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 May 19. 2016

바(Bar)를 아십니까?

바를 좋아한다니까 실실 웃으며 쳐다보는 그대에게

삼성동 오크우드 호텔 맞은편 골목 일대는 나름 맛집 거리(삼성동 음식문화거리인가 뭔가 이름도 있다)다. 진짜로 맛있는 집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식당과 술집이 꽤 몰려 있긴 하다. 오크우드 호텔 카지노 앞에서 길을 건너 230미터 정도 직진하면 포스코와 청담사거리를 잇는 삼성로를 만난다. 그런데 이 230여 미터 정도 되는 길에 Bar라는 간판을 붙인 집이 무려 10여 곳이 넘는다. 그중에는 2016년 오픈한 몰트바 배럴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흔히 말하는 토킹 바다. 미모로 무장한(!) 젊은 여성들이 술도 잘 모르면서 바텐더라는 이름으로 술도 팔고 이야기도 받아주는 그런 바라는 얘기다.


2014년부터 청담동, 한남동을 시작으로 신사동을 비롯해 홍대, 연남동 등으로 정통 바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바는 젊은 여성들이 양주 팔면서 놀아주는 곳, 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술꾼이 바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야릇하고 이상한 눈으로 실실 웃으며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그 증거다. 한 번은 후배 녀석 하고 진하게 술 마시고 어디로 2차를 갈까 얘기하는데 거하게 술 오른 녀석이 ‘형님, 형님 좋아하는 바 거기 가요.‘ 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보더라. 솔직히 말하면 그 바는 미스터사이몬이었다(아놔,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라고!! ㅜㅜ).


요약하면 이렇다. 대한민국엔 크게 두 가지 바가 있다. 1번은 젊은 여성들이 웃음과 미모와 수다를 무기로(아주 훌륭한 무기다) 주로 한정된 몇 가지 양주를 파는 곳이고 2번은 술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바텐더들이 다양한 주류와 칵테일을 파는 곳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하면 1번을 떠올린다. 1번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어쩔 수 없다.


나는 1번 바 - 흔히 토킹 바, 모던 바라고 부르는 - 를 잘못된 바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바가 있고 거기 앉아서 술을 마실 수 있으면 어떤 형태로 술을 팔든 바는 바다. 그리고 1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런 바는 계속 존재할 거다. 어쨌든 그것도 술을 마시는 문화 중 하나니까. 그리고 문화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어서 1번 바에서 2번 바의 장점을 취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으니 참 재미난 일이다.

연남동 올드패션드의 백바. 요즘 너무 유명해져서 다른 바 사진을 쓰고 싶었으나, 백바를 찍은 게 없다는...

내가 2번 바를 좋아하는 이유는 - 대개 정통 바, 클래식 바라고 부르기는 한다 - 여기서는 제대로 술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술과 칵테일에서 저마다 신묘막측한 술맛을 느끼면서 맛있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누구도 술을 강요하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골라 마실 수 있다. 술은 맛있고 재미난 존재라는 사실을 나는 2번 스타일의 바에서 배웠다. 게다가 혼자 마시는 즐거움도 알게 됐다. 인생이 나를 기쁘게 하거나 반대로 힘들게 할 때 바에 앉아 온갖 새로운 술잔을 기울이며 축하하고 달랬다.


그러나 ‘바’라는 이름만 놓고 볼 때 우리나라엔 여전히 토킹 바, 모던 바가 더 많고 정통 바, 클래식 바는 극히 적다. 그래서 청담동, 한남동, 신사동, 홍대, 연남동 등 특정한 지역이 아니고서는 사실 이런 정통 바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좋은 바를 한 번 찾아두면 그만큼 인생이 즐거워진다. 이건 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이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술꾼에게 좋은 바를 소개해 달라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솔직히 나는 좋은 바를 남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내 비밀 공간을 침해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생각이 들어서다. 그렇지만 결국은 꼭 어디 한 군데를 골라주고 만다. 싫지만 골라주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정통 바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좋은 바와 행복한 술과 문화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내게도 쉼 없이 놀러 갈 바가 생길 테니 말이다.


부록 —-


그럼 어느 바를 가라는 얘기인가. 술꾼이 어딜 가라 마라 하고 싶은 생각은 없고 (모든 바는 그 바 나름의 매력이 있으므로. 심지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 그저 술꾼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가본 몇 군데를 골라 보면 다음과 같다. 모든 주소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참조했으며 가나다 순이다. 송파 지역 바가 많은 까닭은 술꾼이 그 동네 살아서 그런 거다.


요즘 즐겨 찾고 앞으로도 종종 갈 곳


- 몰트바배럴, 강남구 삼성동 151-29 2층

- 미스터사이몬, 강남구 신사동 655-7

- 바인하우스, 성남시 복정동 709

- 빈29, 송파구 방이동 93-7

- 올드패션드, 마포구 연남동 385-1 3층

- 우바, 광진구 워커힐로 177 W호텔

- 이세타, 송파구 문정동 48

- 판테라, 송파구 잠실동 200-6


요즘은 자주 못가지만 여전히 가고 싶은 곳


- 르챔버, 강남구 청담동 83-4

- 몰트바오프, 강남구 삼성동 9-7

- 리츠바, 강남구 봉은사로 120 리츠칼튼 2층

- 드램, 강남구 도산대로 1길 78

- 팩토리, 마포구 서교동 402-13


지방에 있어 가고 싶지만 자주 못가는 곳


- 세컨드룸, 군산시 수송동 832-5 2층

- 차가운새벽, 전주시 전동3가 남부시장 6동 2층 청년몰

작가의 이전글 편안한 티 칵테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