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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대체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길래, 이렇게 만났을까

by 라온제나


살면서 만나는 인연들 중에 대체 저 사람과 난 전생에 무슨 인연이었길래,

지금 이렇게 만났을까 하는 관계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관계가 좋아지지 않는 사람과는 전생에 악연이었나 싶고,

특별한 애씀 없이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과는 전생에 사이좋은 친구나 부부였나 싶다.


얼마전 부모님과의 좁혀지지 않는 마음속 거리때문에 괴로워하다,

H 앞에서 또 한바탕 눈물이 났다.

H와는 비슷한 부모와의 관계 때문에 서로 위안을 받고 용기를 주는 관계다.

몇 년 전에 알게되어 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알아갈수록 우리의 관계가 신기하다.


나이차도 조금 나고, 살아온 환경도 분명 다른데 내가 가진 깊은 고민을 한발 앞서 겪고

여러가지 경험을 하고 있는 선배같다.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서로의 존재에 위안을 받고 용기를 주고받는 우리를 보며

“우리는 대체 무슨 인연이길래 이렇게 만났을까요” 라는 말이 나왔다.

전생에도 좋은 인연이어서 이번생애도 그렇게 흘러가는걸까,

오히려 악연이었어서 이번생에 갚기 위해 이렇게 서로 도움을 주는걸까


부모와의 관계가 가장 힘들고 어려운 나는 도덕적이고 유교적인 마인드와

실제 내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상충때문에 늘 괴로워한다.

많이 변화하고 더 좋아진 부모님임에도 어릴때의 트라우마와 여전히 불편한 부분은 남아있다.

내가 너무 예민한거야, 내가 마음을 바꿔먹어야해 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속의 반항심과 분노의 불길을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나에게 H는 “잘하고 있어요. 처음 만났던 모습과 지금 비교해보면 정말 잘 하고 있어요.

나보다 더 잘하고 있고, 부딪히면서 상처받고 또 부딪히면서 나아가는 모습에 저도 용기를 얻어요.” 라고 말씀해주신다.


H는 부모와의 어려운 관계에서 너무 힘들고 지치지 말라고 신이 내게 보내주신 선물이 아닐까.

이런 인연이 있음에 감사하고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더 평화롭기를, 더 괴롭지 않기를, 더 행복하기를, 더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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