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화위복 Sep 30. 2022

[직장생활] 면접을 보고 느낀 점




최근 사내에서 대대적인 사내공모가 있었습니다. 최근 여러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부서 변경의 욕구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사내 공모 지원 버튼을 누르게 되었습니다. 업무 도중 지원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눈치를 보며 몇 군데 서류 전형에 지원했고, 운이 좋게도 세 개의 부서에서 면접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최종 결과는 1승 2패. 두 번의 낙방이 있었지만, 결국은 한 군데에 합격하여 부서 변경에 성공했습니다. 이전 부서와 완전히 다른 직무여서 사실상 이직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직에는 항상 적응이라는 위험이 따릅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현재까지는 '매우 만족'하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 이후에 오랜만에 연달아서 면접들을 보면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면접 후기들을 들으면서 느꼈던 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1. 면접의 성패를 가르는 비중이 가장 큰 것은?




면접을 잘 보면 최종 합격의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면접을 잘 보았다고 해서 반드시 합격이 보장되는 것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지원자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소수의 인원만 선발하는데 이미 내정자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는 특정 지원자가 해당 부서나 직장에 개인적인 연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꼭 그러한 사적인 사유가 아니어도, 지원자의 서류와 경력만으로도 해당 부서에서 원하는 능력에 퍼즐 조각처럼 딱 들어맞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부서 내부적으로 형식적인 면접만 봐도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렸을 수도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엔 범접할 수 없는 천상계 스펙자들이 몰리는 경우가 있겠지요. 애시당초 이길 수 없는 게임일 때가 왕왕 있습니다.




이 외에도 변수는 너무 많습니다. 면접관도 사람이기 때문에 지원자들 만큼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면접관은 사람은 첫 인상만 봐도 판단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엇을 해도 이길 수 없을 것입니다. 면접으로 사람을 뽑아본 경험이 많은 면접관이 들어올수도 있고, 어떤 면접관은 열심히 실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윗 선으로부터 면접관으로 참여하라는 통보를 받아 얼떨결에 참석했을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면접관도 본인도 이직이나 전배를 앞두고 있어서 남을 뽑을 처지가 아닌 상황에서도 어쩔 수 없이 들어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저의 면접관으로 들어오셨던 분이 제가 합격한 후에 바로 다른 부서로 전배를 갔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지원자는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이 너무 많습니다. 따라서 극소수의 천상계 스펙자들을 제외한 저 같은 보통의 지원자들의 경우, 면접의 성패를 좌지우지 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결국 '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지원자는 면접에서 간절함도 잘 어필했고, 나름 면접관과 말도 잘 통한 것 같아서 합격 소식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습니다. 반대로 어떤 지원자는 면접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버벅이고 온 것 같은데 합격을 통보받는 경우도 많이 보입니다.









2. 그럼 '운빨망겜' 면접에서 합격 확률을 높이는 방법은?




하지만 우리는 면접이 '운빨망겜'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막 볼 수는 없습니다.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여 최대한 합격률을 높여야 합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은 면접의 정도를 걷는 것입니다. 내가 면접의 정도를 걸었음에도 면접에서 탈락을 했다면 그저 운이 좋지 않은 것입니다. 훌훌 털어버리고 다음 면접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준비하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그러면 면접의 정도란 과연 무엇일까요? 제가 이번에 연달아 면접을 보며 느낀 점은 어떠한 질문이 들어와도 '면접장에서 자신이 준비해온 답변을 100% 털어놓고 오는 것' 입니다. 이것이 과연 무슨 뜻일까요?




