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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 Feb 08. 2023

배구를 즐기는 다섯 가지 팁

무취미인 아저씨가 배구에 빠져 큰일이라니깐요

V리그 22~23 시즌이 이제 두 달 정도 남았습니다. 김연경 선수 덕분인지 여자배구가 화제다 보니, 제 주변에서도 배구 얘기를 심심찮게 하는데요, 사실 배구가 뭐가 재미있나, 하는 분도 있어요. 저도 V리그를 알기 전엔 그랬으니까 당연히 그런 마음도 알 거 같습니다. 그러나 사실 몇 가지만 준비하면 배구를 즐겁게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시즌이 후반기에 들어서서 순위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아주 짜릿해요. 그래서 배구를 잘 보는 다섯 가지 팁을 한 번 준비해 봤습니다.


첫째, 우선 보기 좋은 자리를 잡아야 해요. 경기장에 가서 보면 좋지만 매번 그럴 수도 없고 우선은 중계방송부터 시작하죠. 커다란 TV 앞에 안락의자를 놓고 앉아서 보면 제일 좋죠. 옆엔 음료 한 잔 두고서요. 7시 시작이니까 저녁을 서둘러 드시거나, 음료(라고 쓰고 주류라고 읽어요)에 곁들인 음식이 있어도 좋겠어요.


둘째, 배구 기본 규칙은 다 아실 거예요. 세 번 쳐서 상대방 코트로 넘기는 거. 재미있는 건 넘기되 몸의 어떤 부분을 써도 된다는 거죠. 헤딩을 해도 되고 발로 차도 됩니다. 배구는 손으로만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공이 바닥에 닿지 않은 상태에서 넘겨야 하고 공이 바닥에 닿으면 볼데드라고 부르죠.


용어 몇 가지를 미리 알려드리면 오픈은 저 선수가 공격할 거라는 걸 누구나 다 아는 상태에서 하는 공격이에요. 퀵오픈은 오픈을 더 빨리하는 거고요. 속공은 세터가 올린 공을 빠르게 때려 넣는 것인데 세터와 공격수의 거리에 따라 A속공(1미터 이내), B속공(1~3미터), C속공(3미터 이상)이라고 불러요. 근데 뭐 경기 중에 이걸 정확하게 잴 수는 없으니까 가까우면 A 중간 정도면 B, 코트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보내면 C라고 하는 것 같아요. 세터가 토스를 뒤로 할 경우에는 백 A, 백 B라고 부릅니다.

서브를 떄려서 바로 점수가 나면 서브 에이스, 밖으로 나가면 서브 범실이에요. 수비 용어는 크게 두 개인데 서브를 받는 걸 리시브라 하고 공격한 공을 받는 건 디그라고 따로 불러요. 요즘 수비 실력들이 좋아져서 선수들이 몸을 날리는 디그를 종종 볼 수 있죠. 이런 장면들 보는 게 아주 큰 재미예요. 묘기대행진이라니까요.


동작을 음식에 빗댄 표현들이 있는데요 바닥에 떨어지는 공을 손을 뻗어 손등으로 받아내는 기술을 팬케이크라고 하고요(손등에 정확히 떨어져야지 바닥에 닿으면 안돼요. 종종 수비 실패, 성공 비디오 판독을 하는 게 바로 이 기술입니다), 이거 외에도 음식을 빗댄 용어가 바나나(몸을 던져 공을 받을 때 바치 바나나처럼 휘는), 스파게티 암(공을 칠 때 너무 뻣뻣하거나 긴장된 팔) 같은 것들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잘 안 써서요. 저도 대충 넘어갈래요. 용어는 검색해도 잘 나오니까 굳이 저까지 글을 쓸 이유는 없을 거 같네요.


셋째, 선수들의 움직임을 잘 보셔야 해요. 선수들이 코트에서 제 자리에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경기를 시작할 때와 서브를 넣을 땐 지정한 자리가 있고(이걸 안 지키면 포지션 폴트가 돼서 1점 뺏깁니다) 서브 순서가 바뀔 때마다 자리를 옮기기도 해서 아까는 저쪽에 있던 선수가 이번엔 이쪽에 와 있기도 해요. 상황에 따라서 새로운 선수가 투입되기도 하죠.


넷째, 배구는 분위기가 굉장히 중요해서 한 번의 공격이나 실수가 흐름을 완전히 바꿀 때가 있어요. 서브 에이스, 블로킹, 디그, 강력한 백어택, 시원한 스파이크들을 주시하고 다음 결과를 보면 흐름이 변하는 게 보이죠. 아니 잘하던 팀이 갑자기 왜 그래?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니 이런 흐름을 눈여겨보시면 좋아요. 팀이 연속으로 실점을 하게 되면 감독들은 타임아웃을 불러 흐름을 끊죠. 대부분은 이게 먹히더라고요.


다섯째,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선수예요. 예전에는 팀을 응원하는 문화였고 배구단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직원들을 보내 애사심을 고취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대부분 선수를 응원합니다. 그러니 응원할 선수 한 명쯤은 있어야겠죠? 김연경 선수로 시작하셔도 좋고요(사실 다른 선수들하고 플레이가 달라요). 좋아하는 선수를 정했다면 소셜 미디어 채널에서 팔로우 정도는 해주세요. 어쩐지 친구 같아질 때가 있답니다. 좋아요도 눌러주고요. 저는 김연경, 김미연, 정윤주 선수를 팔로우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김미연 선수. 당연히 팔로우 하죠. 고양이 사진이 많지만.

처음엔 지루하겠지만 조금만 관심을 두면 금세 즐거워집니다. 누군가의 팬이 되면 날마다 챙기게 되죠. 취미가 없다면, 배구 취미도 괜찮습니다. 돈도 별로 안 들잖아요. (시간은 많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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