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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Dec 28. 2015

더러운 마티니

“그럼 저는 마티니로, 더럽게.”


화려한 드레스로  갈아입은 마들렌을, 제임스는 눈이 빠져라 쳐다봅니다. 둘 사이에 쌓인 악감정이 사라지고 슬슬 썸을 타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제임스가 식전주를 하겠느냐고 물어보자 마들렌이 약간 크레이지 한 걸로 달라고 합니다. 그렇죠. 자, 이제 슬슬 미쳐보자 이런 겁니다. ㅋㅋ (사실은 좀 센 걸로 주세요, 이런 뜻 아닐까요. 왠지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니까).


May I get you an aperitif?


I'm not sure. It gets me into trouble.

Makes me do crazy things.


그런 건 없어요, 제임스가 능청을 떨자 마들렌이 지릅니다. 제임스의 대표 칵테일, 보드카 마티니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말을 덧붙입니다.  dirty입니다. 마티니를 더럽게 달라고요? 


Well, we can't have that.


So, I'll have a vodka martini, dirty.


그리고 잠시 후 웨이터는 보드카 마티니 두 잔과 셰이커를 갖고 옵니다. 그런데 더럽게 달라고 한 마티니가 이상하게도 깨끗합니다. 도대체 더럽다는 건 무슨 뜻일까요?

더티 마티니는 마티니 칵테일의 변종 중 하나입니다. 보드카 마티니를 만들고 거기에 올리브 국물(!)을 조금 넣으면 그게 바로 더티 마티니입니다. 올리브를 절여서 담가놓은 그 짭짜름한 물 말입니다. 바텐더에 따라서는 올리브를 갈거나 으깨 넣기도 합니다. 이럴 때는 좀 더러워지죠. ㅋㅋ 맛은 뭐, 마티니를 마시면서 올리브를 함께 먹는 그런 느낌이랄까. 정통 마티니보다 쉽게 넘어갑니다. 짭짜름한 맛이 마치 안주 같거든요.  크레이지하고 싶은 마들렌에게 비교적 마시기 쉬운 더티 마티니는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베스퍼 마티니를 안 시키고 더티 마티니를 따라 시킨 걸 보면, 제임스가 슬슬 베스퍼를 잊어가는 걸까요. 나쁜 놈. 베스퍼의 눈빛을 떠올린다면, 절대 잊을 수 없을 텐데. 하지만 뭐 영화는 영화니까 어쩔 수 없죠. 그저 부러워할 뿐. 


더티한 마티니가 끌리는 멜랑콜리한 오후입니다. 


#007스펙터 #마티니 #더티마티니 #칵테일 #보드카마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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