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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화위복 Mar 10. 2021

[NBA] 케빈 듀란트와 워리어스, 복잡한 감정들

18-19 시즌이 워리어스의 3peat 도전이 아깝게 실패로 종료된 후, 파이널에서 아킬레스 부상을 당하여 다음 1년을 통으로 쉬게 된 케빈 듀란트(이하 KD)는 매우 조용하면서도 빠르게 현 소속팀인 브루클린 넷츠와 FA 계약을 체결합니다. 워리어스도 현역임에도 불구하고 KD의 35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하며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이로써 둘 간의 이별에 대한 잡음은 최소화 된 느낌이었죠. 둘 다 조용히 제 갈길 간다는 느낌이었을까요?


그렇게 그냥저낭 지나가는 듯 했던 KD의 이적에 대해 다시 화제가 집중된 건 작년 11월 즈음의 KD의 인터뷰 때문입니다. 워리어스를 떠나는 데 그 때의 '그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죠. 그럼 '그 사건'은 무엇일까요? 너무나 유명한 사건이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8년 11월 13일,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워리어스와 클리퍼스의 경기. 106-106 동점 상황에서 종료직전 클리퍼스 루 윌리엄스의 슛이 빗나가게 되고 리바운드를 드레이먼드 그린(이하 디그린)이 따내게 됩니다. 경기종료 5초 남은 상황에서 듀란트는 디그린에게 강하게 패스를 요구하지만, 디그린은 무리하게 드리블을 하다가 어이없는 턴오버로 경기를 마무리하게 되죠. 그렇게 연장전으로 흘러가게 된 경기는 워리어스의 패배로 마무리 됩니다.



연장전 돌입 전, 벤치로 들어오는 길에 디그린과 KD는 서로 언쟁을 시작합니다. 당연히 팀의 에이스이자 팀의 제 1슈터인(커리가 결장했던 상황이라 더더욱) KD의 입장에선 공을 패스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고, 이에 대해 디그린은 쌍욕과 함께 '나는 너 없이도 올스타였고, 우승했어' 라는 식으로 대응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디그린은 큰 욕을 거하게 먹게 되죠.

물론 디그린도 훌륭한 선수이고, 워리어스란 팀의 시스템에선 KD 못지않게 필요한 조각임을 수 차례 증명한 선수입니다. 18-19시즌의 플레이오프에서 KD가 없는 가운데에서도 매 경기 트리플더블에 가까운 스탯을 찍어냄과 동시에 공수를 아우르는 지배력으로 본인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했고, 만일 워리어스가 당시 우승 했더라도 커리의 파이널 MVP의 표가 디그린에게 꽤 갈렸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이 있었죠(영원히 파이널 MVP로 고통받는 커리...). 그렇기에 올 시즌에 대형 연장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커리와 탐슨이 돌아오면 디그린은 또다시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점은 본인 스스로가 증명해 낸 성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그린이 욕을 퍼부은 상대는 무려 KD입니다. 현 리그 최고의 선수를 논하는데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선수이죠. 많은 선수들이 리그의 지배자 중 한 명으로 인정하는 선수입니다. 리그 30개 팀 중 어떤 팀에 가더라도, 심지어 그 르브론 제임스에게 조차 KD는 클러치 상황에서 공을 패스받을 권리가 충분히 있는 선수입니다. 아무리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보컬 리더라도 '그 KD'에게 그런 말을 퍼부은 것은 어이없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죠. 그렇게 디그린이 욕을 먹고, 팀에서 징계를 받고, 관계를 풀었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디그린의 본헤드 플레이가 만들어낸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올해 KD가 '그 사건'이 이적에 영향을 주었다며 다시 언급하므로써, 디그린은 이번시즌 거하게 푸고 있는 삽과 함께 또 다시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었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며 디그린의 삽질로 마무리되나 싶던 중, 코로나로 인한 리그 잠정 폐쇄를 틈타 디그린이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면서 또다시 화제에 올랐습니다. 그는 팟캐스트에서 여러가지 말을 했지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KD는 이미 2018년 부터 팀에 마음이 떠나 있었고, 그 사건이 결정적인 건 아니었다'라는 내용이었죠. KD와 디그린은 수 차례 본인들이 밝힌 대로 팀 동료를 떠나서 사적으로 친한 관계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휴가 기간을 같이 보내고 농구 이야기 외 인생 이야기를 할만큼 친했다고 하죠. 이건 KD와 디그린 모두 인정하는 바입니다. 그렇기 때문이 디그린은 KD의 떠나고자 하는 감정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캐치했고, 그를 잡기엔 본인의 힘만으론 부족하다고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밥 마이어스(현 워리어스 단장)을 비롯하여 구단 수뇌부에게 KD를 잡게 해달라고 수 차례 요청했지만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고, 답답한 감정이 지속되었다고 하지요. 그러던 와중에 '그 사건'이 터졌고 패스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KD의 불만에 디그린은 '니가 따라 왔어야지'로 응수했다는 겁니다.


