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은 브런치작가역입니다(1)
긴 여정의 출발
운동해야 하는데, 아~ 귀찮아~~
오늘도 이 두 마디 사이에서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다이어트 1일이 지나가고 있다. 역시 다이어트는 내일부터가 진리!
나도 알고 남도 아는 나의 다이어트 프로젝트. 그러나 무거워진 몸과 움직이기 싫은 마음은 비례하는 법 아니겠는가! 좀처럼 몸을 움직이기 쉽지 않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해서 몸을 움직여 운동하는 게 귀찮아 죽을 지경이다. 다이어트 말고 내 삶에 활력이 될 만한 다른 이벤트가 없을까? 만만한 여행을 떠나자니 일과 아이들 뒤치다꺼리에 매여 불가능한 현실이요, 뮤지컬 배우 덕질을 해 볼까 하니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작고 귀여운 월급이 내 발목을 잡는다.
(다이어트 말고 다른 프로젝트를 찾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로 다이어트를 진행했더라면 벌써 10kg도 빼고 남았을 것이다.)
<슬초브런치작가프로젝트2기 모집>
출근길에 잠이나 깰 겸 둘러보는 인스타에 눈에 띄는 글이 하나 보인다. 흠 뭘까? 브런치 시간에 글을 쓰는 모임인가 보다. 워킹맘인 나는 참여 불가하니 그림의 떡이다. 이런 건 쿨하게 밀어 버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평상시 나의 초등육아에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주시는 이은경 선생님 피드에 작가 프로젝트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브런치 먹으며 글을 쓰는 것인가? 시간 여유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 하나 생기나 보다. 에잇 워킹맘인 내 현실이 괜스레 미워서 인스타를 닫아 버렸다.
글쓰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초중고등 학교시절 교내 일기 쓰기 대회, 자연보호 글쓰기 대회, 미니소설 쓰기 대회 등에서 수상경력이 있다. 최우수상을 받은 경력도 있었던 걸로 보아 나는 글을 꽤 잘 쓰지 않았을까? 뭐 그것도 다 과거 얘기지. 마지막으로 무슨 글을 언제 썼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데 말이다. 그저 인스타그램에 육아일기처럼 몇 마디 끄적이는 게 요즘 현실이지 않은가. 내 형편에 무슨 글을 쓴다고.뜬 구름처럼 피어오른 글쓰기라는 단어를 생각 저 편으로 보내 버린다. 훠이훠이~
<슬초브런치작가프로젝트2기 모집>
피드가 내 눈앞에 또 나타났다. 얘 뭐지?
읽기, 쓰기의 루틴을 가진 설레는 일상을 시작하고, 그간 잊고 지낸 '나'를 찾으실 분을 환영합니다
평상시에도 읽기 중독이 있는 사람처럼 하루도 빠짐없이 읽기에 빠져 있는 나에게 <쓰기>라는 새로운 단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도대체 쓰기 루틴을 가진다는 건 뭘까? 동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면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그런 여유로운 일상이 아닐까 상상해 본다.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는 언제나 설레는 법이니까.
쓰는 여자, 쓰는 엄마. 더군다나 설레는 일상을 시작하라고?
"워킹망도 할 수 있을까요?"
"워킹맘들도 지원 많이 하셔요 ㅎㅎ"
고요 속의 외침으로 끝났을 질문에 선생님이 댓글을 달아 주셨다. 꺄아~선생님의 답변도 들었겠다. 신청을 하지 않는 건 답을 주신 선생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난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가. 그렇다면 못 먹어도 고! 이건 도전해 보라고 온 우주가 내 등을 떠밀고 있는 것이다. 선생님의 댓글에 흥분해서 뮤지컬 보려고 고이 모아 두었던 비상금을 뒤도 안 돌아보고 송금해 버렸다. 이런 건 또 빠르다. 이렇게 또 한 번 나의 배우님과의 만남은 뒷전으로 밀려나고야 말았다. 이게 다 선생님 때문이다. 선생님이 댓글을 달아 주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나를 글 쓰기의 세계로 인도하신 거야."라고 송금의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 나의 배우님에게 미안한 마음을 조금 덜어내어 본다.
그래, 결심했어. 쓰는 여자가 되어 보는 거야! 선생님처럼 멋진 작가가 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써 보는 거 나쁘지 않잖아. 혹시 알아? 우연히 시작한 글쓰기가 나를 베스트작가의 세계로 이끌지? 이 지긋지긋한 워킹맘 생활을 정리하고 카페에 앉아 고상하게 글을 쓰는 작가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아직 글쓰기도, 프로젝트 수업도 시작하지 않았지만 벌써 설레는 일상이 시작되는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선생님 말씀이 바로 이거였나 보다. 기분이 째진다.
다이어트는 온몸을 움직여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글 쓰기는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만 움직이면 되니 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일이겠는가. 그나마 살이 덜 찐 손가락 운동은 해 볼만 하지 않겠냐 이 말이다. 이렇게 다이어트 프로젝트를 아웃 오브 안중 시켜버릴 그럴듯한 이유가 나에게 생겨버렸다. 이건 하늘의 뜻이다. 실행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이어트여 잠시 안녕~ 나는 글 쓰는 여자로 거듭날 거야!
생각보다 큰 만족감에, 일단 야식으로 자축을 시작했다. 미래의 작가인 나를 위하여.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