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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우 Feb 28. 2018

오늘은 드라이브 하는 날

길, 바다 그리고 소풍경



제주도에서 사는 이 한 달 동안은 매일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이동해야 되지만, 특히 오늘을 드라이브 하는 날로 지정한 이유는 살고 있는 동쪽 마을에서 효리네 민박으로 더 유명해진 서쪽까지 매우 멀리 차를 타고 가는 것이기에 그렇게 정했다.


미리 알아둔 맛있는 식당과 친구 집 놀러 가듯 반가운 마음으로 뵙는 지인 그리고 아내와 딸 아기와 갖는 사색적인 시간까지…, 제주의 한 달 중 가장 편안했던 날이 바로 오늘이 아니었을까? (아내와 싸우지도 않고)




오늘은 드라이브 하는 날




제주도는 매우 큰 섬이었다. 생각보다 더 컸다. 수학여행을 제외하고 제주도를 처음 친구와 찾았을 때는 2박 3일 여행 일정으로 동서남북을 모두 탐방하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기 그것이 과연 여행이었을까 싶다. 그저 차를 타고 인증하고 바빴던 시절. 이 큰 섬을 며칠 만에 모두 둘러본다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심지어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는 오늘도 그 거리가 만만치 않거늘.


천천히 다녀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다 보면 뭐하려고? 다음에 또 찾아야 할 이유를 놔둬야 하지 않을까. 이 드라이브는 그리 빠르지도, 바쁘지도 않다. 그저, 제주의 바다를 보고 길을 찾고 소풍경을 감상하며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 그만이다.








지중해의 투명한 바다를 기대하긴 힘들지만, 제주도 바다만의 짙은 색이 있다. 바다를 한 번 쳐다보면 계속 보게 만드는 마법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멍하게 쳐다보고 있으면 스르르 졸음이 찾아온다. 그때가 바로 식사 시간이다.











아내가 알아뒀던 우동 가게가 줄이 길어서 그 근처 자장면을 판매하는 가게로 들어섰다. 이럴 때 쓰는 속담이 꿩 대신 닭일까? 어쩌면 이 요리가 우동보다 더 맛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수아가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보면.











높이가 낮은 집들과 무성하게 자란 초록 식물들 그리고 보기 좋은 돌담은 제주를 대표하는 소풍경이다. 이런 시골도 좋고, 저런 시골도 좋은 이유가 제주도의 마을 때문이다. 차에서 내려 걷다 보면 지금 걷는 이 마을이 그저 괜찮다.











상상해보기를,


여자친구를 태우고 혹은 남자친구와 함께 아담하고 예쁜 스쿠터를 타고 제주도 곳곳을 여행해보자. 그 느낌 그 자체가 매우 설렌다. 사랑하는 감정은 더 깊어지고,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사람임을 느낄 것만 같아서, 내 아내가 아내가 아닌 여자친구일 때 그렇게 하고 싶었다. 끝내 이루진 못했지만, 그렇게 다니는 커플들을 보면서 부러워한다.











누가 이 길의 주인인지는 모르겠다만, 마음에 들면 차를 몰다가도 그냥 길에 세운다. 그리고 잠시 내려본다. 주위에 감시 카메라나 경찰이 없으니깐 가끔 몰래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비베레906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풍경이 옳다.











오늘을 기억할 수 있도록, 글을 끄적인다. 그리고 가끔 꺼내보기로 한다. 제주도 한 달 중 오늘 하루는 어떤 날이었을까?


아쉽지만, 이 한 달도 끝나간다 …





작가의 웹로그: http://www.loansnaps.com
사진창고: https://www.instagram.com/rawkkim
ⓒ로안스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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