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블루 소진 날짜 임박
로열블루 잉크를 몇 년 전 구입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진하게 써지는 그 네이비의 색에 중독되어 다른 잉크보다 훨 많이 사용했던 거 같다. 이렇게 바닥이 보이는 걸 보니 좀 후련 섭섭하기도 하다. 보통 잉크 한 병을 산후 아깝기도 하지만 도대체 언제 쓰나 하는 막연한 걱정이 들어 잉크에 대한 이중적인 심리가 작용한다. 한번 사두면 몇 년을 훌쩍 뛰어넘어 버리기 때문이다.
사실 나에게는 이것 이외에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검정과, 브라운, 그린, 레드 등의 잉크가 있는데 가장 맘에 드는 건 이 네이비와 붉은 레드다. 레드가 정말 진해서 꼭 레드만 넣는 만년필에 넣어서 쓰다 보면 그 진한 빨강이 정말 눈부시게 느껴진다. 만년필에 빠지면 잉크의 다양한 존재에 놀라게 되고 그 잉크를 구입하고 주입하려고 펜을 더 들이게 되는 순환 및 구입의 규칙이 존재한다.
몇 년 전 입문할 때 구입한 저렴한 독일제 만년필과 잉크(검정, 빨강, 파랑)까지 구입했지만 실제로 사용되지 않았다. 그만큼 손이 덜 가게 되어 후배 두 명에게 영국에서 산 흰색 만년필과 파랑, 빨강 잉크를, 사무실 직원에게 진한 그린의 펜과 검은색 잉크를 줬다. 나처럼 우연한 기회에 만년필의 세계에 푹 빠지라는 뜻으로 줬지만 그들은 젊지만 나처럼 덕후 기질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다.
앞으로 내가 구입하고자 하는 잉크는 M사에서 나오는 잉크 중 정말 꼭 사야만 하는 내가 좋아하는 잉크만을 사려고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일상에서 내가 실천하고 있는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려면 최소한의 꼭 필요하고 좋은 것만을 구비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쓰기 전에는 설렘을 안겨주고 글씨를 쓴 후에 완성의 희열을 안겨다 주는 시간이 가도 변하지 않는 그런 색의 잉크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