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영 디그 53개 기록, 빛은 바래도 기록은 남는다
페퍼저축은행과 기업은행의 5라운드 첫 경기입니다. 두 팀은 이미 지난 1월 26일에 경기를 치렀는데 1주일 만에 다시 만납니다. 지난 경기는 기업은행이 0:3으로 승리했고요. 아직 2승밖에 못 올린 페퍼는 여전히 배가 고플 테 지요. 5위 지에스칼텍스와 승점 5점 차이가 나는 기업은행으로서는 페퍼저축은행을 반드시 이겨야 5위 추격전을 벌일 수 있습니다.
이번 시즌에서 페퍼는 기업은행에게 네 번 모두 졌기 때문에 데이터로만 볼 땐 확실히 불리하죠. 이한비 선수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쏴주고(도대체 언제 적 멘트인가), 니아리드가 벼락같은 오픈과 백어택을 맡고, 오지영이 리시브 효율을 올려준다면 기업은행의 분위기를 잡을 수도 있을 겁니다. 양 팀 포지션별 플레이어 기량을 비교할 때 유일하게 앞서는 이고은 세터도 파이팅이고요.
사실 페퍼를 제외한 6개 팀이 페퍼하고 붙을 때 제일 걱정스럽다고 하죠.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졌다고 생각하니까요. 페퍼저축은행 기죽지 말고 오늘 제대로 한 번 붙어봤으면 좋겠습니다.
https://youtu.be/l0QC1n_zFns
1세트는 이한비와 니아리드의 쌍 날개로 페퍼가 분위기를 선점합니다. 기업은행의 범실로 16:12로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가져갈 때까지 산타나가 점수를 기록하지 못합니다. 번번이 블로킹에 걸리네요. 기업은행 메인 공격수들이 죄 1점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네요.
17:15에서의 랠리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무려 16번이나 공을 주고받았어요. 묘기를 본듯한 디그는 기본이고 다양한 공격들이 나왔는데 결국은 산타나의 공격 범실로 페퍼가 점수를 가져오네요. 뒤이어 니아리드의 파워풀한 오픈 공격으로 추가 득점. 계속된 니아리드의 공격으로 20점에 먼저 도착합니다. 오늘 니아리드 7점, 아주 좋네요. 영리한 페인트까지.
자신이 받다가 놓친 공을 발로 컨트롤하는 고은 세터, 귀엽습니다. 다만 걱정인게 23점을 내놓고 서브 범실이 나오네요. 20점을 넘어선 점수에서 서브 범실은 큰 타격입니다. 물론 범실을 내고 싶어 내는 건 아니지만요. 23:20에서 랠리도 멋진 승부였습니다. 니아리드가 두 번이나 백어택을 할 정도였는데 결국 김희진의 공격을 박경현이 블로킹으로 막으면서 마무리했죠. 그러나 거듭된 페퍼의 범실로 24:22까지 쫓깁니다. 그러나 이한비의 오픈으로 1세트를 페퍼가 가져갑니다.
1세트 페퍼의 승리는 촘촘한 수비 덕분입니다. 오지영이 이름값을 하네요. 그러나 니아리드 8점, 이한비 6점, 박경현 4점을 내게 해준 세터 이고은 역시 잘했습니다. 자, 2세트로 한 번 가봅시다.
오지영의 디그와 니아리드의 오픈이 이어져 페퍼가 2점, 세 번째 때린 박경현의 공격이 먹혀 3점. 박경현 이걸로 6점째. 김수지에게 강력하게 쏘아보지만 아이고 막히네요. 그러나 굴하지 않고 또 오픈 성공. 오늘 고은-경현 세트 좋습니다,라고 했더니 서브 범실하는 박경현. ㅜㅜ 이렇게 역전당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니아리드가 날아 기업은행 코트에 꽂습니다. 기업은행은 신연경의 디그에도 불구하고 수비 실패. 페퍼도 수비 선수들이 엉키면서 한 점 헌납 7:7, 여기서 니아리드가 또 한 발 멋지게 쏩니다. 8:7로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만듭니다. 니아리드 오늘 11점. 오지영이 산타나의 공격을 잘 받아내고 오늘 유난히 고은 세터 토스가 묵직하게 올라가네요. 이한비가 그대로 떄려 성공. 한 점 주고받고 경기가 이어지는데 니아리드가 좀 주춤합니다. 이경수 감독대행 “다시 가져와.” 그래요, 우리 빨리 가져옵시다.
기업은행의 블로킹이 조금씩 힘을 발휘합니다. 니아리드의 공격이 유효 블로킹 당해 다시 넘어옵니다. 게다가 이한비의 오픈을 김수지가 막아내 세 점 차. 김수지는 블로킹 3 득점을 기록합니다. 13:16으로 기업은행이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만듭니다. 타임아웃 이후 약간 억울한 포히트 판정을 거쳐 13:18 다섯 점 차로 벌어집니다. 산타나의 공격 범실 이후 다시 이한비가 산타나의 공격을 블로킹하면서 17:19 두 점 차로 추격합니다. 오지영이 엄청난 디그를 두 개나 했는데 마지막 공을 넘기지 못해 20점을 기업은행이 먼저 가져갑니다.
결국 2세트는 블로킹이 살아난 기업은행이 승리를 챙겼습니다. 무러 5개. 패턴이 읽혔는지 유효 블로킹 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점수를 좁히지 못했네요. 마지막 포인트에서 박경현 선수 몸을 사리지 않았는데 다치지 않기를. 세트 스코어는 1:1이 됩니다. 니아리드 16점, 박경현 8점, 이한비 8점. 오늘 삼총사 좋습니다. 이길 거 같아요.
