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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화위복 Nov 06. 2021

[책이야기] 인구 미래 공존


저자인 조영태 교수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인구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2016년엔 『정해진 미래』를, 2018년엔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라는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다룬 책을 이미 두 번이나 출간한 바 있습니다. 2021년 또 다시 같은 주제의 3부 격인 『인구 미래 공존』을 출간했는데, 같은 주제의 책이 단기간에 세 권이나 출간된 이유는 첫 번째로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에 대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공감하고 있으며, 두 번째로는 불과 5년 사이에 상황이 크게 변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에 1.24에서 2020년에 0.84로 떨어졌으며, 이 추세는 변하지 않아 2021년엔 0.7명대까지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수치에 따라 저자가 2016년에 『정해진 미래』에서 했던 언급했던 것들은 벌써 다시 갱신될 필요가 있는 예전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최근 '출산'이라는 단어가 여성의 역할을 아이를 낳는 것에만 강조하기 때문에, 2018년부터 '출생'으로 바꾸어 사용하도록 하는 여성가족부의 권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인구학에서는 '출생(birth)'은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출산(fertility)'은 아이가 생기고 엄마의 배 속에서 자라나 세상에 태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하는 용어로 쓰인다고 합니다. 학술적으로는 오히려 '출생'이 아이를 낳는 것만을 강조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책에서 '출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습니다. 저자의 뜻에 따라 저도 이 글에서 '출산'을 사용하겠습니다.





2021년 현재, 저 같은 일반인에겐 아직까지는 저출산 고령화가 크게 체감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경제 활동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25~59세 인구가 2030년 전까지는 비슷하게 유지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추세가 유지된다는 전제 아래, 2030년 이후엔 25~59세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이하가 될 것이며, 2050년부터는 전체 인구가 매년 50만명씩 줄어든다고 합니다. 2년 마다 울산광역시 만한 인구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불과 80년 후인 2100년엔 전체 인구수 2000만 명대로의 진입이 예상됩니다.



저자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전체 인구는 줄어드는데 고령층 비율이 높아지는 식의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가, 우리나라에게 매우 안 좋게 작용할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지극히 '인구학적' 관점이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 기간동안 인구가 줄어드는 와중에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획기적인 기술 혁신들이 발생하여 큰 인구를 유지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급격한 생산성 향상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다만 저자가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인구 변동의 영향은 계층별로, 세대별로 매우 '불평등'하게 다가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아직 인구변동을 체감하기 전인데도 과거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한 '커지는 파이'의 과실을 잘 맛봐온 기성세대들은 저출산 문제를 우려하는 경우가 많지만, 현재 과도한 경쟁에 치이고 있는 MZ세대들은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경쟁도 줄고 그다지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 처럼 세대별로 인구변동을 바라보는 시선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아직 먼 이야기 같은 인구변동이 슬슬 체감되는 쪽은 교육계입니다. 40만명대로 이전 세대보다 급격하게 숫자가 줄어든 2002년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시점인 작년부터 지방 대학교들의 신입생 충원 문제가 본격적으로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지방 대학교는 직원과 교원들에겐 밥벌이를 해주는 직장이며, 지방 상권에 기여하는 역할도 합니다. 지방 도시의 특성상 지방 대학교가 지역 상권에 기여하는 비중은 인서울 대학들보다 훨씬 클 것입니다. 이러한 대학교들이 다 정리된다면, 수 많은 직원들과 교원들은 직장을 잃음은 물론 주변 상인들도 큰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지방 도시들을 지탱해 준 또 하나의 축이 무너지는 것이겠지요. 또한 대학교의 직원과 교원들은 사학연금의 기여자들이기 때문에 사학연금의 고갈시점도 더 빠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반면 앞으로 학령 인구가 아무리 줄어도 인서울 명문 대학들에겐 그다지 타격이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수도권과 지방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져 지방 도시들이 우리 예상보다 더 빠르게 소멸할 수 있습니다.



2021학년도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정원보다 지원자 수가 많습니다



맬서스의 '인구론'과 다윈의 '종의 기원'의 공통점은 좁은 공간에서 한정된 자원을 지나치게 경쟁하다 보면, 종은 본인의 생존 본능이 후손 재생산 본능보다 우선된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기초자치단체의 인구밀도의 출산율의 관계는 명백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구밀도가 낮음에도 저출산을 경험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기 때문에, 인구밀도가 저출산의 절대적인 원인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추가로 각 국가별 최대 도시에 살고 있는 인구 비중인 '편중도'라는 개념을 도입합니다. 편중도가 16.2%를 넘어가는 국가들은 인구밀도와 저출산간 상관관계가 더욱 명확해집니다. 우리나라도 최대도시(서울)에 약 1/5(20%)의 인구가 살고 있으니, 이 정도면 확실히 높은 인구밀도와 경쟁이 저출산을 부추긴다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와 같은 0점대 출산율을 기록하는 국가들은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국가들입니다. 위의 지방대학 소멸 사례와 같이 생각해 본다면 저출산과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되었다는 생각에 다다르게 됩니다. 빠져나갈 통로가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 켠이 참 답답해 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최종 종착점이 도시국가가 되는 것은 아닐지 하는 불안감도 느껴졌습니다.



2020년 기초자치단체별 합계출산율과 인구밀도의 상관관계. 서울 자치구들의 위치가 의미심장합니다.



이미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만큼, 앞으로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의 문제를 해결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나마 대안이라는 외국인 이민자 수용 문제도,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상 결코 만만한 해결책이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워낙 급격하게 진행되는 만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 경제,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합니다. 이런 급격한 변화로 근래 점점 커지고 있는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겠습니다. 이미 많은 자산을 쌓아놓은 자산가들에겐 저출산 고령화가 큰 영향이 없을수도 있겠지만, 당장 현재 MZ 세대 일반 근로자들은 현재 2056년으로 예상되는 국민연금 고갈이 우려될만 합니다(2015년에 2060년 고갈 예상에서 초저출산 심화로 4년 더 빠르게 조정되었습니다).



일본이 버블경제를 피하지 못한 것은 '플라자 합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 일본 정부의 연속된 잘못된 대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큰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2030년부터 인구 절벽이 본격적으로 체감되기 시작할 때 국가적으로 제대로 된 대처를 해야할 것입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기득권 층으로 갈수록 크게 체감되지 않아서인지 아직까지는 정치권 쪽에서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한 느낌입니다. 따라서 개인 차원에서의 대비도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이처럼 읽으면 읽을 수록,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서의 각자도생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국가에서 챙겨주는 것이 아닌 각자의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은 한국의 노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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