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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숭깊은 라쌤 Sep 26. 2024

투자 실패가 삶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어쨌거나, 맨유

투자 실패가 삶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여름 이적 시장미쳐버린 쩐의 전쟁          



언제부터였을까. 한 선수의 이적료가 천억 원을 넘는 시대가 도래했다. 천억. 내가 현 월급 기준 거의 2500년을 일해도 벌까 말까 한 수준의 금액이다. 그런데 유럽 축구 이적 시장에서 수많은 선수가 이 말도 안 되는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다. 몸값이 천억이라니, 팬들은 당연히 그 금액만큼의 경기력을 기대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선수는 극히 드물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적생들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맨유의 역대 이적료 순위를 살펴보면 3위는 해리 매과이어, 잉글랜드 국적의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이다. 레스터 시티에서 8,700만 유로, 한화로 당시 기준 약 1,100억 원 금액에 이적한 매과이어는 초반엔 몸값을 해내는 듯하였으나 결국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놀림거리로 전락해버리고 말았다. 체격이 좋아 몸싸움이나 헤더에는 능하지만, 워낙에 느리고 발기술이 좋지 않아 계속 실수를 연발했던 것. 그러다 보니 축구 선수들의 실수 모음 영상에는 늘 그가 등장한다. 어떤 선수나 장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고 대부분 선수는 장점을 통해 단점을 극복해내려 하지만 매과이어는 맨유로 이적하자마자 귀신처럼 유독 자기 단점을 부각시키는 선수가 되어 버렸고 덕분에 맨유는 꼭 이겨야 할 수많은 경기를 놓쳤다. 심지어 그는 한동안 맨유의 주장 역할도 맡았었는데 아뿔싸, 리더십마저도 전혀 갖추지 못한 그였다.     


2위는 브라질 국적의 공격수 안토니. 9,500만 유로, 약 1,400억 원에 이적한 골칫덩이 선수다. 여기서 골칫덩이라는 건 좀처럼 장점이 없기 때문이다. 매과이어는 그나마 장단점이 명확해서 감독이 나름의 전략을 통해 그를 살릴 수도 있다. 그런데, 안토니는 그런 게 전혀 없다! 굳이 장점을 찾자면 쇼맨십 정도? 항간에서는 그를 ‘유튜브용 선수’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공으로 재주를 부리는 건 아주 재능이 있어 보이지만 선수는 경기장에서 승리를 위해 뛰어야 한다. 재주넘기는 서커스장이나 정말 유튜브에서나 보이면 그만이다. 사실 안토니는 현 맨유의 감독인 에릭 텐하흐의 애제자이고, 전 소속팀 AFC 아약스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기에 팬들은 그의 엄청난 이적료에도 충분한 활약을 해주리라 믿었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여전히 그가 활약하리라 믿는 맨유팬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를 대체할 선수가 충분히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     


대망의 1위, 프랑스 국적의 미드필더 폴 포그바. 포그바는 1억 500만 유로, 1,560억이 넘는 금액에 이적한 선수이다. 이 선수는 놀랍게도 맨유의 유소년 아카데미 출신이다. FA 상태로 이탈리아의 유벤투스 FC로 이적하여 친정팀에는 한 푼의 이익도 남겨주지 않았고, 천문학적 금액으로 다시 맨유로 돌아온 뒤 온갖 부상에 시달리다 결국 또 FA로 이적했다. 이런 망할 놈의……. 참 답답했던 것은 이 선수는 경기만 나오면 충분한 활약을 했단 것이다. 실력도 뛰어나고 나름 리더십도 갖추고 있는 그였으나 사생활 문제, 부상 문제가 늘 발목을 잡았다. 현재 그는, 도핑 문제로 4년 자격 정지를 받은 상태다. 아이고, 이게 뭐라니.     

폴 포그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 웹사이트 갈무리.


그런데 말이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맨유가 선수 영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멍청한 구단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이건 틀린 말이다. 일부러 실패하기 위해 투자했던 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난 맨유의 이러한 실패를 응원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실패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내 돈을 쓴 게 아니어서 이런 마음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의 유명 구단이라면 과감한 투자를 할 줄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투자라는 게 원래 성공하면 도전이고 실패하면 도박이다. 모든 건 결국 결과론적인 이야기란 말이다. 맨유는 스포르팅 FC로부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하면서 175억밖에 투자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리그, 챔피언스리그 등 숱한 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며 이후 10배 가까운 금액을 남겨준 채 레알 마드리드 FC로 이적했다. 최근 몇 년간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그게 전부는 아니란 것이다. 앞으로도 맨유의 역사는 계속될 테니, 모든 것은 그저 경험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실패가 두려워 부딪히지 않는 사람은 늘 그 자리에 머무를 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안정 安靜에 취한 이들은 으레 나태해지기 마련이니.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하는 말도 있지 않은가. 혹시나 당신이 지금 구더기에만 집중하여 타인의 실패를 비하하거나 놀림거리로 삼고 있다면, 당신의 밥상에 맨밥만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구더기를 잡고 깨끗하게 걷어낸 자들은 비록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언젠간 팔진미 八珍味를 차려놓고 당신을 비웃을 테니.     


어쨌거나, 맨유는 앞으로도 선수 영입에 있어 성공과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매번 성공할 수는 없고, 매번 실패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니까. 돈을 내다 버리는 한심한 구단이라 욕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만큼 쓸 수 있는 돈이 많다는 것이니 이건 자랑거리인 것 아닌가? 그러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과감한 투자 행보를 이어나가 주었으면 한다.      


다만! 

같은 실패를 반복하진 않길, 실패를 실패로 내버려 두지 않길, 영원한 맨유 팬들을 위해 미슐랭 3스타급 멋진 밥상을 차려주길, 그래서 비웃음을 비웃음으로 되갚아 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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