아무리 봐도 니아리드의 점프는 대단하네요. 블로커 위를 넘기는 공격이 여럿 나옵니다. 이래서 1 지명을 받았겠지만요. 세트 초반 기업은행 블로킹이 잘 먹히는 데다가 김수지 짧은 서브까지 터지네요. 하지만 니아리드가 힘을 냅니다. 18점. 그러나 기업은행 블로킹이 더 힘을 내는 듯. 5:8 세 점 차로 첫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에 들어갑니다. 이전 세트 부진에 대해 화라도 내는 듯한 산타나의 공격과 김수지의 속공까지 이어지며 점수 차는 8:13 다섯 점 차로 벌어집니다.
3세트 들어 페퍼 리시브가 유난히 네트 쪽으로 붙는 것 같습니다. 키 작은 고은 세터에게는 좀 불리하죠. 9:14에서 벌어진 랠리도 대단했네요. 몸을 날린 오지영의 디그, 어느새 중앙으로 밀고 들어온 박경현이 점수를 냅니다. 오늘 10 득점. (그런데 왜 칭찬만 하면 범실을 합니까요 경현 선수… ㅜㅜ) 11:15에서는 기업은행이 블로킹 네 번으로 페퍼 공격을 막아냈지만 오지영, 이고은이 계속 어택 커버하면서 결국 점수를 가져옵니다. 점수는 두 점 차 13:15.
산타나의 공격이 페퍼 블로커 맞고 나가면서 14:16.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입니다. 두 점 차이니까 금세 따라갈 거예요. 오지영 오늘 32개 디그를 했다는군요. 개인 최고 기록 타이. 수를 셀 수 없어도 디그가 이어졌으니 오늘 개인 최고 기록 달성은 해냈군요.
이고은의 시원한 백토스를 받아 니아리드의 파워 오픈으로 18:18, 그러나 다음 공격 범실로 18:19. 자, 이제 범실을 조심해야 할 때입니다. 사실 기업은행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데 범실 때문에 한 점 앞서 20점에 먼저 도착합니다. 이때 이민서의 날카로운 서브, 바로 넘어온 공을 니아리드에게 연결해 강력한 오픈으로 20:20을 만드네요! 그런데 여기서 이민서 서브 범실. 보는 저도 떨리는데 선수는 어떨까요.
“어떻게든 리시브를 안쪽으로 보내줘야지.” 이경수 감독대행의 소망처럼 됐으면 좋겠습니다. 오지영 오늘 40개 디그로 몸을 날리는데 아쉽게도 공격이 먹히질 않네요. 21:23에서 박경현의 공격이 비디오 판독으로 넘어갑니다. 아싸! 터치 아웃 맞습니다. 22:23. 하지만 표승주의 직선 공격으로 세트 포인트 가져가는 기업은행. 산타나의 공격이 블로커 손 맞고 나가면서 3세트도 기업은행이 가져갑니다. 20점 대에서 난 범실이 너무나 아깝네요.
니아리드 연속 득점으로 4세트를 시작합니다. 이한비의 대각선 공격이 터지면서 3:0, 니아리드 오늘 26점 기록하면서 4:1 출발이 아주 좋습니다. 6:3에서 산타나의 공격이 아웃되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지만 노터치! 긴 랠리를 거치면서 7:6까지 쫓겼으나 박경현의 멋진 대각선 공격으로 8:6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만듭니다. 박경현 오늘 14 득점.
타임아웃 이후 최정민의 중앙 공격과 블로킹에 두 점을 내줘 동점. 표승주의 공격이 엔드라인 앞에 떨어지면서 역전. 그러나 이한비가 동점을 만듭니다. 오늘 이한비 15 득점. 곧이어 블로커 터치아웃을 만들면서 16 득점으로 10:9. 양 팀 모두 몸을 사리지 않는 공격과 수비로 조금씩 지켜가는 모습이 보이네요. 그 와중에 초고공 공격을 날린 고은-니아리드. 점수는 12:14 두 점 차입니다. 여기서 12번 공이 오가는 메가 랠리가 이어지는데 표승주의 몸을 던진 공격으로 기업은행이 점수를 가져갑니다. 김수지의 블로킹 성공으로 13:16, 두 번째 테크니컬 타임아웃을 가져갑니다.
또 한 번의 긴 랠리가 이어지고 산타나 공격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으나 랠리 중간 기업은행의 포히트 반칙 여부를 비디오 판독 요청합니다. 육서영 공격이 네트만 맞았냐, 블로커도 맞았냐를 보는 판독이었는데, 제가 보기엔 그물만 맞았는데 :) 포히트가 아니라고 하는군요. 아깝습니다.
마치 산타나가 오늘 오지영만 때리 듯하고 오지영이 그걸 다 받아내는데도 페퍼의 분위기가 영 살아나지 못합니다. 14:21로 7점 차. 이때 벌어진 메가 랠리. 무려 스무 번 공을 주고받은 끝에 서채원이 넘긴 공을 표승주가 놓칩니다. 양 팀 모두 랠리가 끝나는 순간 코트에 쓰러지고 마는군요.
안타깝게도 경기는 기업은행 승리로 끝납니다. 몇 번씩 일어난 메가 랠리로 선수들은 지칠 대로 지쳐 보여요. 그래도 끈끈한 경기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사실 오늘 페퍼가 못하지는 않았어요. 니아리드 30 득점, 이한비 18점, 박경현 15점으로 공격 점수는 더 많았는데 범실이 무려 11개, 블로킹 11개로 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오지영의 디그 53개 (역대 2위)는 대단한 기록이에요. 이 기록이 반드시 보답으로 돌아오리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