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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Jan 14. 2024

 50대의 자유여행, 스위스

29년 만에 스위스

2019년 이후로 해외로 나간 적이 없다. 특별한 일도 없거니와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퇴직하기 전이라도 그 후라면 더더욱 자유롭게 세계 곳곳을 누빌 수 있으리라는 한가닥의 희망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 갈수록 여행에 대한 흥이 떨어지고 몸도 예전 같지 않고 기력도 떨어지고 열정도 시들해지는 것 같다. 언젠가가 아니라 여행 가고 싶은 생각이 들 때 그때가 적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2019년에 꿈에서만 그리던 뉴욕을 갔을 때도 스페인을 갔을 때도 크게 설레지 않았다. 20대에 갔더라면 지금보다 더 큰 설렘을 가졌을 것이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감각이 둔해져 두근거림이나 설렘은 줄어드나 근심과 걱정은 늘어만 가는 거 같다. 어떤 사람은 나에게 하도 많이 다녀서라지만 그렇게까지 세계 곳곳을 누빈 것도 아니다. 확실히 나이 들면 마음속의 열정이 시들해진다.


그러다 작년 12월 말 우연히 인터넷 뉴스에서 ‘올해 소멸되는 항공사’ 마일리지 뉴스를 보게 되었다. 바로 남편의 항공사 마일리지를 확인해 보니 무려 8만마일이 남아있고 일부 유럽을 다녀올 수 있을 정도였다 그중 만 마일은 올해 안에 안 쓰면 소멸되는 마일리지였다.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이건 무조건 가야 해 ’. 전가족 여행이나 나와 아이들의 여행까지 생각했지만 남편은 직장일로 짬을 낼 수 없다고 한다. 처음에 남편은 왜 자기 마일리지를 쓰냐고 난리였지만 그냥 소멸되어 버릴 바엔 한 명이라도 가는 게 낫지 않겠는가. 몇 날 며칠을 눈알 빠지게 검색해 보니 마일리지 항공권은 해당날짜에 항공편이 많이 배정된 것이 아니고 한정적이었다. 유럽각국을 조회해 보고 일 년 치 항공스케줄을 조회해 보니 그 마일리지 내에서 쓸 수 있고 날짜가 맞는 게 스위스 밖에 없었다. 얼떨결에 나 혼자 스위스로 가는 것으로 항공권 결재를 하고 말았다. 날짜를 급하게 바꾸느라 2023년에  결재한 걸 취소하고 2024년 초에 재결재한게 이득이었다. 2024년부터 유류할증료가 조금 인하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항공사 직원들만 아는 사항이었나 싶었다.


항공을 결재하고 난 후 일사천리로 숙박을 결재하고 스위스 패스까지 구입했다. 스위스 그린델발트 쪽 숙소는 1년 전부터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패스는 너무 빨리 구입한 것 같다. 스위스 여행 책자를구입하고 여행카페를 하루에 수십 차례 들락거리고 스위스 여행 블로그도 뒤진 결과로 취리히를 거쳐 루체른에서 리기산과 티틀리스, 필라투스를 가고, 인터라켄으로 가서 브리엔츠 호수와 하더클룸 전망대를 올라가고, 그 린덴발트로 가서 융프라우를 올라갔다 내려와서 피르스트 가서 액티비티 하는 것까지 계획을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이 앞서고 있다. 자유여행을 자주 하지 않고 겁이 많고 또 나이 탓을 안 할 수밖에 없는 게 건망증과 길 찾기에 미숙함 등 사유로 과연 혼자 여행을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


자유여행이라고는 5년 전 애들과 런던을 두 번 간 적 있는데 그것도 현지에 있는 여동생의 도움을 받았기에 수월했다. 이번 스위스 여행은 오로지 나 혼자 가는 것이다. 가서 열차를 잘 못다 길을 잃고 헤매진 않을지 산 정상에서 내려가는 열차를 잘못 타거나 늦어 그곳에 갇히지 않을지 별별 걱정을 다 하고 있다.


길을 못 찾아갈까 싶은 두려움에 여행카페에 내 나이도 밝히고 동행구함 글을 올렸는데 확인을 안 하고 오픈카톡에 들어왔는지 내 나이를 물어보고는 오픈카톡에서 말 한마디 않고 바로 쑥 나가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너무 불쾌하고 기분 나빴다. 누가 나이차이 많이 나는 50대 엄마또래 여성이랑 여행 가고 싶겠냐마는 그렇다 하더라도 바로 나가버리다니 ‘너도 나이를 먹어보면 알겠지라는 ’ 내 나이라는 것도 이제 사회에서 기피대상의 나이 인지도 모르겠다.

동년배 여성일라면 좋겠지만 동년배는 거의 보이지 않고 다 젊은 사람들이 다수였다.


사실 스위스는 이번이 내 생애 두 번째이다. 첫 번째는 1996년 내가 26살 즈음 회사 연수로 유럽 7개월 정도 점만 찍고 온 기억이 있다.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하는 비행기였는데 창밖으로 스위스 주택의 짙은 주황색 지붕을 본 장면을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 어쩌면 그런 아련한 기억으로 또다시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고 그렇게 살고 있는지 모른다. 9월 눈 덮인 알프스 어떤 산에 올라갔고었는데 그게 루체른의 티틀리스 산이었다. 또 빈사의 사자상을 보고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했던 그 기억밖에 남아 있지 않다.


스위스로 결정되자 ‘죽기 전에 스위스’, ‘한 번쯤은 스위스’라는 단어로 나의 결정을 합리화하듯 그런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름 스위스를 가야 하는 이유를 정했는데 그곳에서 ‘진정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라고 나에게 말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이국의 대 자연을 보며 ,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오로지 나 혼자 그곳에서 5박 6일을 보내며 원래 모든 인간이 혼자였던 철저한 고독을 맛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런 여행은 어쩌면 20대부터 시작했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에 무슨 나이가 있으랴 인간은 평생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존재이니깐. 이번 여행이 성공적이 되면 앞으로는 혼자서 가고 싶은 오스트리아, 벨기에 , 네덜란드까지 내가 26살에 점만찍고 왔던 곳으로 기억의 자취를 쫓아 갈 수 있을 것같다. 나의 ‘스위스 자유여행’이 부디 성공적이길 바란다.

스위스관광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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