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소설 COMPETITION #01
1. 얼마 전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라는 책을 보면서 ‘나도 소설 한 편 정도는 쓸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남들보다 글도 조금은 잘 쓰고, 남들보다 책도(만화책을 포함해서) 조금 더 읽었으니 나에게도 소질이라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루에 아주 조금씩이라도 쓴다면 짧은 소설 한 편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2. 사실 의학드라마와 법정 드라마는 참으로 여러 번 본 장르이다. 그렇게 많은 의학, 법정 드라마, 영화들이 쏟아지는데 건축과 관련된 컨텐츠를 만드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설계를 하다보면 정말 스펙타클하고 아찔한 순간들이 많은데, 그것을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만약에 그것이 가능하다면 대중들에게 건축을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3. 나의 어렸을 때 꿈은 만화가였다. 남들이 나가서 놀 때 난 하루 종일 바닥에서 뒹굴면서 만화를 그리면서 놀았다. 때론 부메랑이 되어 미니카를 몰기도 하고 때론 강백호(서태웅이었을 수도 있다)가 되어 덩크슛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왠지 부모님께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돈도 잘 못벌고, 인정도 못 받는 그야말로 ‘비제도권’의 직업이었기 때문이다(지금의 부모님들은 기안84를 보면서 생각을 바꾸셨으면 한다). 그래서 ‘제도권’ 안의 직업을 찾기 위해 중간쯤에 자리 잡고 있는 ‘건축가’라는 직업을 찾았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어렸을 때 나는 그림도 그림이지만 이야기를 참 잘 만들어냈다. 이상한 만화책도 그리고, 게임북(순서없이 뒤죽박죽으로 구성되며, 독자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바뀌게 되는 오락용 도서)도 만들곤 했다. 나에게 아직 창의적인 소질이 남아있다면 짧은 소설 정도는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만화는 작업량이 너무 많아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때도 썩 잘 그린건 아니지만, 그림 실력도 너무 많이 퇴보했다.
4. 내가 쓰고자 하는 소설은 COMPETITION이라는 제목의 현상설계를 다룬 것이다. 이왕 이렇게 시작하는 김에 (좀 심각하게) 원대한 목표를 정하자면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주인공은 30대 초중반 정도가 될 것 같다. 엄청난 김칫국이지만 요새 배우들을 몰라서 누가 주인공을 했으면 한다든지 하는 건 전혀 모르겠다. 다만 현빈, 소지섭같은 배우는 아니었으면 한다. 우리나라 배우들은 세대교체가 너무 안 되는 것 같다. 40이 넘어가는 배우가 30대 초반을 연기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은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아내에게 결혼식 때 못 사준 샤넬백과 루이비통 기저귀 가방을 가장 먼저 사줄 것이다. 정말 꿈 같은 얘기지만 그렇게 된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그 장면을 상상하면서 일단 첫 장을 써보려고 한다.
* COMPETITOIN (현상설계) - 건축 현상설계를 뜻하는 단어. ‘콤페’라는 약어로도 흔히 불린다. 일정규모 이상의 공공건물 설계는 의무적으로 모든 건축가들이 참여 가능한 현상설계로 발주하도록 되어 있다. 현상설계란 자격이 있는 건축가라면 누구나 참여해서 자신의 안을 심사받아 선정될 수 있는 공모전을 말하는 것이다. 계획한 건물을 설명하는 도면이나 투시도 등으로 디자인 판넬과 보고서 등을 작성, 제출하여 심사받는다.
세계의 많은 주목받는 건축물들이 현상설계를 통해 지어졌다. 무명의 건축가들이 현상설계를 통해 하루 아침에 유명건축가로 부상하기도 한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의 요른 웃존, 파리 퐁피두 센터의 렌조 피아노, 리처드 로저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실제 사건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등장인물들도 실존 인물들과 관련이 없습니다. 다만, 2010년도에 있었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현상설계를 많은 부분 참고하였습니다. 사실과 허구가 다소 섞여있는 부분들이 있으니 이 부분을 유의하여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설계 실무에 나오는 용어들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적고자 하였습니다. 이해하기 쉽도록 주석을 최대한 달았습니다만,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