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건축소설 COMPETITION #19

by 글쓰는 건축가

뉴스에 한 앵커가 등장하여 인터뷰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NBS 뉴스입니다. 오늘은 말씀드렸다시피 홍준성 건축가님 모시고 이번에 있었던 국립현대미술관 신축공사 현상설계 당선작 선정과정에 대해서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건축가 홍준성입니다.”

“이번 현상설계 심사와 당선작 선정과정에서 여러 가지 잡음들이 많았는데요. 당선작이 바뀌지 않았습니까?”

“네. 저희 심사위원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녹화까지 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 당선작을 선정했는데, 없던 규정을 만들어서 당선작을 실격 처리해 버렸습니다. 당선작 발표 다음날에요.”

“예.. 상식적으론 정말 이해가 가질 않는데요. 당선작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위반했다는 겁니까?”

“이번 현상설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가 현장에 들어서 있는 기존 건물, 기무사입니다. 예전에는 정보수집이나 감찰을 하던 정보기관인데요. 이제 다른 곳으로 이전을 했죠. 그래도 일제 강점기에 지어진 고건물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외관과 주요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내부공간만 건드리는 방식의 리모델링을 하기로 한 건데요. 그런데 지하보존공간이라는 곳이 훼손되는 것을 국방부에서 워낙 완강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이 부분을 건드리는 안이 제출되면 3점을 감점하기로 했습니다.”

“100점 만점에서요? 꽤 큰 감점이네요.”

“네. 이 내용을 국방부에서 동의해서 전체지침으로 공모기간 중에 통보가 되었어요. 심사과정에서 지하보존공간을 리모델링했던 안이 심사위원 전체의 호평을 받아서 3점 감점을 하고도 다른 경쟁작들보다 점수가 높아서 당선이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2등안과 동점이 되어서 결선 투표 결과 당선이 된 거죠.”

“음.. 그 지하 보존공간이라는 곳은 공개가 된 시설입니까?”

“아니요. 간략한 도면만 제공되었을 뿐, 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일체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저희 심사위원들에게두요.”

“뭔가 좀 꺼림칙하군요. 그 뒤의 경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당선작이 선정되고 인터넷으로 공고까지 나갔는데, 별안간 주최측에서 당선취소를 통보해왓습니다. 이번엔 기무사 건물의 문화적 가치 때문이라는군요. 문화재 평가를 위한 조사가 있었고, 보고서 작성중이랍니다. 기무사 건물의 문화적 가치 때문에, 지하보존시설을 건드리는 기존 당선작은 실격이라는 겁니다.”

“조금 황당하네요. 그런 조사는 현상설계 한참 전에 미리 해놓아야 하는게 아닐까요?”

“그게 지극히 상식적이죠. 이런 조사를 갑자기 하는 게 지하보존시설인가하는.. 그걸 건드리는 게 싫으니까 누군가 막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조치를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지 않습니까?”

“그러네요. 국립현대미술관이라고 하면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공사 아닌가요?”

“그럼요. 공사비만 천 억이 넘습니다.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프로젝트 심사를 이런 말도 안되는 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무슨 의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자기네 입맛에 맞는 안이 뽑히면 그냥 쓰고, 아니면 바꾸면 된다는 생각이지 않습니까? 이런 생각 자체가 말이 안됩니다.

저희 심사위원들은 한 명의 건축가로서, 정말 명예와 이름을 걸고 신중하게 작품을 심사하고 선정하였습니다. 며칠 나가서 돈 몇푼 받으려고 그런 일을 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그럴거면 사무실에서 밀린 설계 하는 게 훨씬 낫죠. 오직 나라를 대표하는 큰 프로젝트에 좋은 작품이 선정되어 잘 지어지길 바라는 사명감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최측은 자기들 거수기 역할만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뭔가 문제제기가 필요한 사안인건 분명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홍선생님께서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해 나가실 생각이십니까?”

“뭐, 이렇게 인터뷰 다니구요.. 제가 아는 언론사에 연락 모조리 다 돌렸습니다. 제가 오늘만 방송사, 신문사 인터뷰 네 군데를 다녀야 합니다. 다 제가 하자고 한 거지만요. 그리고 심사하셨던 건축가분들 모시고 기무사 앞에서 돌아가면서 일인시위도 할 예정입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들여다 봐 줄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국토부 장관님이나 총리님.. 청와대 등 정치권에 연락할만한 분들에게 전화도 다 드렸습니다.”

“그렇군요. 그분들은 뭐라고 하시던가요.”

“글쎄요. 워낙 바쁘신 분들이라.. 아 그런 일이 있었나요 하신 분들도 있고, 적극적으로 좀 알아보겠다 하신 분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느 분이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밝히는 건 좀 그렇구요.”

“알겠습니다. 저희 NBS도 이 사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후속 취재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대로 묻혀버리면 앞으로도 이런 큰 프로젝트들이 이렇게 졸속으로 처리되고 말 겁니다. 여러분의 세금이 발주처 마음대로 좌지 우지 되는 이런 상황을 계속 만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앞으로의 현상공모전에서 공정한 심사와 당선작 선정을 위해서라도 국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번 당부드립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국립 현대미술관 심사과정에 대해서 홍준성 건축가와 말씀 나눴습니다.”


“야.. 홍선생님 꽤나 솔직하신데. 그냥 있는 그대로 다 이야기하네.”

“뭐 숨길 게 없잖아요. 사실 저희도 저런 시위 나가야 맞는 거 아니에요?”

“글쎄.. 박교수님도 나가시려나.”

박진호 도시건축 직원들은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각자 예상해보면서 혹시나 다시 우리 안이 선정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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