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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화위복 Nov 01. 2021

[도시이야기] 경기도 수원시 - (2)

수원시에서 제가 두 번째로 정착한 곳은 수인분당선 매탄권선역 인근이었습니다. 이 역은 영통구 매탄동과 권선구 권선동 사이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긴 이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역 일대는 전형적인 주거지역이며, 1번 출구에서 동남쪽으로 조금만 가면 신동 카페거리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곳은 2014년 즈음에 래미안영통마크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허허벌판이었던 곳이었습니다. 카페거리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신축 건물들 위주로 조성된 거리인 만큼 매우 깔끔하며, 아기자기한 소규모 카페, 음식점, 잡화점들이 있습니다. 원천리천 근처의 수변공원의 조명도 은은하여 수원시 내에서는 나름 데이트 명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여성들의 자취 장소 혹은 신혼부부들의 결혼생활 시작 장소로는 이만한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동네였습니다.



신동 카페거리의 남쪽 일부분은 불과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화성시 진안동'이었습니다. 경기 남부의 인구가 증가하고 수원과 화성 두 도시가 연담화 되면서, 같은 동네의 골목을 경계로 두 개의 시가 마주보게 되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주민들에겐 소소한 불편함들이 있습니다. 작은 쓰레기를 버리려고 바로 근처 편의점에 갔는데, 그 편의점은 화성시 소속인지라 수원시 쓰레기 스티커를 구매할 수 없을 때가 있었습니다. 영통2동 동사무소는 매우 가까운 망포역 근처에 있어 같은 동네의 수원 시민들은 행정에 불편함이 적었던것에 비해, 화성시 진안동 동사무소는 머나먼 병점 지역에 있어 화성 시민들은 꽤나 불편함을 느꼈었지요. 가장 큰 문제는 아마 가장 가까운 학교에 배정받을 수 없는 학군 문제일 것입니다. 이런 불편함 때문에 작년에 수원시와 화성시는 서로의 행정구역을 교환, 조정을 하였습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최근에 영통구 청명센트레빌의 행정구역을 수원시와 용인시가 서로 조정한 경우가 있습니다. 아마 경기도 쪽에는 과거 도시화 되기 전에는 큰 불편함이 없 유지되던 행정구역들이, 계속되는 수도권 도시화가 진행됨에 따라 이와 같은 사례들이 꽤나 잦아질 것 같습니다.



화성시에서 수원시로 편입된 (A)구역은 홀로 튀어나와 3면이 수원시에 둘러쌓여 있는 형태였습니다.



신동 카페거리 수변공원을 따라 흐르는 원천리천 양쪽 옆에는 보행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보행로 전체가 녹지로 구성되어 있어, 도심의 자연쉼터 역할 톡톡히 해주는 곳입니다. 보행로를 북쪽으로 쭉 따라 걸어 올라가면 거대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지나쳐서 광교 호수공원까지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 근방에 새롭게 살게 된 주민이라면 꼭 한 번쯤은 완주해볼 만한 재미가 있는 길입니다. 하지만 최근 보행로를 걷는 것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습니다. 좁은 보행로를 두고 자전거 이용자들과 보행자들간의 갈등 때문입니다. 시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원천리천 보행로에서 자전거 통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으로 규제하는 사항이 아닌 만큼 실질적으로 자전거 이용자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좁은 도로를 두고 보행자들과 속도를 줄이지 않는 자전거 이용자들간의 마찰과 민원이 지속되자, 시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양쪽 보행로 중 더 좁은 삼성전자 사업장 쪽 보행로를 자전거가 이용하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고 한 쪽 보행로를 자전거 도로로 완전히 전환하자니, 사실 원천리천 보행로 위쪽 동탄원천로에는 결코 좁지 않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이미 조성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이용자들이 자전거 도로 대신 원천리천 보행로를 이용하는 이유는 신호등이 없고, 라이딩하는 재미가 평범한 자전거 도로보다는 하천 보행로가 훨씬 재미있기 때문이겠지요.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자전거 이용자들과 치열한 눈치싸움이 더 불편해서 이 보행로를 이용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시에서 양쪽 모두 불편함이 없도록 원만한 해결책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진의 반대편이 삼성전자쪽 산책로입니다. 하지만 잘 지켜지고 있지 않은 시의 권고사항.