먼저 면접에서 답변의 기본기는 해당 직장이나 부서에서 신규 채용 직원에게 기대 할만한 점을 나만의 개인적인 스토리에 녹여내는 것입니다. 새로운 부서에서 신규 직원에게 기대하는 점은 충분한 지원 동기, 전문 지식, 직무 관련 경험, 문제 해결 사례, 개인적인 성향, 자신만의 강점 등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건조하게 이야기하기 보다는 스토리에 녹여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내가 남들보다 파워포인트로 회의자료 하나 만큼은 기가 막히게 뽑아낼 수 있다라고 한다면, '저는 남들보다 파워포인트를 잘합니다' 보다는 '제가 신입사원 때 무려 부사장님 발표 자료를 만드는 임무가 주어졌는데, 이러이러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국은 성공적으로 발표가 되어 결국 부서 전체가 상을 받았다' 식의 기승전결로 마무리 하면 더욱 좋습니다. 물론 스토리에 MSG는 필수입니다. 사실 이러한 기본기는 면접과 취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많이 보편화 된 기본 중의 기본일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변수는 면접관이 내가 원하는대로 질문을 해주면 참 고마울텐데 결코 그렇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번 세 번의 면접 중 망했던 첫 번째 면접을 예로 들겠습니다. 지원 동기, 전문 지식, 직무 관련 경험, 문제 해결 사례, 개인적인 성향, 자신만의 강점 등을 모두 각각의 스토리에 녹여서 준비했습니다. 옆에서 누군가가 '나의 강점' 버튼을 누르면 바로 스토리와 답변이 술술 나올 정도로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 면접에서 제가 간과한 점은 면접관이 버튼을 누르듯이 '당신의 강점이 무엇인가요?' 식으로 물어보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어떤 면접관은 아이스 브레이킹 한답시고 끝없이 실없는 농담만 계속 할 때도 있습니다. 어떤 면접관은 뜬금 '삼성역에서 강남역까지 하루에 차가 몇 대나 지나갈까? 당신의 센스를 보여줘.' 식의 난감한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예전 모 기업에서 신입사원 면접 때 실제로 받은 질문입니다). 어떤 면접관은 면접에서 본인 얘기 하느라 흐름이 점점 삼천포로 샐 때가 있습니다. 물론 딱딱하게 본인이 알고 싶은 질문만 골라서 하고 끝내는 면접관들도 있습니다. 즉 내가 원하는대로 질문을 해주지 않을 때가 많으며 여기에 휘말리게 되면 미처 준비했던 나의 강점들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한 채 면접이 종료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지원자는 준비한 스토리들을 전부 말할 수 있도록 면접의 주도권을 가져와야 합니다.




다시 위에 제가 망했던 면접으로 돌아갑니다. 당시 저는 '성격의 장단점'의 답변을 따로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나름 짬밥 좀 먹은 사내 경력직을 뽑는 자리인데, 신입 사원들에게나 물어볼 법한 성격의 장단점 같은 것을 물어보겠어?' 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저의 문제는 질문 버튼이 눌리면 대답하는 식으로 연습을 하다보니, 예상하지 못한 '성격의 장단점' 질문이 나오자 제대로 대답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당시에 제가 무슨 대답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어버버하고 당황했었습니다.




그러면 그러한 상황에서 올바른 면접의 정도는 무엇이었을까요? 어떠한 질문이 들어와도 내가 준비한 답변을 말할 수 있도록 면접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A라는 난제를 우여곡절끝에 B 능력을 발휘하여 풀어낸 사례가 있습니다'. 이 답변은 문제 해결 사례(난제 해결), 전문 지식(B 능력)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답변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기지를 발휘하면 앞서 '성격의 장단점' 질문에도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답변을 다한 뒤 마지막에 '이 사례처럼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답을 찾아가는 것이 저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높은 기준을 세워 종종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식으로 단점마저도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것'으로 포장할 수도 있습니다. 면접관의 질문은 분명 '성격의 장단점'이었지만, 자연스럽게 나의 문제 해결력과 전문 지식을 어필하면서 마지막에 부연 설명으로만 '성격의 장단점'을 간략하게 언급하며 마무리 하는 것입니다.




이런 형식의 범용적인 스토리를 많이 준비할수록 훨씬 편리해 집니다. '지원 동기'를 물을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저 '이것 저것 업무를 하고 알아보다가 A분야에 흥미를 느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는 너무 평범합니다. 만약 고객과의 소통이 최대의 과제이자 필요한 역량부서라고 칩시다. 극단적으로 내가 관련 직무 경험이 없어도, '고객과 소통의 경험은 없지만 유관부서와 A 문제를 B의 방식으로 논의하여 결국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내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 한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나에게 소통의 재능이 어느정도 있다는 것을 느꼈고, 이러한 나의 소통 역량을 고객에게 최대한 발휘하는 곳에서 활약하고 싶어 흥미가 생겼다'로 대답이 가능합니다. 이 대답 역시 '지원 동기(흥미)'는 뒷 부분에 살짝 거들 뿐 결국 자신을 어필하는데 포인트가 있습니다.




3. 그럼 결론은?




개인적으로 느꼈던 면접에 대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면접은 성패는 운이 가장 크게 작용합니다.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도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당 직장(부서)에서 원하는 역량과 성향을 어필할 수 있는, MSG가 조금 첨가된 스토리를 여러 개 준비합니다. 어떠한 난감한 질문이 들어와도, 예기치 않게 면접의 흐름이 삼천포에 빠져도 내가 준비한 답변들로 대처할 수 있는 임기응변을 연습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준비한 답변들을 모두 이야기 하고옵니다. 이것이 반드시 성공하는 방법은 아닐 수 있지만, 가장 정석적이고 알차게 면접을 볼 수 있는 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