비밀이 다 탄로가 났다. 드라마로 제작해도 되겠다며 나를 무지하게 놀렸다. 읽는 사람을 생각해서 썼다기보다는 학창 시절의 나의 답답한 마음을 글로 썼던 것 같다. '이게 다 바탕이 되었구나!' 생각된다.
꽃집을 창업하기 위해 마케팅을 할 때 글을 쓰려고 배우기 시작했지만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다 보면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가 된다. 글을 쓰기 위해 내 안의 나와 대화하게 되고 아픔이나 결핍이 스스로 치유됨을 느낀다.
‘글을 왜 쓰는지’ 질문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꽃집 하기 위해 글을 쓴다고 했다. 결국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다. 식물을 키우며 치유되는 감정을 전하고 싶다. 인생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다. 지금까지 살면서 실수하고 후회한 것,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을 나누고 싶다. 힘들어도 살 만한 인생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