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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예진 Dec 14. 2017

Go Back 20세기! '롤러 퀸' 돌아오다

복고 문화에 빠지다 

올해도 어김없이 ‘복고’가 돌아왔다. 이번엔 네발 달린 롤러스케이트·흑백사진과 함께다. 단순히 인테리어와 옛 분위기를 즐기는 복고가 아니다. 어렸을 적 즐겨 하던 놀이에 빠져들고 흥겨운 복고 파티의 주인공이 된다. 드레스 코드는 청재킷에 통 넓은 일자 청바지를 맞춰 입는 ‘청청 패션’. KBS 드라마 ‘고백(GoBack)부부’만 과거로 돌아가란 법이 있나. 우리만의 타임머신을 타고 1980~90년대를 맘껏 여행해 보자.   

      

복고 흐름이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종전까지 80~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드라마를 보거나 오래된 노래를 재해석한 리메이크 곡을 듣는 등 수동적으로 복고 콘텐트를 즐겼다면, 이제는 달라졌다.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장소와 기기를 찾아내 몸소 체험하고, 복고를 주제로 한 생일·연말파티를 계획하는 사람까지 등장했다. ‘그땐 그랬지’라고 혼자 감성에 젖었던 복고 문화가 새로운 놀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30대 이상은 친근, 20대 이하는 신선  

가수 손담비(가운데)가 지난 9월 ‘7080 복 고’ 콘셉트로 꾸민 생 일파티 모습.

80년대에 쉽게 볼 수 있었던 롤러스케이트장인 일명 ‘롤러장’이 화려하게 귀환했다. 올여름부터 전국적으로 빠르게 늘어난 롤러장은 남녀노소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이색 실내 놀이 공간이다. 네발 달린 롤러스케이트를 빌린 후 넓은 트랙 위에서 자유롭게 롤러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 시설은 당시 모습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트랙 가운데 위치한 DJ방에서는 옛 가요가 울려 퍼지고 롤러스케이트를 타다가 배가 고프면 한쪽에 마련된 매점에 들러 간식도 사 먹을 수 있다.  

지난 7월 경기도 부천시에 문을 연 롤러스케이트장.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자이언트 롤러장 관리자 김형중씨는 “20년 전 이 동네에 같은 이름의 롤러장이 있었는데 그때를 추억하며 당시 롤러장 모습 그대로 재현했다”며 “어린 자녀와 함께 손을 잡고 천천히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가족부터 화려한 스텝을 밟으며 문워크를 선보이는 롤러스케이트 고수까지 이용자의 연령대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술집에 옛 놀이가 더해진 곳도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과 영국 도심에서는 강렬한 색상의 플라스틱 공 수만여 개가 있는 술집인 볼핏바가 생겨나고 있다. 90년대 후반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놀이였던 볼 풀장을 술집 안에 설치한 것이다. 이곳에 찾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서 유년 시절 친구들과 공놀이하듯 신나게 뛰논다.  


국내에서는 80~90년대 소품으로 꾸며진 술집인 어른이대공원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부루마불 게임’ 등 추억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지금은 사라진 투명한 우유병에 시원한 맥주를 따라준다. 직장인 강동근(32)씨는 “초등학교 동창들과 20년 전에 함께 하던 게임을 하다 보니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라며 “평상시 스마트폰 보기에 바쁘던 친구들과 모처럼 깔깔거리며 편안한 대화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강원도 춘천에서 ‘레트로’를 주제로 열린 상상실현페스티벌을 찾은 시민들이 복고 문화를 놀이처럼 즐기고 있다

지난달 강원도 춘천시에서는 옛날 영화 포스터로 꾸며진 거리를 걸으며 추억의 게임기인 ‘펌프’와 옛날 오락기인 ‘스트리트 파이터’를 즐기는 상상실현페스티벌이 열렸다. 복고를 의미하는 ‘레트로’를 콘셉트로 한 이번 행사에는 공연 무대 옆에 다양한 복고풍 놀 거리가 마련됐다. 한수지 KT&G 상상마당 전략기획팀 대리는 “옛 놀이는 30대 이상에게는 친근감을, 20대 이하에겐 새로움을 주는 매개체”라며 “잊고 있던 과거의 좋은 시절을 일상 속에서 다시 경험할 수 있어 방문자의 만족도가 컸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앱에 담는 아날로그 감성  

아날로그 감성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90년대 오락실 스티커 사진기를 닮은 즉석 사진기가 다시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 대림미술관에 전시된 카를 라거펠트의 즉석 사진기 작품 ‘코코 마통’이 관람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더니, 어느새 도심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기기가 됐다. 촬영 후 바로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사진기와 달리 이 기기를 이용하면 40여 초를 기다려야 세로로 긴 형태인 포트레이트 사진을 볼 수 있다. 컬러 또는 흑백으로 사진 색상을 선택할 수 있을 뿐 이외의 사진 꾸미기 기능은 없다. 그동안 스마트폰 카메라 앱으로 마음껏 얼굴을 보정하던 사람들도 꾸밈없는 인화 사진의 멋에 금세 매료된다. 한정희 대림미술관 실장은 “기기 안에 들어가 사진을 촬영하고 인화 과정을 경험하는 일련의 행위 자체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길거리 즉석 사진기로 인화한 흑백사진.

이런 트렌드에 부합해 필름 카메라처럼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 ‘구닥’이 인기몰이 중이다. 이 앱으로 촬영하고 사진을 보려면 실제 필름 카메라처럼 기다림은 필수다. 정해진 필름 24장을 모두 촬영하면 3일 뒤에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촬영할 때도 커다란 스마트폰 화면을 모두 볼 수 없다. 옛 카메라의 작은 렌즈를 연상시키는 작은 화면이 상단에 떠 사용자가 눈을 가까이 해 봐야 한다. 불편해 보일 수 있는 카메라지만 20~30대 여성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직장인 김수진(30·여)씨는 “한번 촬영할 때 24장밖에 못 찍기 때문에 셔터 버튼을 누를 때마다 신중해진다”며 “기다린 후에 보게 되는 사진은 다른 사진들보다 더 가치 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수년간 이어지는 복고 문화 열풍에 대해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은 복고 문화를 고리타분한 옛 문화라기보다 새로운 문화로 받아들이며 추종한다”며 “반면 어른 세대는 희망을 꿈꿨던 과거의 놀이를 다시 경험하면서 내재적으로 안정감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조상희, KBS미디어·KT&G 상상마당·손담비 인스타그램 제공  


[출처: 중앙일보]  [라이프 트렌드] Go Back 20세기! '롤러 퀸' 돌아오다

http://news.joins.com/article/221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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