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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g Aug 03. 2015

#Prologue. 사라져버린 도깨비 마을

2014년의 얼씨고빌리지를 추억하며

'실패'해 본 경험이 있나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3일간의 태평성대 마을 - 얼씨고빌리

라인업에 의존하는 페스티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서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생산적이었으면 좋겠다.


뮤지션 좀 더 나아가 예술가(or 창작자 or 아티스트)들의 지속 가능함이라는 공통된 비전 때문에 '리피터'라는 그룹과 '프로튜어먼트(aka.PTM)'가 공동으로 기획한 해변 페스티벌(이라고 이해를 돕기 위해 쓰지만, 우리는 페스티벌을 지향하지 않는다. 3일간 펼쳐졌다 사라지는 '마을'을 지향한다.)


PTM엔 적지 않은 후폭풍을 줬었고,

여러모로 기획하고 구상한 것의 30%도 발휘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은 기획이지만,

다녀간 분들은 웃음을 머금고, 내년에 또 오겠다던 그 콘텐츠.


얼씨고빌리지가 페스티벌과 비교받기를 싫어하는 건, 문제의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 문제 의식을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작년에 잘 정리된 내용을 텀블벅에서 발췌했다.




얼씨고빌리지 3가지 키워드 - '다색의 현재'와 '여백의 과거'의 만남.


첫 번째 키워드 - '한국적인 것'에 대한 고찰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까지 한국적인 것에 대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 '전통'이 한국적인 것인가?  "라는 물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잃어버린 가치를 재생하기 위해서는 전통만을 담아야 하는 건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 또한 한국임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현재와 맞춰질 수 있는 전통을 담아보는 것. 현재와 과거를 같이 담아 낼 수 있는 마을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하고자 합니다.

전통을 이야기 하기에 우리는 부족합니다. 그렇다고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가 그 표면을 등 돌린 체 살아갈 수는 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먼저 해보기로 했습니다.  

현재의 우리에게 '전통'은 어려워선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생활'과 전통이 가까워질 때, 젊은 사람들이 '전통'을 가지고 놀 수 있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 것에 대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키워드 - '이웃사촌'을 만날 수 있는 '마을공동체'


도시의 생활은 혼자일 때가 많습니다.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더 이상 민망해하거나, 창피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과연, 그런 우리는 행복한가요?

도시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며, 사람이 아닌 외로움을 벗 삼게 되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위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만나야 합니다.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고, 각자 비슷하지만 다른 외로움을 가진 사람들.  의지할 수 있는 새로운 관계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웃사촌을 만나고 있을까요? 소음으로 이웃을 해치고 있는 현재입니다.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이웃은 이제 점점 사라져가는 옛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가끔 만나 추억하고, 현재를 위로하며, 미래를 건설하는 우리네 친구. 이웃사촌. 비록 3일이지만. 그래서, 마을입니다.


세 번째 키워드 - '태평성대(太平聖代)'

홍길동전에 나오는 '율도국', 500년 전 토머스 모어가  이야기했던 '유토피아' 삶이 힘들 때, 우리는 이상 사회를 갈망합니다. 신분에 따른, 재산에 따른 차별이 없고, 나라를 다스리는 관리의 횡포 없이 임금의 이름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모두가 평화롭고, 태평한 세상. 우리가 우리로서 안전하게 행복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성대한 마을.  태평성대입니다.

3일 동안 잠시 내려놓고 맘 편히 쉬어 보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

고즈넉한 해변가에서 가을 바닷바람을 맞으며 혼자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여백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누워 있어도 그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환하게 웃으며 반겨줄 사람들이 있습니다. 혼자 오셔도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사귈 수 있는 장입니다. 멋진 이웃사촌을 만나, 아름다운 3일을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15년 얼씨고빌리지를 준비하고, 실행하려는 건 작년 얼씨고빌리지에서 멈춰버리면, 그건 정말 실패가 되기 때문이다.

2015년 얼씨고빌리지가 시작된다. 곧.

얼씨고빌리지의 소식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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