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워낙 오래 키웠고 꽃을 좋아하는 마음은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으니 걱정이 되지 않았다. 꽃으로 상품을 만드는 기술은 학원에서 배우고 있고 창업 후 운영하면서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 생각했다. 생물학적 지식은 차차 공부하면 된다는 판단이 섰다.
그러나 마케팅을 생각하니 막연했다. 꽃집을 한다고 사람들이 사러 올까? 아는 사람이 많은 것도 아니고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하지? 걱정이 앞섰다. 그동안 여러 회사에서 온라인판매를 위한 상세페이지 만들기나 유튜브 영상을 촬영해서 편집을 하기도 해 서툴지만 기술적인 것은 할 줄 알았다. 하지만 오프라인매장의 홍보는 어찌해야 할지 감이 안 왔다.
마케팅과 홍보방법에 대한 것을 알아보다가 퍼스널브랜딩을 알게 됐다. 퍼스널브랜딩이란 나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홍보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분야에서 내가 원하는 역할을 상대가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것!” 딱 내가 필요한 부분이었다.
어려서부터 꿈이 없었다. 다만 후회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성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았다. 그 하루하루가 모였을 때 시간이 지나면 무언가 되어 있으리라는 막연함으로 지냈다. 그러나 지금에 와 뒤돌아보니 후회 투성이다. 너무 계획 없이 살았다는 생각에 퍼스널브랜딩을 통해 나를 찾고 싶었다.
퍼스널브랜딩을 하는 중 브랜딩 콘셉트와 콘셉트명을 정해야 했다. 식물이 좋아 꽃농사를 짓고 싶어 알아보니 일반 농사보다 몇 배는 더 힘들다고 했다. 조경 쪽 일을 해보고 싶은데 조경업은 숲을 조성하거나 환경을 개량하는 조경공사업이라 식물만 다룰 줄 안다고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찾다 보니 여자 혼자 할 수 있는 꽃집을 선택한 것이었다. ‘꽃을 파는 나도, 꽃을 사 가는 사람도 힐링을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콘셉트명을 힐링 플로리스트 쪽으로 잡았다. ‘내가 힐링을 시켜준다?’ 힐링이라는 의미는 좀 치유적인 느낌이 많이 들었다. 더 가볍게 접근하자는 쪽으로 생각을 다시 했다.
막내가 그린 우영우
큰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영어로 된 글보다 한글로 된 게 좋을 것 같다 했다. 순우리말을 찾아보니 라온이라는 글자가 맘에 들었다. '라온' 순우리말로 ‘즐거운’의 뜻을 가진 단어다.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꽃을 만드니 즐거운 플로리스트인 것이다. 이렇게 해서 ‘라온플로리스트’라는 콘셉트명이 탄생했다.
콘셉트명을 정했으니 꿈을 실현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세우고 5년 후의 나의 모습을 써보는 과제가 남았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실행해야 할 일들이 명확히 한눈에 들어오도록 만다라트표를 채우라 했다. 만다라트표란 활짝 핀 연꽃 모양으로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발상해 나가는 데 도움을 주는 사고 기법이다.
만다라트 표는 기본적으로 3X3 총 9칸에 1개의 핵심목표와 8개의 실천내용을 적는다. 핵심목표를 적은 칸 사방으로 다시 3X3 9칸을 둘러 실천내용을 가운데 두고 8개의 구체적인 계획을 쓴다. 이렇게 하면 한 개의 핵심목표, 8가지의 서브목표, 서브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방향 64개가 나온다. 나는 핵심목표로 맨 가운데에 ‘라온플로리스트 되기’라고 썼다. 서브목표로는 독서, 창업공부, 정보수집,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위한 집안관리, 건강관리, sns마케팅, 성공습관, 브런치작가되기를 썼다. 서브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할 일을 채워보니 해야 할 일이 한눈에 들어왔다. 만다라트표를 작성한 것만으로도 꿈이 이루어진 듯한 착각에 빠졌다.
이대로만 실천한다면 꽃집사장으로 성공한 5년 후의 나의 모습이 이루어질 것 같다. 꿈꾸는 데로 생각한 데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꿈을 꾸다 보면 행동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 뒤돌아보면 이루어져 있다고 했다. ‘아! 그래서 나에게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나 너무 무계획적으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퍼스널브랜딩을 통해 좀 더 나의 내면을 관찰하게 되었고 그 계기로 나와 한층 가까워졌다. 실천 계획을 세우다 보니 해야 할 일이 명확히 보였고 더불어 마음은 더 바빠졌다. 마케팅의 방향을 잡았으니 그동안 늘 목말랐던 글쓰기도 배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