원천리천의 상류에 있는 원천호수에는 현재 수원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광교 호수공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신기한 점은 광교 호수공원으로 재개발 되기 전까지는 수원 시민들에게는 놀이기구와 식당들이 즐비했던 '원천유원지'로 더 친숙했다고 합니다. 사실 광교 신도시가 개발되고 광교 호수공원이 들어선 이후부터 수원에 살기 시작한 저에겐 '원천유원지'에 대한 기억은 없습니다. 다만 제 고향 인천에도 정말 유사한 '송도유원지'가 있었기 때문에, 수원 시민들에게 '원천유원지'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는 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구 송도유원지 부지는 현재 중고차 수출단지로 쓰이고 있지만 그 주변에 있는 수많은 숙박업체와 음식점들이 이 곳이 과거엔 '유원지'였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반면 광교 호수공원 주변에는 광교 신도시 개발로 인해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되어서 아마 저 처럼 2010년대 이후에 수원에 살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이 곳에 유원지가 있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것입니다.



원천유원지(2008)과 광교 호수공원(2021)의 모습. 그야말로 13년 만에 상전벽해 입니다.



겨울이 되면 수원시엔 불청객이 찾아옵니다. 바로 '까마귀 떼' 입니다. 어느 날 운전을 하고 가다가 신호를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무심코 도로변 전신주 위를 쳐다봤는데, 처음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새카만 새들이 전신주 전선위에 가득 앉아있는 광경이 정말 영화의 한 장면 처럼 기괴했습니다. 전신주 뿐만 아니라 주변 상공도 새카만 새들의 날갯짓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렇게 운전하고 집에 차를 대고 보니, 이미 제 차는 배설물 폭격 테러를 당한 상태였습니다. 너무 황당해서 기사를 찾아보니 수원시에 까마귀 떼가 출몰하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은 2016년 즈음 부터라고 합니다. 시베리아나 몽골 지역 철새들이 따뜻함을 찾아 한국으로 내려와 자리잡은 곳 수원시 인근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가 되면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주민들, 특히 소상공인들은 까마귀와의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는 합니다. 비슷한 문제를 겪었던 울산광역시가 태화강 변에 까마귀 보금자리를 마련해서 도심 지역의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고 하는 만큼, 수원시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물론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울산광역시는 수원시와는 다르게 드넓은 행정구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보다 더 많아 보이는 까마귀 떼



수원에 살면서 다른 곳과 가장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점 중 하나는 바로 '비행기 소음' 입니다. 사실 수원 내 지역마다 정도 차이가 있고 비행기가 항상 이동하는 것은 아니니 삶에 큰 불편함을 주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어느정도 체감을 했던 이유는 과거 교대 근무를 했었던 이력 때문입니다. 야간 근무가 끝나면 날씨가 청명한 날에는 창문은 시원하게 열여놓고 암막커튼으로 햇빛을 차단하여 잠을 청했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늘을 가르는 비행기 소리에 종종 잠이 깼던 기억이 있습니다. 교대근무를 더이상 하지 않는 지금도 낮 시간에 회사 건물 밖에서 동료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잠시 대화를 일시정지 해야할 정도로 종종 비행기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근방을 날아다니는 비행기



이 소음의 원인은 근원지는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세류역 근처에 위치한 대규모 공군기지입니다. 무려 2차 세계대전 말에 일제에 의해 설립된 기지인 만큼, 그 때만 하더라도 주변 권선구 지역은 도시화 되기 이전 외곽 지역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점점 인근지역에 도시가 꽉 들어차면서 소음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합니다. 공군기지는 전형적인 '님비(Not In My BackYard)' 시설화의 길을 걷습니다. 기지의 연식이 연식인지라 노후화된 시설을 하루속히 개선하고픈 국방부와 님비시설을 걷어냄과 동시에 웬만한 지역들의 개발을 완료했기 때문에 새로운 땅을 찾고 싶은 수원시가 나서서 공군기지를 인근 화성시 화옹지구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화성시와 전혀 협의되지 않은 국방부와 수원시 만의 독단적인 입장이기 때문에 정작 화성시는 어리둥절하다는 입장입니다. 국가의 국방과 인근 시민들의 삶의 질이 상충되는 문제인 만큼 쉽게 답을 찾기 힘든 문제입니다. 따라서 국가에서 지혜를 모아서 각 이해 관계들이 조금씩 양보를 함과 동시에  공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해결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수원시에서 운영중인 '수원화성군공항의 변화' 페이스북 커뮤니티. 정작 화성시의 의견은 딱히 반영되지 않은 '적합 선정'과 같은 의견들이 계속 올라오는 듯 합니다.




https://brunch.co.kr/@raulista/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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