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키우는 방법
추운 겨울이 지나고 움츠렸던 몸이 펴지는 봄이 왔어요.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싶고 놀러 나가고 싶은 계절이 왔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며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네요.
“뛰지 말고 걸어서 가자.”, “위험하니까 손잡고 가.”, “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봐.”
오늘은 별일 없겠지 하며 함께 산책을 나서지만, 나오자마자 입에서 잔소리가 끊임없이 나와요. ‘왜 나왔을까, 힘들다, 혼자는 데리고 나오지 말아야겠다’ 등 속으로 후회를 하죠. ‘아이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하니 궁금할 거야’라고 이해해보려 하지만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아이의 눈에는 어떤 것이 보이는 걸까요? 무엇을 알고 싶어 그런 걸까요? 생각보다 이유는 단순했어요.
‘그냥’
단순한 호기심이었어요. 호기심에 그냥 만져보고, 열어보고, 눌러보고… 그냥 들여다보는 건 심심하거든요. 대상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아이는 어떤 것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었어요. 어른의 시선으로는 그 재미를 이해하기 힘든 거죠.
아이들의 호기심은 궁금증에서 끝나지 않고 상상으로 연결이 돼요. 그림책 <왜 안 보여요?>를 보면 천방지축 남매를 말리는 엄마, 아빠가 있습니다.
놀이터에서 집에 안 가는 아이들에게 “미끄럼틀 그만 타고 집에 가자.”,
서류정리하는 중 종이비행기 접는 아이들에게게 “만지지 말고 그냥 둬.”,
청소 중 침대에서 뛰는 아이들에게 “침대에서 뛰지 마!” ….
이럴 때마다 아이들은 “왜 안 보여요?”라고 반문합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태어났을 때부터 신비한 안경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아이들 눈에는 3D안경을 쓴 것처럼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거죠. 그런데, 아이가 깨져버린 엄마, 아빠의 안경을 발견합니다. 언제 잃어버렸는지 모르는 그 안경을 다시 쓰고 나서야 아이들과 같은 세계로 들어가 함께 즐기기 시작해요.
분명 어른들도 ‘신비한 안경’을 갖고 태어났어요. 살면서, 현생에 치여서 분실되고 그 세상을 잊고 살게 된 거죠. 책의 구성이 참 재미있어요. 페이지마다 ‘왜 안 보여요?’라고 적힌 반쪽 페이지가 있거든요. 그걸 넘기면 신비한 안경을 낀 세상이 보여요. 그러면서 아이의 생각이 이해가 됩니다. 어느 구석에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나의 신비한 안경을 찾아보세요. 그 안경을 쓰고 아이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면 그 호기심에 공감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림책 읽기>
엄마, 아빠의 걱정은 어떤 상상으로 연결되나요?
엄마, 아빠는 언제 신비한 안경을 잃어버렸을까요? (앞/뒤 면지를 살펴보세요,)
‘신비의 안경’은 어떤 안경인가요?
<문해력 대화하기>
아이가 행동할 때 걱정되는 점을 미리 이야기해 보세요. 어떤 행동이 위험한지 함께 나눠보면, 스스로 안전하게 행동할 수 있어요.
아이들의 상상을 들어주세요. 어떤 상상으로 나온 행동인지 물어보세요. 그리고 안전한 범위 안에서 함께 그 세계를 즐기고 키워주세요.
어른이 되고 눈에 보이는 현실에 익숙해질수록 상상력을 잃어가요.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사람들을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보죠. 상상은 허황된 것이 아니에요. 특히 아이의 상상은, 아이를 어느 곳으로도 데려다줄 수 있어요. 그 상상을 통해 발명, 발견을 하고 철학적 사고도 키워지는 거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면 분명 제재가 필요해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이의 상상력이 켜질 수 있도록 함께 그 세상으로 들어가 보세요.
커버 : <왜 안 보여요? / 박규빈 글그림/ 길벗어린이> yes24 표지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