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진작가의 에세이
표면적으로는 건축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프리랜서 작가라고 보여질 수 있으나 어쨌든 나도 너도 일을 하는 근로자. 일을 한다는 것은 세상을 경험하고 배우는데 필수적인 존재이지 않을까? 사진을 찍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 일을 하기 위해서 만나는 사람들과 현장들 그리고 동료들에 의해서 성격과 인격이 형성됨을 인지한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내가 이 일을 할지 알았을까? 정말 몰랐다.
현장에서는 종일 사진만 찍는 줄 알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건축주와 대화를 하기도 하고 클라이언트의 질문을 받기도 한다. 동료와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있고 심지어 SNS에서 알게 된 분들과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하는 일이 이래서 그렇지 궁극적으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을 나도 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주제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어느 순간부터는 놀이나 게임 등보다는 좀 더 건설적인 대화를 하게 됐는데, 당연하게도 나는 건축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남해 현장에서 건축주와 만나서 이번 건축의 의도 그리고 설계자 소개, 향후의 방향 등을 들었다. 나 또한 사진의 색감이나 구도 그리고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해서 의견을 전달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 원하는 것을 가져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더 좋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그리고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모두가 추구하는 것이지 않을까? 일단 돈을 떼어 놓고 임한다면 더 많은 기회와 경험을 얻게 되는 듯하다. 이것은 내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배운 교훈 중 하나이다.
새로운 현장을 찾아갈 때마다 그 특유의 불안감과 설렘 그리고 겁이 나를 하루 종일 괴롭힌다. 일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감 있게 촬영을 해본 적이 없다. 실력이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 경험도 거의 없으니 주변 사람들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나를 위로해 준다. 나는 또 그 위로를 받고 없던 자신감의 게이지를 올려보기도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 큰 문제점 없이 2년을 버틴 것을 보면 아직까지는 괜찮은가 보다. 그런 생각으로 오늘 하루도 흘린다.
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수록 돈은 늘 나의 가까운 곳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하다. 일을 하면 돈을 벌 수 있으니 일을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최대한의 능력치를 끌어내어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뭐가 됐든 대충 하기는 싫다. 그럼 내 인생도 대충 사는 것 같잖아. 개개인이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낀 현장에서 나는 건축 시장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곰곰이 고민을 해본다. 일을 한다면 다른 것들은 굴비 엮듯이 따라올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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