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한 아이를 만났다.
나이가 들면서 호기심이 줄어든다. 어릴 때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궁금했는데 이제는 별로 궁금한 것이 없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니다. 그저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그거 알아서 뭐 하겠는가.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나. 관심을 갖는 것이 귀찮다. 그냥 일어나서 씻고 먹고 쉬고 배출하고 또 먹고 배출하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간다. 뭘 그렇게 관심을 갖고 살 필요가 있는가. 그러던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한 아이를 만났다. 젊은(나보다) 엄마와 함께 손을 잡고 있는 아이는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가만있지를 못하고 계속 두리번 거린다. 그러더니 엘리베이터 버튼에 관심을 갖는다. 1층부터 24층까지 버튼을 만지며 무언가 호기심에 가득 차 있다. 그러더니 말한다. 이 버튼을 모두 누르면 어떻게 될까. 아이의 이야기를 그냥 듣고 넘기면 되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괜히 끼어든다. 모두 다 누르면 모든 층에서 서겠지. 궁금하면 눌러봐. 눌러봐야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그 아이는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본다. 일반적으로 어른들은 하지 말라고 하는데 내가 모두 눌러보라고 하는 것을 보고, 좀 이상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아이 엄마도 아무 말 없이 그냥 웃고 있다. 나는 내릴 층에 도착하여 내리면서 은근히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에게 도전 정신을 심어 준 기분이었다. 아이 엄마도 그런 상황을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그때를 떠 올리며, 아이 엄마가 웃는 것이 그런 의미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버튼을 누르면 모든 층에서 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아이에게 모든 층의 버튼을 눌러보라고 한 것은 예의범절에 어긋나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도덕적이지 않은 행동을 부추긴 꼴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무엇이 옳은 일인가. 아이에게 도전정신을 심어 주는 것이 좋은 것인가 아니면 타인에게 불편을 안겨 주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도전정신을 심어 주었다고 생각하면, 아이가 크면서 이 사건을 계기로 모든 일에 도전해 보고 실행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겠지만,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시작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일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마약이나 도박과 같은 행위는 호기심이 있더라고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좋은 일이다. 아이가 이번 일을 계기로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해보는 성격으로 바뀌어서 해서는 안 될 일을 무조건 해 보는 생활을 하게 된다면 나의 말 한마디로 아이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수도 있는 일이다. 환갑을 넘도록 살았지만 세상을 살아가고 각종 일에 대처하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다.
아이가 아무쪼록 건전한 호기심과 도전정신으로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