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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숭깊은 라쌤 Aug 17. 2024

라이벌의 존재는 나를 더 강하게 한다

어쨌거나, 맨유

라이벌의 존재는 나를 더 강하게 한다 

-리즈, 리버풀 그리고 맨시티까지         


 

“당신 삶에 라이벌이 있다면?”     


이라는 질문을 받았다는 가정을 해 보고 싶었으나 아뿔싸, 나 따위에게 라이벌이 있을 리가 없다. 고등학교에 갓 부임했던 젊고 창창했던 시절, 학생들은 우리 학교 교사 중 유이한 총각 남자 선생님 둘을 라이벌로 여긴 적도 있었으나 실제로 우린 경쟁자이기보단 영혼의 동반자에 가까웠다. 그리고 굳이 따지면 그 친구는 이미 장가를 갔으니 내가 패배자에 더 가까운……. 있으면 불편하긴 하겠으나 그래도 라이벌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호날두와 메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BBQ와 교촌, 톰과 제리를 보면 알 수 있거든. 상대를 밟고 올라서기 위해 더욱 강해지겠다는 욕구가 샘솟을 게 분명하다. 왜냐고? 라이벌이 잘 되면 배가 아프니까! 질투는 나의 힘!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더비’라는 명칭에 관하여. 사실 그 유래와 관련하여 경마에서 유래되었다거나 유명 인사의 이름을 땄다거나 하는 다양한 견해가 있는데 어쨌거나 현재 더비라는 말은 ‘라이벌전’이란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관련된 유명한 더비 매치들도 존재하는데 그중 하나는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로즈 더비’다.

로즈 더비라는 표현은 15세기 중반 영국의 내전, 장미 전쟁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이 전쟁은 랭커스터 왕가와 요크 왕가 사이의 왕위 쟁탈전이었는데, 맨체스터가 랭커셔주, 리즈가 요크셔주에 위치하고, 더불어 두 팀이 리그 상위권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치던 시절이 있어 결국 더비 매치로 굳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리버풀 FC와의 ‘노스웨스트 더비’도 빼놓을 수 없다. 영국 북서부 지방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이기에 노스웨스트, 북서부 더비라는 이름이 붙었다. 영국에 가본 적은 없으나 두 지역은 차로 한 시간 정도밖에 안 걸리는 매우 가까운 지역이며 과거 리버풀은 항구, 맨체스터는 공업도시로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맨체스터에 직접 항구가 건설되며 리버풀항 이용량이 줄어들었고 그 지역 노동자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양 도시의 적대감이 커지게 되었으며 이러한 갈등이 축구에 반영된 것이 바로 노스웨스트 더비이다.     

그리고 최근, 같은 지역을 연고로 둔 맨체스터 시티의 급성장으로 인해 두 팀의 라이벌 구도도 굉장히 강력해졌다. 원래 같은 지역에 있는 팀들은 ‘이 지역의 주인은 우리’와 같은 마음으로 승부를 펼치곤 한다. 자연스러운 라이벌 구도 형성이랄까? 그런데 세계적인 거부 셰이크 만수르가 맨체스터 시티를 인수하면서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고, 월드 클래스 선수들과 감독들이 그곳으로 향하게 되었다. 이미 알렉스 퍼거슨 경이 감독을 맡은 이후 세계 최고 구단으로서의 명성을 지키고 있던 맨유에겐 굉장히 ‘불편한 이웃’의 등장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맨시티는 단기간에 세계 최정상급 구단으로 올라섰다.     


너무 다큐멘터리로 글이 흘러가는 것 같으니 이쯤하고, 솔직히 말하면 지금 맨유는 리그 우승을 노리던 팀이 더는 아니다. 12~13시즌을 끝으로 퍼거슨 감독이 은퇴한 뒤부터 성적이 곤두박질치더니 이젠 매년 불명예의 역사를 누적하고 있는 지경이다. 맨유팬 입장으로선 답답해 미칠 지경. 그렇지만 말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구단은 라이벌의 성장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다! 

2023년 12월, 영국 최고 부자로 알려진 짐 랫플리프의 INEOS 그룹은 맨유의 지분 25%를 인수한다. 이후 계속된 투자로 팀 체질 개선을 위해 애쓰고 있으며 곧 홈구장 노후화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더불어 선수들의 기량도 점점 나아지는 건 물론 하나둘 우승컵도 되찾아오고 있으니, 덕분에 팬들도 맨유의 미래를 다시 기대하게 되었다. 침몰해가던 배가 어떻게 다시 솟아오르게 된 것일까? 그거야, 라이벌이 잘 되면 배가 아프니까! 질투는 나의 힘!          

짐 랫클리프 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웹사이트 갈무리


“당신 삶에 라이벌이 있다면?”     


이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의 답은 무엇인가? 그게 누구든 라이벌의 존재는 있으면 좋다. 없으면 나 자신이 라이벌이어도 좋고, 그것도 싫으면 라이벌 대신 롤모델이라도 설정해보자. 이 모든 건 우리의 동기부여로 작용하게 될 테니까.     

 

어쨌거나, 맨유는 불편한 이웃 리즈, 리버풀, 그리고 맨시티의 존재로 인해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도 꾸준히 불편한 이웃을 만들어 나가려 한다. <해리포터>의 조앤.K.롤링? 아니면 무라카미 하루키? 물론 그들은 내가 그들을 불편해하는 줄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그들을 불편해하며 끊임없이 키가 클 예정이다. 우리 함께, 성장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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