디그린의 주장이 아예 신빙성이 없는 것이 아닌 건, 워리어스의 평소 공격 플랜 자체가 그렇기는 합니다. 만약 디그린이 리바운드를 잡으면 플레이오프 클러치와 같은 상황에서 특별한 전술, 예를 들면 커리에게 공을 넘긴 후 곧바로 하이스크린을 걸어 빠른 3점을 노리는 등의 상황이 아니라면 주로 디그린은 볼을 운반하며 빠르게 공격 코트로 넘어가 상대 수비가 대형을 잡지 못하도록 하고 이후에 슈터에게 패스를 하는 패턴이 많았죠. 그렇기에 디그린은 KD가 하루이틀 같이 뛴 선수도 아니고, 이러한 팀 시스템을 이해하고 있다면 공을 달라고 걸어올 것이 아니라 빠르게 달려와서 패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에 자리를 잡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실 당시 누가 더 올바른 판단인가 아닌가를 떠나서, 디그린의 입장에선 단순 본헤드 플레이가 아니라 충분히 그러한 장면을 머릿속에 그렸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디그린의 입장에선 본인과 코트를 달리며 공간을 벌리지 않은 KD의 플레이가 '이미 팀에서 마음이 떠난 사람의 행동'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는 점이지요.

그럼 어찌보면 한 경기에서 단순한 의견의 차이, 3peat이란 대업을 위해선 사소할 수도 있는 이 장면에서 두 선수가 그토록 폭발한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에 대해 그린은 '롤 분배에 대한 KD의 불만'을 꼽고 있습니다. 잠시 16-17시즌으로 돌아가봅시다. 워리어스는 총 16승 1패(역대급 홈콜의 파이널 4차전이 없었으면 16-0이었을지도 모를)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우승을 하게 되고, KD는 파이널 MVP를 차지하게 됩니다. 전 세계 농구의 모든 영광이 워리어스와 KD를 향하고 있었고, 디그린은 이 당시 KD가 르브론을 넘어선 리그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디어와 팬들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고 합니다. 워리어스와 KD는 파이널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하였지, 모두가 세계 최고의 선수로는 여전히 르브론 제임스를 꼽고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르브론 본인 스스로가 역대급 승리라고 자부하는 15-16시즌의 역전우승(73승 역대급 최강팀에게 1-3으로 몰린 파이널을 역전시킨), 어빙은 떠나고 러브는 정신 못차린 상태에서 역대급 원맨캐리쇼를 보여준 17-18시즌의 준우승에 비하면 KD의 우승은 좋은 팀의 동료들 덕분에 너무나 손쉬운 듯 보였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르브론이 최고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죠. 사실 지금도 KD의 2연속 파이널 MVP의 대해 크게 인정하지 않는 여론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미 보여줄대로 보여준 선수에게 브루클린에서 더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지요.

