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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화위복 Mar 29. 2021

[NBA] 슈퍼팀 이야기

슈퍼팀은 어떻게 NBA의 트렌드가 되었나


지난 주말, 총 7번의 올스타 선정과 5번의 올 NBA 수상실적에 빛나는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엘리트 빅맨, 라마커스 알드리지가 현재 동부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브루클린 넷츠에 합류하였습니다. 브루클린 넷츠는 이미 케빈 듀란트, 제임스 하든, 카이리 어빙이라는 3명의 슈퍼스타를 보유한 '슈퍼팀'으로 불리던 팀입니다. 이미 이렇게 완성된 팀에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알드리지가 합류한 것은 NBA 팬들에겐 큰 충격이었습니다. 물론 알드리지의 기량이 지난 시즌부터 서서히 내리막 길을 걷는 모습이 현저했기 때문에, 전성기 때 기량만큼 무시무시함을 보여주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제한된 시간 안에서는 아직도 쏠쏠한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으며, 무엇보다 '베테랑 미니멈'이라는 가성비 좋은 시장가 보다 저렴한 염가 계약으로 합류했다는 점에서, 알드리지의 합류는 '슈퍼팀'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기 충분했습니다.



그럼 '슈퍼팀'은 언제부터 이렇게 논란이 되기 시작했을까요? 농구 팬 분들이라면 많이 아시다시피, 그 시작은 2010년에 NBA를 대표하는 간판스타 르브론 제임스의 마이애미 히트 합류였습니다. 직전 시즌 PER(선수 효율성 지수) 1위, 2위, 4위인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크리스 보쉬 3명이 같은 시점에 마이애미 히트에 모이며 'BIG 3'를 구성합니다. 당시 이 슈퍼팀에 대한 거부감에 대중들의 비난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먼저 NBA는 다른 스포츠 리그에 비해 유독 스타 선수들이 뭉치는 행위에 대해 상당히 배타적입니다. 명문 클럽들이 주도적으로 스타 선수들을 '수집'하는 유럽 축구에 비해선 더욱 두드러진 NBA 만의 특성이지요. 매직 존슨(LA 레이커스), 래리 버드(보스턴 셀틱스), 마이클 조던(시카고 불스)까지 NBA를 대표하는 전설들이 오랫동안 한 소속팀에서 뛰면서 우승을 이뤄낸 전통 때문에, 더욱 보수적인 문화가 형성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들에 필적하는 업적을 이룩하기 위해선, 오랜 시련을 극복해내고 자신의 팀을 스스로의 힘으로 정상에 올려놓는 것이 일종의 '과업' 처럼 여겨졌지요.


30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감정이 남아있는 마이클 조던과 아이재아 토마스


헌데 리그를 대표하는 간판 선수이자, 원 소속팀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서 언젠가는 이러한 전통을 계승해 왕좌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 여겨졌던, 그 르브론 제임스가 직접 나서서 케케묵은 관념을 파괴하고자 하였습니다. 르브론 제임스는 과거 레전드들와는 달리, 다른 팀의 에이스들과도 곧잘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며, 언제든지 원한다면 그들과 같은 팀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입니다. 코트 밖에선 그럭저럭 친하게 지낼 수 있어도, 코트 안에서는 죽일듯이 싸워야 했던 과거 전설들이 보기엔 매우 못마땅한 태도였습니다. 팬들은 이렇게 슈퍼스타들끼리 뭉칠 것이라면, 공정한 '리그'가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게다가 르브론 제임스가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하면서 연출한 '더 디시젼 쇼(The Decision Show)'도 슈퍼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되는데 한 몫 하게 됩니다.





