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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보라 Apr 23. 2022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의 명성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공연 장면. 사진=오디컴퍼니


여러 시즌 재공연되며 매 티켓오픈일마다 ‘피켓팅’을 이어가고 있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장기간 공연의 막을 올렸다. 제작사 오디컴퍼니의 설립 20주년을 맞아 선보인 이번 시즌은 내포하고 있는 상징성만이 크다. 작품은 지난 2004년 초연 당시 ‘전회 매진, 전석 기립’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그야말로 ‘대성공’을 이뤄냈다. 당시 오디컴퍼니는 오리지널 대본과 음악을 각색, 번안, 캐릭터의 수정이 가능한 논 레플리카(Non-Replica) 제작 방식으로 한국적인 정서에 맞게 재해석했고, 그것이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먹힌 것이다. 조승우, 류정한이 캐스팅된 초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공연된 작품의 누적 공연 횟수 1,410회, 누적 관람객 수 150만 명이라는 것이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이러한 한국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지난 2017년에는 레플리카 프로덕션으로 중국 시장 진출, 상해, 북경, 광저우에서 공연한 바 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을 각색한 작품은 한 인물 안에 ‘선과 악’의 두 인격이 공존하는 인간의 이중성을 중심으로 그를 사랑하는 엠마, 루시와의 사랑을 풀어냈다. 한국인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을 주축으로 작가 레슬리 브리커스, 연출가 스티브 쿠덴의 협업 아래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후 독일, 스웨덴, 일본, 체코, 폴란드, 이탈리아 등 10개국 이상 공연됐다.


‘지킬앤하이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곡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은 뮤지컬 마니아가 아니라도 익숙한, 이미 대중적인 뮤지컬 음악으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무대를 넘어서 다양한 매체, 아티스트에게 리바이벌되고 있는 이 곡은 많은 한국 뮤지컬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디션 금지곡’으로도 불릴 정도다. 그러나 좋은 곡은 언제 어디서 들어도 좋은 법. 고뇌에 찬 지킬 박사가 자신만의 실험을 향한 의지와 열정, 그리고 앞으로 벌어질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 걱정 등이 만연한 이 곡은 무대 위 캐릭터와 이야기의 힘을 빌려 더 강한 전율을 선사한다. 1막 마지막으로 불리는 ‘지금 이 순간’ 외에도 작품은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멜로디의 많은 곡이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지킬과 하이드의 변화무쌍한 차이점을 만나볼 수 있는 ‘대결(The Confrontation)’은 작품에서 눈을 뗄 수 없는 장면으로도 꼽힌다.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작품의 메시지를 강렬한 조명을 이용한 시각적인 연출과 거칠고 기괴한 멜로디로 표현한 이 곡을 통해 순식간에 지킬과 하이드를 넘나드는 배우를 보고 있노라면 모든 객석은 긴장감으로 맴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공연 장면. 사진=오디컴퍼니


작품은 강한 조명으로 작품이 내세운 빛과 어둠을 만들어 냈고, 무대 곳곳에 숨겨져 있는 거울로 자신의 이면을 꿰뚫어 보게 만든다. 객석을 등지고 있는 지킬 박사의 얼굴이 거울로 반사되어 비출 때, 관객이 보고 있는 그 얼굴이 선한 지킬 박사인지 혹은 악한 하이드인지 불분명한 경계선에서 긴장감을 느낀다. 여기에 단조로운 무대에서 붉게 퍼지는 색감을 통해 선명한 시각적 이미지를 더하기도 했다. 또한 높고 깊게 실험도구가 쌓인 지킬 박사의 실험실은 웅장함에 말을 잃게 만들 정도다.


‘지킬앤하이드’는 자타공인 ‘지킬/하이드’의 캐스팅된 배우의 힘이 남다른 작품이다. 순식간에 감정의 변화는 물론 쉽지 않은 뮤지컬 넘버들의 수준,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는 스토리까지 모든 것을 신경 써야만 한다. 이 때문에 캐스팅된 배우들이 체력 소모와 까다로운 목 관리를 애로사항으로 꼽는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시즌 한국 뮤지컬 마니아들에게 두터운 신뢰를 받는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이 반갑다. 초연부터 꾸준히 지킬/하이드로 출연한 배우 류정한은 클래식한 캐릭터와 깊어진 감성, 노련한 무대로 여전히 작품의 완성도를 한껏 높인다. 여기에 작품의 전반을 이끌어가는 앙상블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내년 5월까지 장기 공연으로, 현재 참여하는 배우들에 이어 또 다른 캐스팅이 공개된다는 제작사 측의 전언이다.


* 온라인 연예매체 <뉴스컬쳐>에 기고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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