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드러낸 남성들의 반바지
올여름 남성 반바지 패션이 심상치 않다. 무릎을 가리던 길이마저 사라진 것. 품이 넉넉한 짧은 반바지부터 다리 굴곡에 딱 달라붙는 레깅스 반바지까지 종류도 다채로워졌다. 각선미를 뽐내는 핫팬츠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진 셈이다. 근육질의 건강한 다리를 과감하게 보여줄 수 있는 남성들의 짧은 반바지, 일명 ‘마이크로 쇼츠(Micro Shorts·작은 반바지)’ 패션이 거리를 나선다.
# 현재 JTBC에서 방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 ‘트래블러’에서는 남성 출연자들이 반바지 패션을 한껏 뽐내고 있다. 배우 류준열과 이제훈이 무릎이 보이는 짧은 길이의 바지를 입고 쿠바를 여행한다. 이때 류준열은 발목 위로 올라오는 패션 양말을 신고, 이제훈은 노란 상의를 바지 위에 입어 경쾌한 분위기를 나타냈다.
# 그룹 워너원 출신 가수 윤지성은 지난 1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반바지 패션을 선보였다. 그는 무릎 위로 한 뼘 정도 올라오는 짧은 검정 바지에 같은 색상의 티셔츠와 셔츠를 겹쳐 입었다. 전체적으로 옷 색상을 맞춰 차분하고 세련된 멋을 자아냈다.
남성 반바지가 눈에 띄게 짧아졌다. 종전까지는 허벅지가 드러날 정도로 짧은 바지가 여성 패션으로만 여겨졌다면 이제는 남성 패션에도 나타나고 있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성별 구분이 없는 ‘젠더리스(Genderless)’ 패션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남성 반바지도 과감하게 변화한 것이다. 남성들은 짧은 반바지를 입고 근육질 다리를 보이며 건강미를 뽐낸다.
젠더리스 패션 신사복에도 등장해
김지연 인디안 디자인실장은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오는 하프 팬츠부터 허벅지가 보이는 마이크로 쇼츠까지 맵시를 한껏 뽐낼 올여름 남성 반바지가 다양하게 출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많은 기업이 복장 자율화 문화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개성을 뽐내려는 남성들 사이에서 짧은 반바지가 출퇴근 패션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많은 패션 브랜드가 2019 봄·여름 패션쇼 무대에 반바지 스타일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해외 패션 브랜드인 베르사체, 메종 마르지엘라와 국내 패션 브랜드 비욘드클로젯 등은 큼직한 상의 아래 마이크로 쇼츠를 매치해 발랄한 분위기를 내는 패션을 소개했다. 신사복 브랜드도 이 같은 흐름에 함께 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 송지오 옴므, 인디안, 웰메이드는 재킷에 어울리는 하프 팬츠 패션을 내놨다. 짧은 레깅스를 선보인 브랜드도 있다. 해외 패션 브랜드 알렉산더 왕은 허벅지에 딱 달라붙는 짧은 레깅스 위에 하얀 셔츠를 매치한 패션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바지가 짧아지면서 발목까지 오는 레깅스를 겹쳐 입는 패션도 나오고 있다. 해외 패션 브랜드 사카이는 2019 봄·여름 패션쇼 무대에 초록·검정 등 각양각색의 긴 레깅스 위에 짧은 반바지를 매치한 패션을 꺼내 보였다. 평소 이 패션을 즐겨 입는 이윤창(32)씨는 “근육을 잡아주는 기능성 소재로 만들어진 레깅스를 입으면 여행·산책 같이 활동량이 많은 날 활동하기 편하다”며 “다리에 딱 달라붙는 외형 때문에 다소 민망하지만 레깅스 위에 짧은 반바지를 입으면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패션을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짧은 반바지만 입을 때 어떻게 해야 멋지게 스타일링할 수 있을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상의다. 바지 길이가 짧아졌기 때문에 상의가 짧거나 몸에 달라붙게 입으면 다소 촌스러워 보일 수 있다. 상의는 자신의 치수보다 한 치수 큰 오버핏으로 입는 것이 좋다.
밝은 색 양말·운동화와 어울려
양말로 그날의 분위기도 바꿀 수 있다. 바지가 짧기 때문에 양말이 훤히 보이는데, 이때 발목 위로 올라오는 밝은 색상의 양말을 신으면 경쾌하고 발랄한 분위기를 나타낼 수 있다. 반대로 발목까지 오는 양말을 신으면 깔끔하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디자이너는 “얇은 리넨 셔츠나 여름용 소재의 재킷을 입고 아래는 체크나 줄무늬 패턴이 있는 마이크로 쇼츠를 입으면 멋스럽다”며 “짧은 반바지에 샌들을 신으면 오히려 패션에 신경 안 쓰는 일명 ‘아재 패션’처럼 보일 수 있으므로 운동화나 스니커즈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