하지만 처음은 어려워도, 두 번째부턴 쉽다 했던가. 슈퍼팀 논란에 정점은 바로 최근래 '왕조'를 구축한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였습니다. 14-15시즌엔 우승팀이자, 15-16시즌엔 73승 9패라는 정규시즌 역대 최다승 기록을 작성한, 이미 만장일치 MVP인 스테픈 커리를 보유하고 있는 이 팀에 '또다른 MVP' 케빈 듀란트가 합류하게 됩니다. 이적 설이 나돌때만해도 많은 사람들이 '설마?' 했습니다. 이미 6년 전에 그 진통을 겪고도, 슈퍼팀이 또 다시 구성될까 싶었습니다. 그러나 듀란트는 '르브론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 것 없다'라고 외치듯 자연스럽게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에 합류하게 되고, 그 결과 15-16시즌 우승을 내주었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로부터 두 번의 우승을 빼앗아 오며, 선수와 팀 모두 Win-Win한 사례로 남게 되었지요. 16-17시즌 골든 스테이트의 우승 이후, 케빈 듀란트의 후원사 나이키는 바로 'DEBATE THIS'라는 광고를 당당하게 선보입니다. 대중들이 아무리 물고, 뜯고, 씹어도 케빈 듀란트는 굳건하며, 이제 슈퍼팀은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되었음을 당당하게 선언하는 듯 했습니다.



그럼 슈퍼팀은 대체 왜 탄생하게 된 걸까요? 그리고 어떻게 이렇게 리그의 '트렌드'가 되었을까요? 그것은 NBA라는 리그와 농구라는 종목의 고유한 특성 때문입니다. 농구는 5명이라는 적은 인원 때문에 팀 스포츠 구기 종목 중에서도 개별 선수의 영향력이 매우 큰 종목입니다. 제 아무리 강팀의 에이스라도 1명이 5분 이상 공을 소유하기 힘든 축구에 비해, 농구에서는 별다른 변수가 없는 이상 공은 항상 에이스의 손에 쥐어있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팀 전력에서 슈퍼스타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 이상이며, 여타 구기 종목 팀 스포츠들보다도 에이스의 '하드캐리'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팀들의 최우선 목표는 공을 손에 쥐었을 때 놀라운 일들을 만들어내는 '슈퍼스타'들을 영입하는 데 있으며, 이들을 중심으로 다른 선수들을 조합시켜 팀을 완성하게 됩니다. 리그는 이러한 슈퍼스타들의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연봉 상한선 제도(샐러리캡)를 운영합니다.



이거 없으면 말을 말어...



그렇기에 일정 수준의 이상의 개인 기록과 수상경력이 있는 슈퍼스타들을 평가할 때, 본인이 '하드캐리'해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 본 '우승횟수'가 큰 영향을 가지게 됩니다. 엄청난 기량의 선수였음에도 방송인 찰스 바클리는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샤킬 오닐(우승 4회)에게 우승 경력이 없다는 놀림을 곧잘 받고는 합니다. 2018년 월드컵 우승팀의 에이스였던 그리즈만이 월드컵 우승 경력이 없는 메시보다 뛰어난 선수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축구와는 다른 상황이지요.



르브론 제임스는 농구선수로서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서도 매우 영리한 사람입니다. 아무리 엄청난 기량으로 리그를 평정하더라도 우승이 없다면 자신의 업적이 폄하될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전의 관념들을 과감하게 깨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유능한 선수를 모으는 데 제한적인 '스몰 마켓' 팀이었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를 떠나 마이애미 히트에서 이른바 'BIG 3'를 구성하게 되지요. 르브론 제임스가 마이애미 히트에서 거둔 2회의 우승이 없었다면 지금의 위상에 미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 결단은 결국 성공적인 사례로 남게 됩니다. 골든 스테이트 시절의 케빈 듀란트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은 제임스 하든이 그 길을 걷고자 하고 있습니다.



우승을 위해 돈을 포기한 남자, 데이비드 웨스트.



