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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예진 Dec 14. 2017

사실은 나 혼자 한 일 아니야 보이지않는 손이 도와줬어

조력자 서비스

분명 홀로 있지만 혼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뜻 들으면 간담이 서늘하고 오싹하지만, 온·오프라인으로 멀리서 나를 돕는 ‘조력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간편하게 자신이 필요한 사항을 요청하고 일대일로 도움을 받는다. 값비싼 돈을 주고 소수만 이용할 수 있었던 종전의 프리미엄 서비스와는 구분된다. 지시만 내리면 인공지능이 답을 찾아주는 시대에 발맞춰 서비스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 은퇴 후 처음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김형수(60·가명)씨는 딸의 추천으로 해외에서 쇼핑을 대신 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했다. 첫 유럽 여행이라 사고 싶은 물건이 많았지만 한정된 여행 기간 동안 쇼핑으로 시간을 할애하기엔 아쉬운 점이 많았기 때문. 그는 “유럽에서만 싸게 살 수 있다는 고급 치약과 화장품 등을 신청했다”며 “관광을 하고 호텔에 돌아오니 물건이 도착해 있어 해외에서 선물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만족해했다.  


 # 직장인 김아람(30·가명)씨의 반려견 또치는 매일 같은 시간 30분씩 산책을 한다. 김씨가 선택한 도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다. 또치가 집을 나서는 순간 알림을 받고, 산책하는 또치의 모습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김씨는 “야근이 잦아 늦은 저녁이나 새벽에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며 “도와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니 체력적·심리적으로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서비스에 대한 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종전까지 눈에 보이는 제품과 시설 이용권 등 거래에 초점을 둔 서비스가 대부분이었다면, 이제는 이용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른 일대일 맞춤식 도움 서비스가 늘고 있다.  


정보 골라주는 큐레이션 서비스   

조력자 서비스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나를 대신해 일을 직접 해주는 서비스와 내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 알려 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다. 일을 대신하는 서비스 중 하나로 비서 서비스를 들 수 있다. 관련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이용하면 실제 비서처럼 일정을 알려 주고 주기적으로 연락해야 할 사람에게 자동으로 안부 문자를 보내준다. 지인의 생일이나 가족 기념일 등을 입력해 두면 축하 메시지를 알아서 보내줘 바빠서 놓치기 쉬운 일정을 챙길 수 있다. 비서 앱 ‘네오팡’을 개발한 박재수 한일네트웍스 DSC사업부 상무는 “챗봇(인공지능과 채팅을 결합한 형태)이 이용자의 연락 주기를 파악해 안부·축하 문자를 보낸다”며 “여러 사람을 만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혼자 일하는 업무적 부담이나 인력 고용의 경제적 부담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그워커가 강아지와 산책하고 있다.

반려견 산책을 대신해 주는 도그워크 서비스도 인기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먼저 운영된 이 서비스는 바쁜 현대인을 대신해 반려동물의 산책을 비롯해 운동·교육까지 책임진다. 올 초부터는 국내에서도 이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을 찾을 수 있게 됐다. 서비스는 간단하다. 이용자가 회사에 출근하거나 여행을 간 동안 도그워커가 집으로 찾아와 반려견과 함께 약속된 시간에 산책을 한다. 반려견 주인은 실시간으로 이동하는 장소를 앱을 통해 확인하고 사진도 볼 수 있다. 이 같은 서비스를 진행하는 ‘우프’의 김용재 대표는 “산책 중 강아지가 배변을 하면 건강 체크를 위해 배변 사진까지 찍어서 주인에게 전송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엔 해외여행지에서 대신 쇼핑을 하고 물품을 호텔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가 출시됐다. 이용자는 여행을 떠나기 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현지 쇼핑 물품을 요청하고 현지 숙소에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해외 쇼핑 서비스인 ‘쎠틀’의 이용직 대표는 “자유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패키지 여행객의 주문이 많다”며 “사고 싶은 상품은 있어도 짧은 일정 기간 동안 쇼핑 시간이 없거나 무거운 물품을 들고 관광하기 힘든 여행객에게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는 현재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7개국에서 이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 활용해 각종 정보 수집

필요한 정보를 추천해 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선호하는 취향 키워드를 몇 가지 입력하면 이에 맞는 영화를 선정해 추천하는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왓챠플레이’를 비롯해 최근 네이버는 더욱 다양한 콘텐트를 큐레이션하는 앱 ‘디스코’를 내놨다. 개인의 관심사에 맞는 기사, 블로그와 카페 글 등을 따로 뽑아 보여 준다. 이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것으로 이용자가 콘텐트를 많이 볼수록 취향을 더욱 세심하게 파악해 추천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해외 여행 중 대신 쇼핑을 해 물품을 호텔로 배달해주는 서비스가 지난달 부터 출시됐다.

모바일로 쇼핑을 할 때도 챗봇과 실시간으로 상담할 수 있다. 인터파크는 ‘톡집사’를 선보였다. 채팅 창에 상품 추천이나 관련 제품에 대한 할인 정보 등을 물으면 인공지능 집사인 알프레도가 바로 답해준다. 이를 이용한 김아영(31)씨는 “카카오톡처럼 문자를 주고받는 형태라 편리했다”며 “상품을 추천해 줄 뿐 아니라 24시간 언제든 쇼핑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라고 해서 우려할 점이 없는 건 아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원은 “큐레이션 서비스의 경우 이용자가 선호하는 콘텐트만 선별해 보여 주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트 접근 자체를 차단시킬 수 있다”며 "서비스에만 의존하지 말고 또 다른 즐거움의 기회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력자 서비스=신뢰적 서비스(Credence Service)의 일종으로 서비스 이용자를 온·오프라인으로 돕는다. 제품을 거래하는 서비스와는 달리 각 이용자가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을 확인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작동한다. 첨단 IT기술을 만나 더욱 진화하고 있다. 개인의 취향을 자동으로 파악해 필요한 정보만 골라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부터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고민을 해결해 주고 비서처럼 지인에게 연락을 대신해 주는 챗봇까지 다양하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라이프 트렌드] 사실은 나 혼자 한 일 아니야 보이지 않는 손이 도와줬어

http://news.joins.com/article/22195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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