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승훈 Sep 06. 2022

마르지 않는 샘 (시)

치유자의 샘물과 멈춤

여행 중에 영혼의 샘 물을 만났다

나무도 나도 뿌리를 내린다


샘 물을 떠서 마시고 눈이 떠진다

지나가는 나그네에도 준다


퍼주는 보람과 기쁨

바가지가 닳고 닳아간다


귀가한 그을린 피부의 농부에게

운명에 신음하는 부인에게


상처 많은 교사에게

삶이 힘든 학생에게


고단한 노동자에게

노화를 불인하는 노인에게


자아가 팽창된 치료자에게

훈련이 고된 수련생에게


행복하지 않은 성직자에게

총을 든 두려운 청년에게


사람을 못 믿는 여인에게

수용과 지혜가 필요한 어린이에게


부족해 다시 찾아온 방문객에게

일하다 지친 자신에게


샘을 퍼준다

그가 걸어온 삶과 기억, 불안과 절망을 끌어안는다


샘은 끝이 없는 줄 알았는데

바닥이 보인다. 말라간다


그릇에는 샘물보다

바가지 몸 조각이 더 담겼다


내려놓음과 쉼, 명상, 마음챙김

빈 멈춤에 사랑이 다시 차오른다


마르지 않는 샘 (시)2022.05.05

매거진의 이전글 수용 (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