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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블리 Nov 25. 2022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하기

서로 다른 우리가 살아가는 법



새벽 4시 알람이 울린다. 아이들이 알람 소리에 깰까 무서워 재까닥 몸을 일으킨다. 알람이 울리더나 말거나 늘 세상모르게 자던 남편이 이날은 뒤척거린다. 괜히 미안해져서 얼른 방문을 닫고 나왔다.



한참만에 일어난 남편이 물었다.

"알람 새벽 4시에 울린 거였어?"

"어. 왜? 나 맨날 그때 일어나잖아."

"아...."

"왜 그래??"

"나... 그때 누웠거든. 막 잠드려는데 알람이 울리더라 그게 4시였구나."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뭐하느라 그때 잠들었냐고 묻자 세상 해맑은 표정으로 드라마 "슬의생 (슬기로운 의사생활)" 정주행 중이었다고 한다. 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나와 남편의 생활 루틴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밤 9시경 아이들을 재우다 함께 잠들어 새벽 4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7시까지 나만의 시간을 갖는다. 책 읽고 필사하고 글을 쓴다. 하루 중 유일하게 누리는 이 시간이 나에겐 행복이다. 이런 나와는 달리 남편은 전형적인 저녁형 인간이다. 내가 아이들을 재우며 꿈나라에 빠진 시간, 그는 좋아하는 과자를 들고 TV 방에 들어간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TV를 본다.



한동안 남편을 이해하지 못했다. 저렇게 할일없이 TV나 볼 시간에 책도 좀 보고 가정경제에 도움이 될만한 공부도 좀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거의 누운듯한 자세로 소파에 앉아 과자 부스러기를 흘려가며 TV를 보는 모습을 볼 때면 가끔 부아가 치밀기도 했다. 밤늦게 잠들어 아침마다 일어나기 괴로워하는 걸 볼 때면 약간은 한심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해를 하지 못하는 건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입시를 앞둔 수험생도 아니고 도대체 왜 새벽같이 일어나서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는지 그로썬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아이들 육아에 일까지 하며 새벽 기상까지 하는 나는 체력적 한계를 느낄 때마다 짜증을 냈다. 그런 짜증을 견디지 못한 남편은 더더욱 나의 새벽 루틴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짜증 낼 거면 제발 그냥 자라고 쏘아붙였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낸다. 여전히 그는 소파에 누워 밤늦도록 TV를 보고 나는 새벽에 일어나 책을 본다. 더 이상 TV 보는 그를 보며 혀를 차지도 않고, 남편 역시 내가 새벽에 일어나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다. 행복을 누리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나는 책을 봐야 행복한 사람이고 남편은 무념무상으로 TV를 보는 게 행복한 사람이다. 내가 새벽에 홀로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행복한 것처럼 남편 역시 가족들 모두 잠든 시간 좋아하는 간식을 까먹으며 TV보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인 것이다. 내가 TV를 안 보고 살아도 괜찮은 것처럼 남편은 책을 안 보고 살아도 전혀 지장이 없다.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하면 그만이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일이 상대에게도 똑같이 행복하지 않다. 수십 년간 서로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 한 집에서 살다 보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 숱하게 발생한다. 일일이 내 방식대로만 해석하고 이해하려들면 결혼 생활은 무척이나 고단해진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편안하다. 도대체 왜 저럴까 이해하려 들기보다는 저 사람은 저렇구나 인정해버리면 어느 순간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TV를 좋아하는 사람과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충분히 행복하게 잘 산다.



남편에게서 카톡이 왔다. 웬 기사 링크를 보냈다. 링크를 열어보니 시골 마을에서 책방을 하고 있는 사람의 인터뷰 글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아내의 행복이 무엇인지 남편도 이제는 아는 모양이다. 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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