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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블리 Jan 28. 2022

우리 집에 핀 예쁜 사람 꽃

화초 중에서 으뜸가는 화초는 인화초라




아유~ 인화초라더니.
바라만 봐도 웃음이 나네!




첫째를 낳고 처음 들어본 단어. 인화초

주변 어른들은 아이를 바라보며 인화초라 불렀다.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본 말이었지만 느낌적으로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바라만 보아도 행복해지는 꽃 같은 존재라는 뜻이겠지?



사전을 찾아보니 없는 말이었다. 더 찾아보니 박완서 소설어 사전에 그 뜻이 풀이되어 있었다.


세상 만물 중 인간처럼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말. 특히 아기의 귀여움을 칭송할 때 쓴다.

¶ 손님들한테 칭찬받고 귀염받기 위해 목욕하고 새 옷 입은 아기는 아침부터 벙실벙실 웃었다. 오만가지 화초 중에서 으뜸가는 화초는 인화초(人花草)라던가?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_네이버 지식백과

        


지금까지 살면서 인간을 아름답게 바라본 적은 없었다. 그저 좋고 싫은 감정이 있을 뿐이었지 좋다고 해서 아름답게까지 느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야 느끼게 되었다. 인간이란 원래 저렇게 맑고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을.







"얘 눈 좀 봐. 어쩜 이렇게 맑고 투명할까."



얼마 전 친정아빠가 둘째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맑은 눈망울을 바라보며 인간의 순수함을 논했다. 인간은 본래 이토록 맑고 투명한 존재라 하셨다. 새삼스레 나도 아이의 눈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티 없이 맑은 아이의 눈망울이 내 가슴을 떨리게 했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밝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첫째를 낳고 기르는 시기에는 사실 이런 것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분명 아이를 바라보면 예뻤고 행복했지만, 처음이라 모든 것이 겁이 나서 마냥 이뻐만 하지 못했다. 아이의 아름다움을 온 마음으로 느끼기엔 난 부족하고 걱정 많은 초보 엄마였다. 조금이라도 열이 나면 불안했고, 엉덩이가 조금만 빨개져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아이를 꽃처럼 바라보며 감탄하지 못했다.



그런데 둘째는 달랐다. 한번 길러봤다고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아이의 작은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그러려니'가 장착된 육아는 한결 편안했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첫째 때와는 달리 남편은 둘째를 보며 늘 함박웃음을 지었다.(첫째를 덜 사랑한 것은 결코 아니다) 하루의 피로는 둘째를 보며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내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퇴근 후 둘째 육아를 거의 전담하기 시작했다. 







나와 남편은 둘째를 바라보며 매일 바보같이 웃는다. 엄마와 아빠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며 티 없이 맑은 웃음을 보여줄 때면 정말 내가 녹아내리는 느낌이 든다. 지금 이 순간엔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없어진다. 그저 행복한 우리가 있을 뿐이다.









우리 집에 핀 예쁜 사람 꽃. 웃음 많은 개구쟁이 첫째와 눈만 마주쳐도 웃는 둘째. 지지 않는 아이들의 웃음 덕에 우리 가족은 매일이 환하다. 화분이란 화분은 모두 내 손에만 오면 죽어나가지만, 나의 인화초들은 누구보다 정성으로 키울 것이다. 나는 우리 집 인화초들에게 건강한 흙이 되어줘야 하는 엄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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