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에서 눈을 떴다. 문을 빼꼼히 열고 잘 잤느냐고 인사하자마자 얼른 레몬을 간 따뜻한 물이 들어온다. 솔직히 별로 당기진 않지만 쭉 들이키자 “아유 울 애기 잘 먹네.”. 내 나이가 벌써 몇인데. 그러면서도 기분은 좋다.
문득 이 집안이 부모님 없이 텅 비어버리는 상상을 해보았다. 온기가 가신 건물은 순식간에 을씨년스러워지겠지. 모든 것은 끝이 있다.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진다. 난 어렸을 때부터 함께하는 순간순간을 소중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때론 다투기도 할지언정. 그렇게 다투고 화해하는 순간마저도 귀히 여겨야 한다고.
그러나 한 번도 어른이 되고 싶은 적 없던 나도 종내 어른이 되어버렸듯 헤어짐을 생각하지 않는다고 헤어지지 않을 수는 없다. 그저 활동사진의 한 프레임 한 프레임을 눈에 담듯 소중히 여기는 수밖에. 그리고 그 프레임에 담긴 사람들을 귀애하는 수밖에 없다. 필멸자가 필멸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