농구가 다른 종목과 다른 특수한 점 하나를 더 꼽자면,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같은 슈퍼스타들보다 티어가 낮은 유능한 선수들도 자신의 저물어가는 커리어를 장식하기 위해서 '우승'을 필요로 하는 점입니다. 경기 중에도 교체가 자유로운 종목의 특성상 아무리 전성기가 꺾인 노장선수여도 자신의 특기를 살려 짧은 출전 시간 동안 만큼은 팀에 상당한 공헌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선수 말년에 획득한 우승반지도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그 가치를 충분히 쳐주는 편이며, 만약 시장가 이상의 거액의 계약을 제시하는 팀이 없다면, 베테랑 선수들은 기꺼이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에 합류합니다. 이 것은 기존의 '슈퍼팀'을 더욱 무섭게 만들어주는 요소입니다. 골든 스테이트의 왕조 시절에는 이궈달라-리빙스턴-웨스트가 기꺼이 벤치롤을 받아들이면서 팀에 공헌했습니다. 따라서 블레이크 그리핀과 알드리지가 염가의 계약에도 기꺼이 브루클린 넷츠에 합류한 것도 전혀 신기한 일이 아니지요. 그러자 또 다른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인 안드레 드러먼드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브루클린 넷츠와 대척점에 있는 LA 레이커스에 합류하게 됩니다.



응, 난 그런거 안해. 데미안 릴라드.


그럼 벌써 10년 가까이 이어져온 '슈퍼팀'의 트렌드는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우승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우승이 없다면 아무리 훌륭한 선수여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지금의 경향이 계속되는 한, 이제 트렌드를 넘어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포틀랜드의 데미안 릴라드처럼 끝까지 슈퍼팀을 거부하는 '터프 가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슈퍼스타급 선수들에겐 슈퍼팀 합류의 기회를 뿌리치는 것은 '바보같은 선택'이 될 확률이 높게 되었습니다. 만약 저라도 제가 제임스 하든이라면, '내가 우승이 없어서 저들보다 못하다고?'라는 생각으로 억울해서 못살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리그 당국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골든 스테이트처럼 한 팀 만이 왕조의 길을 걸을 때는, 시카고 불스라는 과거의 전설에 도전하는 도전자이자, 나머지 29개팀의 빌런으로 스토리를 그려서 흥행몰이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역사적인 왕조의 순간을 보고싶은 팬은 골든 스테이트를, 나머지 사람들은 골든 스테이트에 맞서는 나머지 29개팀들을 응원하면 되었거든요. 선악구도가 명확했습니다. 역시나 마이애미 히트 시절의 르브론 제임스는 리그의 '안티 히어로' 역할을 맡았어야 했지요.



헌데 지금처럼 슈퍼팀의 트렌드가 계속 된다면, 슈퍼팀은 한 팀이 아니라 지금의 브루클린 넷츠나 LA 레이커스 처럼 여러 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그것은 스타들을 모으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빅 마켓' 팀들이 될 확률이 높으며, 샐러리캡과 드래프트 제도를 통해 팀 간 전력의 균형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하는 리그의 의도와는 상반된 흐름이 될 것 입니다. 이미 파이널에 진출할 만 한 팀이 정해져있고, 나머지 팀들은 들러리가 되는 흐름이 일회성이 아니라 '고착화' 된다면, 리그 흥행에도 안 좋을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지요. 안그래도 플레이오프에 비해 떨어지는 정규리그의 긴장감은 리그 당국의 고민거리 중 하나인데, 이렇게 되면 점점 '플레이오프만 봐도 돼'의 분위기가 형성될 수도 있으니까요.



한 선수가 팀의 연봉 총액의 1/3정도를 가져갈 수 있는 현재의 연봉제도를 손 봐서, 슈퍼스타들은 팀의 임금의 50%~60%도 가져가게끔 하여 슈퍼스타들의 뭉침을 막는 방안도 일부 팬들이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큰 변화는 시장에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리그 당국은 상당히 신중한 입장일 것 입니다. 따라서 NBA 팬의 입장에선, 이 슈퍼팀 트렌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며, NBA 당국이 이에 대해 슈퍼팀의 탄생을 흥행의 요소로 생각하여 그대로 두거나 혹은 기가막힌 묘수를 통해 성공적인 개혁을 하거나 등의 어떠한 대처를 할 지 지켜보는 것도 앞으로 큰 흥미 요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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