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사업아이템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대화를 종종 하게 됩니다.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대박 날 것 같지 않아?" 같은 류의 대화가 대부분이고 보통은 식사 후 커피를 마시거나 흡연실에서, 티타임을 가지면서 지나가듯 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긴 합니다.
그중에서 간혹 대단히 진지하게 아이디어에 깊은 의미부여를 하면서 접근하는 케이스들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제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 대해 무지하거나 쉽게 바라보는 경우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됩니다.
아이디어는 단편적입니다.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들어 드론 기능이 있는 백팩이 있다면?이라는 아이디어로 시작을 해보면.. 일단 막연하게 퍼스널 모빌리티의 혁신이 될 것이고, 교통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단편적으로 보면 누구나 교통체증에서 손쉽게 벗어날 수 있을 테고, 레저 스포츠 시장도 급변할 수 있을 겁니다.
더 나아가 해리포터 영화에서나 볼법한 스포츠 경기도 언젠간 가능해질지도 모르죠.
이제 우리는 이걸로 사업을 시도해 보기로 합니다.
하지만 금방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죠.
첫 번째 문제. 기술적 문제 해결
자 이제 백팩을 메면 하늘을 날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프로펠러를 백팩에 내장해야 합니다. 어떻게든 내장했다고 가정해 보죠.
이 제품은 무려 모빌리티 기능으로 동작해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내장해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백팩 안에는 아주 무거운 배터리가 추가되어야 하고 더 무거운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강력한 모터와 프로펠러로 업그레이드가 됩니다. 부피는 점점 커지고, 이제 제가 이걸 메고 똑바로 서기 어려울 것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안전장비도 필요하고, 사고가 발생할 때를 대비한 다양한 기술적 검토와 구현, 테스트를 해봐야 합니다.
두 번째 문제. 법률적 문제 해결
우리는 기적적으로 하늘을 날 수 있는 백팩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제 짐을 담을 수는 없지만, 다이어트에 성공한 저는 대략 상공 20미터 높이에 올라갈 수 있고, 30분 정도는 이동도 가능해졌죠.
문제는 이 제품을 하늘에 띄우려면 국내법상 비행 시마다 정부의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거기에 서울시에서는 그나마도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겨우 제품을 만들었는데 그놈의 법이 저를 막아섭니다.
세 번째 문제. 시장 타당성
어찌어찌 국내법에 맞춰서 비행이 가능한 상황으로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이 제품을 멋지게 팔면 될 건데요. 생산단가가 무려 백팩 하나에 1억 정도 할 것 같습니다. 대량생산을 하기엔 무리가 있고, 지금까지의 연구개발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최소 5억에는 팔아야 타산이 나올 상황입니다.
5억이면 롤스로이스도 살 수 있습니다.
중고 경비행기도 가능하겠네요.
대량 양산을 통해 제조비용을 500만 원까지 낮추자니 초도 생산물량을 7천만 대를 만들어야 합니다. 생산기간만 대략 27개월이 소요되네요.
모든 아이디어와 제품은 이렇게도 차이가 발생합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간단해 보이는 기능 하나조차도 실제로는 몸값 비싼 개발자들이 여럿 모여서 몇 개월간 개발해야 구현이 가능한 경우가 허다하지만, 실제 고객에게 보이는 건 대단히 미비하고 비용청구도 어려운 것들이 많이 있죠.
예를 들면 쇼핑몰에서 쿠폰 사용 규칙 하나만 바꾸게 되어도 환경에 따라 개발자가 1개월간 만들어야 할 수도 있지만 이 비용은 고객에게 청구할 수가 없습니다.
더 나아가 백지에서 서비스 사이트를 하나 만들기 위해서도 수백 장의 기획서와 디자인 시안, 코딩작업이 수반됩니다.
아이디어는 고작 1분 만에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이게 실제 동작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도 있는 거죠.
흔히들 하는 농담 중 하나가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이미 누군가가 생각 중인 아이디어다"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이디어가 실제 세상에 제품으로 선보여지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겠죠.
이유는 위에서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