상황이 이렇게 되자, 디그린의 주장에 따르면, 스티브 커가 플레이콜을 하면 KD는 '감독님 나는 이런 XX같은 콜을 원하지 않아요, 저 둘(커리와 탐슨)을 좀 어떻게 해봐요' 라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디그린이 커리에게 '이봐 스테프, 지금 10포제션 연속으로 KD가 공을 못잡고 있어. 다음엔 그가 슛하도록 해'라고 이야기 한 경우도 있다고 하지요. KD의 감정이 어땠는지, 디그린의 말만 듣고는 쉽사리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불만이 이해는 됩니다. 굳이 르브론 제임스에 대한 열등의식이 아니더라도 말이지요. 괴랄한 슈팅으로 인해 NBA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 커리와 탐슨과는 달리 KD는 더 전통적인 농구에 가까운 슈터입니다. 신이 주신 신체와 압도적인 기량으로 미들레인지와 골밑을 차분하게 공략해 나가는 선수. 그렇기 때문에 평생을 최고의 재능 소리를 들으면서 1옵션을 놓쳐본 적이 없는 선수에게, '히어로 볼'이 아닌 팀의 시스템의 보호아래 괴랄한 셀렉션으로 슛을 펑펑 쏘는 슈터 2명과의 공존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17-18시즌 부터 이미 KD는 불만이 있었고, 18-19시즌엔 그야말로 3peat란 대의를 위해서만 뛰었다는 것이 디그린의 주장이지요. 즉 '그 사건'은 트리거가 되었을 뿐 KD의 마음은 이미 떠나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의 근거로 자신과 KD는 서로가 인정하는 '절친'이기 때문에 그의 속마음을 더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는 점을 꼽습니다. 그러면서 결정적으로, KD가 마음이 떠나지 않고 그저 남고 싶었으면 아마 자신이 저 먼 곳으로 트레이드 되었을 것이라 이야기 합니다. 왜냐하면 그는 'KD'니까. 즉, 디그린과의 트러블로 그와 갈라서는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한다면 자신이 남는 선택만으로 심지어 프렌차이즈 스타인 디그린을 다른 팀으로 보낼 파워가 있는 선수임을 인정하는 것이지요. 아마 본인도 명색이 우승팀의 중요한 조각이자 올스타급 선수인데, 이러한 이야기까지 한 것을 보면 정말 진솔하게 한 인터뷰라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두 선수들의 인터뷰를 보면, 그 동안 헝클어진 퍼즐이 어느정도 맞춰지는 기분입니다. 제가 이 사안과 관련하여 여러 선수들의 의견을 듣고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KD가 OKC를 떠날 때, 그는 자신 외의 슈팅이 안되는 선수들과 뛰는 것, 그리고 르브론 제임스에 이어 2인자의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에 질려서 이적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실제로 15-16 시즌 컨퍼런스 파이널을 비롯하여 OKC가 무너진 경기들을 보면 KD의 계속된 공격으로 체력이 방전되었을 때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으니까요. 그렇게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지쳐있던 KD에게 역대급 슈터 2명과 함께, 그리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부하가 최소화된 시스템 농구팀에서 우승을 경쟁하는 팀으로의 이적은 너무나도 달콤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16-17시즌은 완벽한 유토피아 였습니다. KD는 당시에 인터뷰에서 줄곧 '행복한 농구를 하고 있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압도적이고 완벽한 우승과 함께 같은 팀의 커리를 제치고도 1인자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는데 성공하니까요.

