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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Apr 29. 2016

얼그레이 롭로이

롭로이에 얼그레이 시럽을 넣어 풍미를 더하다 

바텐더는 말할 것도 없고 술꾼이라면 필독서인 만화 ‘바텐더’에서 바 히가시야마를 떠나는 류에게 마스터 히가시야마는 롭로이를 권한다. 


“17세기 가난한 사람들에게 금품을 나눠 준 스코틀랜드의 의적 로버트 맥두겔의 애칭에서 유래한 한 잔. 의적은 돈을, 그럼 바텐더는?”


대답은 너무 만화 같으니 생략. 나는 만화와 현실을 구분할 줄 아는 술꾼이니까. 


2016년 4월 29일로 4년 여 영업을 마치는 송파의 갑바앤다이닝 아듀 파티에서 게스트 바텐딩을 맡은 문정동 이세타 메인 바텐더가 롭로이를 들고 나왔다. ‘얼그레이 롭로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칵테일은 이름처럼 얼그레이 시럽을 추가해 롭로이의 맛을 강조했다. 다 아시다시피 롭로이나 맨해튼은 스위트하면 스위트한 대로 드라이하면 드라이한 대로 매력 있는 칵테일 아닌가. 게다가 나는 얼그레이 티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이니, 좋아할 수밖에 없겠다. 개인적 취향이라면 조금 덜 달고 조금 더 강하게 만든 대신 룩사도마라스키노체리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나, 괜찮다. 게스트 바텐더에게 박수를. 

문정동 이세타 김원영 바텐더가 준비한 얼그레이 롭로이 

그러 저나 만화 바텐더에서는 롭로이가 로버트 맥두걸의 애칭이라고 했지만, 사실 위키피디어에서는 로버트 로이 맥그리거(Robert Roy Macgregor)의 애칭이라고 말한다. 스코틀랜드의 로빗후드라고도 불렸다니까 아마, 17세기의 의적이라면 이 이름이 더 맞을 것 같다. 게다가 Roy는 게일어 Ruadh에서 왔는데 이 말은 붉다는 뜻이란다. 로이 맥그리거가 빨간 머리였기 때문이다(위키피디어에 다 나온다. 술꾼 얘기가 아니다 ㅋ). 


로버트 맥두걸은 1999년 작 영화 엔트랩먼트의 주인공 이름이다. 숀 코너리가 연기한 이 역할 역시 도둑인데, 그런 걸 보면 어디서 이름을 따 온 것 같기도 하단 생각도 든다. 안 그래도 넷플릭스에 얼마 전에 이 영화가 올라와서 한 번 더 볼까 그런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옛날 영화를 보는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당시로서 최첨단 장비가 등장… 이런 건 다 개뿔이고, 엔트랩먼트에서는 젊은 캐서린 제타 존스를 볼 수 있다. 나는 이렇게 선 굵은 배우들이 좋다. 그저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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