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몇 살까지 해야 할까

40살 딸내미를 여전히 키우고 있는 엄마에게

by 라블리



난로 위 주전자를 올려놓는다. 시간이 얼마 지나자 김이 폴폴 올라오고 보리차가 보글보글 끓는다. 집 안 가득 구수한 냄새가 퍼진다. 머그컵에 꼴꼴꼴 보리차를 따른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보리차. 100도가 아니라 150도는 되어 보이는 아주 뜨거운 보리차. 후후 불어 호로록 보리차를 넘긴다. 온몸으로 뜨끈함이 퍼진다. 발 끝까지 보리차의 뜨끈한 김이 쑥 내려가는 기분. 바로 이 맛. 겨울의 맛.


KakaoTalk_20260114_071431450.jpg



보리차를 호록 호록 마시며 엄마를 생각한다. 며칠 전 엄마는 카톡을 보냈다. 난로 사진과 함께. '겨울엔 바로 이 맛 아니겠니? 새라야 너희 집에도 이 난로 하나 사줄까?' 주택에 살고 있는 나는 겨울이 괴롭다. 추워도 너무 춥다. 가스비 걱정에 보일러도 실컷 못 틀고, 웬만한 난로로는 집안이 그다지 따듯해지지 않는다. 엄마는 그런 내가 늘 걱정인가 보다. '이거 너희 집에 있으면 딱인데.... 가격이 좀 세긴 하는데, 너희 집도 이거 거실에 두면 무척 따뜻할 것 같아.'



내심 탐이 났다. 하지만 나는 손사래 쳤다. 비싼 걸 뭐 하러 사주냐고. 우리 괜찮다고. 하지만 나 역시 예전부터 살까 말까 고민하던 난로였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에 사고픈 마음을 꾹 내려놓았었다. 그런 난로를 엄마가 사준다 하니 마음이 조금 흔들렸지만 그렇다고 받을 순 없었다. 매번 받기만 하는 나였다. 어른이 되어서도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을 이루고 난 뒤에도 난 엄마 손이 필요했다. 친정에 갈 때마다 엄마는 매번 한 보따리씩 뭘 챙겨줬다. 빈 손으로 보내는 날에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그리고 며칠이 더 지났다. 엄마는 또 카톡을 보냈다. '엄마가 생일 선물로 난로 사줄게.' 다가오는 내 생일을 핑계로 엄마는 기어코 난로를 사주겠다고 했다. 이번엔 나도 두 손을 들었다. 사실 갖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생일 공격은 내게 쉽게 먹히고 만 것이다. 그렇게 사준 엄마의 난로가 우리 집을 데우고 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따스하게.



난로 위에 주전자를 올리며 엄마를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나를 언제까지 키워야 하나.... 40살이 된 딸내미도 여전히 키워야 하는 울 엄마. 그렇게 퍼주고도 더 줄 것이 없나 매번 둘러보는 엄마. 엄마를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뿐이지만, 나는 사실 우리 엄마가 오래오래 나를 더 키워줬으면 좋겠다. 엄마가 없으면 따끈한 난로가 곁에 있어도 내 마음은 늘 시릴 테니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좋은 밤 좋은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