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맨유
24-25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첫 경기는 풀럼 FC와의 홈경기였다. 이기긴 했다. 했으나, 경기력은 너무도 처참했고 홈에서의 경기임에도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기는커녕 오히려 시종일관 밀리는 분위기였다. 다행히 새로 이적한 네덜란드 선수 지르크지의 골로 1대0 승리를 따내기는 했지만. 두 번째 경기는 브라이턴 & 호브 앨비언 FC와의 원정경기. 상대 일본인 선수 미토마 가오루의 활약에 선제골을 내주었고, 다행히 동점 골을 넣었으나 종료 직전, 극장 골을 헌납하며 경기를 내준다. 1대2 패배. 세 번째 경기는 리버풀 FC와의 라이벌전. 홈경기인데다 아무래도 숙적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강한 의욕이 샘솟는 인간 본연의 속성이 있기에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했으나, 졸전 중에서도 손꼽힐만한 졸전을 펼쳤고 결국 0대3 패배. 끔찍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다.
개막 3연전이 전부 엉망 그 자체였다. 이겨도 찝찝하게 이기고, 그러고는 지고, 또 지고……. 갈수록 상태가 나빠지는 이 팀을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시청하는 내내 한숨을 몇 번이나 쉬어야 하고 심장이 꽉 막힌 듯한 답답함에 가슴을 쾅쾅 두드려야만 하는 이 상황에서 난, 앞으로도 계속 맨유의 경기를 찾아 헤매야만 할까? 혹자는 ‘그래, 그런 팀을 응원하는 건 이제 좀 멈춰’,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와 같은 조언을 건넬지도 모르겠다. 맞다, 다 맞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말이다, 어차피 난 주말이면 새벽이든 언제든 맨유의 경기를 보고 있을 게 뻔하다. 왜냐하면 난, 화가 났을 뿐이니까. 고작, 그게 다일 뿐이니까.
살면서 나로 인해 누군가가 화가 난 장면을 목격했을 때, 그 대상이 어머니인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10대 때가 가장 활발했을 테지. 화의 주체는 온갖 루트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잔소리를 투입하며 나의 골망을 정신없이 흔들었겠지? 잔소리가 축구였다면 어머니는 득점왕? 수비 없는 ‘닥공’(닥치고 공격) 전략에 호되게 당했던 기억이 다들 있지 않을까? 그런데 말이다, 어머니의 잔소리는 어떤 목적에서 비롯된 것인지, 우린 기억해야 한다. 그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우릴 위한 소리였다는 것을! 화가 났을 뿐, 아니 화가 난 이유조차도 우릴 사랑하시기에 비롯된 행위였다. 지구인 모두, 아니 아마 이건 외계인들도 알 것이다. 어머니의 진심을, 어머니의 사랑을!
어머니처럼 학교에서도 교사들은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래서 늘 가르치고, 다그친다.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사랑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걸 알면, 이미 어른이 된 것이겠지.
무조건 퍼주기만 하는 것은 진짜 사랑이 아니다. 원하는 것을 다 들어주고, 하고 싶다고 하면 모두 허락하는 게 과연 진정한 사랑일까? 그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받고 싶은’ 행위이다. ‘내가 너한테 이렇게 잘 해주잖아, 그러니 날 사랑해줘’와도 같은 메시지랄까.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다그치는 이유는 내가 사랑하는 만큼 그 사랑을 세상에 나아가서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이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이 대기업으로의 이직을 고민할 때, 거액의 투자를 고민할 때, 교사들은 ‘지각하는 녀석의 생활 습관을 고쳐주는 방법’, ‘상습적으로 야자를 빠지는 학생을 다그치는 방법’ 따위를 고민한다. 보잘것없는 이 고민들이, 어쩌면 우리의 미래를 바꿀 위대한 결과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
어쨌거나, 맨유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만 같다. 그렇다고 맨유를 싫어하진 않을 것이다. 맨유의 경기력에 화가 나는 이유는 맨유를 사랑해서이니까. 마치 어미가 자식을 대하듯, 선생님이 학생을 대하듯, 그들이 더 좋은 팀이 되어 다시 예전의 명성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니까. 그 마음이 반영된 ‘화’라는 것을, 그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제발, 더 나은 활약으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