그러나 시즌이 거듭될수록, 심경의 변화가 찾아왔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것이 커리, 탐슨, 디그린 혹은 스티브 커와의 인간적인 불화는 아닐 것입니다. KD가 아무리 잘 적응했다 하더라도, 본연이 가진 고유의 스타일이 있습니다. 어찌보면 타고난 스코어러인 KD가 워리어스의 절대자가 아니라 '한 조각'으로 골밑 수비와 캐치 앤 슛에 좀더 많은 비중을 가져가는 것이 처음에는 흥미로웠을지 몰라도 결국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을 공산이 크지요.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에서 메시와 뛰며 제 아무리 좋은 스탯과 우승경력을 만들어 내었어도, 측면 수비와 피니셔로의 비중이 높은 자신의 역할을 결국은 100% 받아들이지 못한 채 PSG로 떠났듯이 말이지요. KD는 때로는 언론으로부터 '사치품' 소리를 들으면서 까지 그러한 역할을 해야 했으니까요. 실제로 KD는 워리어스를 떠난 후, '우리는 때로는 히어로볼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라고 이야기했을 정도이니까요.

게다가 KD는 추후에 '스테프, 클레이, 드레이먼드는 워리어스에서 드래프트 되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즉 아무리 본인이 뛰어난 활약을 펼쳐도 은연중에 받는 용병 취급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만약 어떤 농구팬이 '워리어스는 KD 버스타고 우승했음' 이라고 주장한다고 합시다. 하지만 심지어 그런 사람에게 조차, '그럼 워리어스는 누구 팀이야?' 라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커리의 팀이지' 하는 것이 현실 이니까요. 팀에 드래프트 된 이후로 오래된 암흑기를 벗어나게 해줌과 동시에 MVP, 우승의 영예를 안겨준 커리의 워리어스 내의 입지는 레이커스 내의 코비,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결국은 레이커스가 3회 파이널 MVP 샤크를 보내는 것을 택했듯이, KD에게 커리는 팀 내 또 다른 벽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워리어스의 우승멤버 데이비드 웨스트는 2연패 후 '우리 라커룸의 숨은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놀라울 것이다' 라며 운을 띄웠으나 끝끝내 그 진상을 솔직하게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디그린의 말을 봤을 때, 아마 그러한 미묘한 긴장감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KD는 과연 워리어스에게 안 좋은 감정만 남았을까, 라고 한다면 그것도 아니라고 봅니다. 어쨌든 KD와 워리어스의 3년간의 만남은 서로 최고의 Win-Win으로 마무리 되었으니까요. 서로가 서로에게 확신한대로 최고의 팀을 만들어, 엄청난 영광과 업적을 쌓았습니다. 아마 KD와 워리어스 모두 앞으로 그 3년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두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더 잘 알 테니까요. 또한 커리가 에고가 강한 선수였으면, 샤크와 코비가 그랬듯이 진작에 KD와 감정이 더욱 안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커리는 KD가 떠나기 전과 후 모두 KD를 '세계 최고의 선수'로 추켜줌과 동시에 떠나는 선택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하지 않았죠. KD도 커리에 대해선 항상 존중하는 멘트로 일관해 왔습니다. 실제로 KD는 17-18 시즌 파이널에선 '너도 파이널 MVP 타야지' 라는 느낌으로 대놓고 커리에게 밀어주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실제로 마지막 경기에선 그렇게 리바운드하고 패스만 도맡아서 하다가 커리가 너무 잘 받아먹은 나머지 결국은 강제 트리플더블(;;)을 하게 되어서 파이널 MVP를 타게되어 떨떠름해 했던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그렇기에 KD가 르브론 제임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열등의식과, 롤 분배에 대한 무조건 적인 불만을 가졌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결론을 내리면, KD와 워리어스는 서로 Win-Win의 영광의 3년을 보냈고, 결국은 헤어질 때가 되어서 서로의 갈 길을 갔다. 팀은 영광의 왕조를 구축했고, 선수는 커리어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따라서 KD가 워리어스에게 가지는 감정은 마냥 좋은 기억 혹은 안 좋은 기억만 남은 것이 아닌 상당히 복합적인 감정이다(아마 OKC를 떠날때도 그렇듯 KD 자체가 원래 이렇게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인듯 합니다). 그렇기에 NBA 3peat라는 것이 신체적 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얼마나 어려운 위업인지를 다시 한번 알 수 있는 좋은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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