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거나, 맨유
언성 히어로, 대한민국 축구 영웅 박지성 선수의 별칭 중 하나이다. 우리에게야 워낙에 슈퍼스타이지만,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역대 최고 선수 리스트를 작성해보라고 한다면 과연 박지성이란 이름이 올라갈 수 있을까? 그는 화려한 플레이를 선사하거나 어마어마한 득점 행렬을 보인 선수는 아니었기에, 그의 활약을 선명히 기억하는 이는 비교적 적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플레이했던 선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박지성이 경기장에서 뿜어내던 영향력에 관해 굉장히 높게 평가하곤 한다. 공간 창출 능력, 무자비한 활동량, 팀 기여도 등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다면 득점과 어시스트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그의 위대함을 모두가 알게 될 것이라 자신한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데 말이다. 전문가들은 박지성을 언성 히어로, 그러니까 ‘보이지 않는 영웅’이라 부르고 있지 않은가!
박지성과 마찬가지로 ―그의 실력에 견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맨유라는 팀에 대한 애정, 팀원으로서의 헌신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선수들이 분명 있었다. 지금은 팀을 떠나 다른 곳에서 활약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그들의 플레이는 분명 팬들의 기억 속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다. 그 첫 번째 선수, 스페인 출신의 미드필더 안데르 에레라!
“누구나 항상 90분 풀타임을 뛸 수 있길 바라지만, 고작 1분을 뛰기 위해 투입되는 순간도 있다. 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나는 맨유에 있다. 잉글랜드 최대의 역사를 지닌 클럽 말이다. 그러니 내 순간이 오길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그때가 오면, 나는 그 기회를 잡고 즐길 것이다.”
안데르 에레라는 그가 차기 맨유 주장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매우 성실하고 모범적인 선수였다. 평소 박지성이 재림한 듯 높은 활동량을 자랑했던 그는 특히 조제 모리뉴 감독 시절 첼시 FC와의 경기에서 팬들을 위해 절대 잊을 수 없는 환상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당시 상대 팀 에이스였던 에덴 아자르를 완벽하게 봉쇄함은 물론 1골 1도움까지 기록하며 경기 MOM(Man Of the Match)으로 선정되었다. 이후에도 활약을 이어가던 그는 해당 시즌 맨유의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끈 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맨유 유니폼을 입는 선수라면 언제든 동기부여가 된 상태다. 왜냐하면 우리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위대한 클럽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클럽 가운데 한 곳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토록 팀에 대한 큰 자부심을 드러내던 그였으나 애석하게도 경기력 기복이 심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팀을 떠난다. 많은 맨유 팬들이 그의 이적을 슬퍼했고, 그 역시도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또 한 명의 비슷한 유형의 선수는 브라질 출신의 미드필더, 프레드. 엄청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FC 샤흐타르 도네츠크에서 건너온 프레드는 박지성, 에레라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부지런한 움직임을 경기마다 보여 주곤 했다. 물론 그가 실력이란 측면에서 정상급 선수들과 비견되기엔 무리가 있고 또 그의 부족함이 전문가들에 의해 계속해서 지적받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그의 성실함을 문제 삼는 이는 없었다. 오히려 그의 활약이 도화선이 되어 불리한 양상을 뒤집거나 결정적 찬스가 만들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게 있었다. 얼마 전 맨유 SNS 계정에 올라온 그의 인터뷰 영상은 많은 맨유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저는 최고의 선수가 아닙니다. 저도 알아요. 가장 테크니컬한 선수도 아니죠. 하지만 전 경기에 나서서 피치 위에 있는 매 순간 항상 제 모든 걸 바칩니다. 브라질에선 이런 걸 이렇게 불러요. 나는 피아노를 옮기는 사람입니다. 아티스트가 연주할 수 있게 말이죠.”
에레라와 프레드. 이 두 선수를 보유했다고 당장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축구는 11명이 함께 뛰는 스포츠니까. 사실 경기의 흐름을 이끄는 건 이들이 아니라 월드 클래스, 그러니까 팀의 에이스들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렇게 경기 내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이들이 있기에 다른 선수들이 더욱 반짝일 수 있는지도 모른다. 주인공만 있는 곳에선, 누구도 주인공이 될 수 없기에.
그래서 우린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내 삶의 주인공은 당연히 ‘나’라는 존재겠지만, 나를 빛내주는 소중한 이들이 내 주변에 머무르고 있기에 그것이 가능하단 걸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들, 선생님, 동료, 그밖에 모든 이들이 있어 우린 우리 삶의 그라운드에서 골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어쨌거나, 맨유를 위해 헌신적인 플레이를 마다치 않는 선수들이 계속 늘어나길 바란다. 그게 팀이니까, 그렇게 매사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다 보면 맨유라는 팀 자체가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에레라와 프레드, 그리고 박지성까지 맨유의 수많은 언성 히어로들을 기억하자! 우린 언제까지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열성적인 서포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