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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결코 죄가 아닙니다(2)

청소년을 위한 골 때리는 인문학

by 웅숭깊은 라쌤

벼랑 끝에 서서, 2025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복지란 무엇인가?


‘복지’는 사전적으로 좋은 건강, 윤택한 생활, 안락한 환경들이 어우러져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복지의 영어식 표현은 ‘welfare’인데, ‘만족스러운’이란 의미의 ‘well’과 ‘살아가다’란 뜻의 ‘fare’가 결합한 형태입니다. 즉, 복지란 말은 ‘잘 살아가다’란 의미일 테고, 복지 제도는 국민이 잘 살아갈 수 있는 국가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겠죠. 복지 제도는 현대에 이르러서 완성된 개념은 아닙니다. 우리나라만 봐도 무려 삼국시대 때의 구휼 정책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고, 유럽의 고대 로마제국에도 관련 정책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현대에도 당연히 세계 모든 국가가 복지 제도를 통해 가난한 이들을 위한 여러 혜택과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보건복지부라는 부처가 따로 존재하고 있다는 건 아시죠? 2025년 보건복지부의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살펴볼까요?


첫째, 경제적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중위 소득’을 인상하여 더 많은 이가 기초생활수급 지원 대상자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둘째, 긴급복지 지원을 확대합니다. 일정 수준의 소득이 있으면 복지 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는데, 그 소득 기준을 높여 더 많은 이들이 해당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죠. 셋째, 노인과 장애인 지원을 강화합니다.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그 밖에도 독거노인을 위한 응급 안전 서비스 확대, 빈곤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근로 교육 실시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네요.

그런데 복지를 그저 ‘부족함을 채워주는 것’만으로 생각해선 안 됩니다. 인간답게, 누구나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죠. 그리고 비단 이건 정부의 책임인 것만도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죠. 네? 뭐라고요? 우리가 어떻게 가난한 이들을 도울 수 있냐고요?


<안나 카레리나>, <부활> 등의 소설로 우리에게, 아니 전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러시아의 작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그의 작품은 때론 심오하고 비밀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톨스토이는 분명 모든 작품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관한 해답을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여기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그 인간다움에 대해 살펴보려 합니다.


톨스토이.jpg 톨스토이


이야기는 가난한 구두 장인 ‘세묜’이 하느님께 벌을 받고 세상에 온 천사 ‘미하일’을 구해내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미하일은 추운 겨울임에도 벌거벗은 채 교회 벽 옆에 쓰러져 있었죠. 외면할 수 없던 세묜은 그를 집으로 데려갑니다. 세묜의 아내 ‘마뜨료나’는 처음엔 미하일을 경계했지만, 성실한 미하일의 모습을 보며 천천히 마음을 열게 됩니다. 미하일은 세묜과 함께 구두 제작을 하며 살아가게 되죠.

어느 날 한 부자가 값비싼 가죽을 건네며 일 년 동안 신을 튼튼한 장화 제작을 맡겼는데, 미하일은 그 가죽으로 장화 대신 덧신, 쉽게 말해 슬리퍼를 만들어버립니다. 세묜이 놀라 당황하지만, 그 순간 부자의 하인이 찾아와 ‘저희 주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가죽으로 장화 대신 죽은 이에게 신길 덧신을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란 말을 하죠.

이후 또 다른 어느 날에는 한 여인이 두 아이를 데리고 찾아옵니다. 아이들은 그녀의 친자식들이 아니었죠. 죽은 엄마를 대신해 마치 친자식처럼 정성을 다해 키워주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미하일은 하느님께 벌을 받은 천사였다고 했죠? 그 벌은,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앞선 일화들을 통해 비로소 모든 문제를 해결하게 되죠.

첫 번째 질문은 ‘사람 안에 무엇이 있는가?’였고, 미하일은 ‘사랑’이란 답을 찾아냈습니다. 세묜과 마뜨로냐의 보살핌을 통해 알게 된 것이었죠.

두 번째 질문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였고, 미하일이 내린 답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었습니다. 부자의 죽음을 통해 깨달았겠죠? 우리에겐 미래를 내다볼 능력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 질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은 다름 아닌 ‘사랑으로 산다’였습니다. 엄마를 잃은 아이들을 자식처럼 키우는 마음으로부터 얻은 답이었을 겁니다.


앗,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잘 안되시나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역시 소설은 전문으로 봐야 제맛이죠! 여기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저 사랑, 사랑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으로 살아간다는 말, 이 말을 전해드리고 싶었달까요.

복지란 무엇이냐 묻는다면 그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내릴 수도 있고, 세계 여러 나라의 정책을 소개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 이 땅의 청소년 여러분께는 ‘복지는 곧 사랑’이다, 라는 답을 드리고 싶습니다. 거기서부터 진정한 의미의 복지가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아무리 뛰어난 정책이 있더라도, 모두를 먹여 살릴 막대한 부를 축적했더라도, 사랑 없이는 소용이 없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는 건 좀 그런가요? 다시 표현하면 정책과 자금을 마련하는 일보다 세상 모든 이를 아끼고 사랑하며 나누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먼저다, 아시겠죠?



그나저나 이 작품,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화가 나고 답답하고 마음이 불편해질 수도 있습니다. 주인공을 향한 온갖 질타와 악재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의 속을 자꾸만 터뜨릴 겁니다. 그럼에도, 우린 이 영화를 봐야만 합니다. 관람객 평점이 높은 이유는 이것이 망상으로 만들어진 허구가 아니라, 현시대에 만연하는 ‘우리네 이야기’이기 때문일 겁니다. 여러분도 성장해 가며 아르바이트와 같은 경험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고용 관련 부당한 처우를 겪을 수 있습니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 월세 계약을 하다가 역시나 집주인의 갑질을 경험할 수도 있고요. 비록 작품은 미국의 흑인 사회를 보여주지만, 남의 얘기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겠습니다.

단돈 40달러, 우리 돈 5만 4,260원이 없어 시작되는 비극의 과장과 또 반전까지, 끝까지 눈을 떼지 마세요!


*더 생각해보기

Q. 선별적 복지 vs 보편적 복지, 무엇이 더 옳은 일일까?

Q. 내가 생각하는 ‘빈곤의 기준’이 있다면?

Q. 현대사회에서 생애주기별로 사회복지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벼랑 끝에 서서 명대사.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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